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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리고 시어머니

코로나 19 상황 속 노인전문 병원의 '비대면 면회'와 '접촉 면회'

by 토끼랑께 2021. 4. 19.

코로나 19 상황 속에 친정엄마는 작년 11월 중순부터 일주일에 3번씩 통원으로 4년간 신장 투석을 다니던 노인전문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고 계시다. 처음 병원에 입원하시고 2주 정도는 상태가 안 좋으셔서 거의 전화도 안 받으셨고, 간호사실에 연락을 해서 친정엄마의 상태를 물어보면 거의 눈만 감고 계시다고 했었다. 입원 후 12월 첫 주에 비대면 면회를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노인전문 병원의 '비대면 면회'는 사전에 전화로 예약을 해야만 가능하고 한 달에 1회밖에 안된다. 그리고 예약이 미리 다 차있으면 면회신청을 할 수가 없다. 병원에 도착하자 병원 현관 입구에서 면회 참석자 개인별로 방문 기록지에 신상을 기록하고 열체크와 손 소독을 하게 했다. 병원 현관 밖 오른쪽에 면회실이 조립식 건물로 설치되어있는데 면회실 안에 보호자가 들어가고, 입원환자는 병원 안쪽에서 면회실 쪽을 바라보고 면회를 하는 것이다. 면회시간이 되니 간병인이 휠체어에 탄 친정엄마를 모시고 나왔다. 다행히 입원하실 때보다는 기력이 많이 나아지신 듯해 보였다.

노인전문병원에서의 생신날 비대면 면회

'비대면 면회'는 유리벽 두 개를 가운데에 놓고 마이크로 대화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친정엄마가 기운이 없다 보니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자꾸 큰소리로 말을 하게 되었고 대화다운 대화를 하기가 힘들었다. 그날은 친정엄마의 83번째 생신날이어서 엄마가 생일 케이크를 준비해 갔었다. 생신날 함께 밥도 못 먹는 상황이 아쉬워서 생일 축하노래라도 불러드리자고 했다. 동생들과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 상황이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파 노래를 부르다가 결국 울고 말았다.

옛집에서 생신날

호전되던 건강이 고관절 수술로 더 나빠졌다.

친정엄마와의 '비대면 면회'는, 그다음 날부터 '코로나 19 거리두기' 강화로 중지가 되어버린 채로 1개월 반이 지나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1주일에 두 번씩 좋아하시는 음식을 만들어서 1층 병원 현관에 맡겨놓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얼굴을 전혀 보지도 못하는 중에 친정엄마는 1월 중순에 요양병원 화장실에서 주저앉아 오른쪽 고관절이 골절되었다. 시내 큰 병원으로 옮겨서 어렵게 고관절 수술을 하고 일주일 만에 다시 노인전문 요양병원으로 전원 하셨다. 고관절 골절로 입원하셨을 때 나를 못 알아보시기도 하고 수술 후에는 섬망 증세까지 있더니 노인병원으로 전원 후에  체력이 더 안 좋아지셔서 전화 통화하는 것도 어렵고 치매 증상까지 보이기 시작하셨다.

옛집 수돗가 곁에 있던 국화

자꾸 정신이 흐려지는 친정엄마

친정엄마는 음식을 해다가 드린 후 전화해서 잘 드셨냐고 물어보면 "아니 몰라" 하며 말꼬리를 흐리다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리신다. 어느 날은 전화를 해서 화를 내신다. "네 에미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김장김치랑 동치미도 안 갖다 주냐?" 처음에는 "아니 지난주에 갖다 드렸고 이번 주에 갖다 드린다니까 필요 없다고 가져오지 말라고 해놓고 왜 그러셔?"라고 말했다. 친정엄마는 "나는 절대로 동치미를 먹어본 기억이 없다." 하면서 서운함이 역력한 목소리로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으신다. 바로 간호사실에 전화해서 친정엄마 상태를 물으니 요즘 기력은 좀 나아지셨는데 기억을 잘 못하신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 후로는 기억을 못 하고 전화를 하면 무조건 죄송하다고 하고 바로 챙겨다 드린다. 하루는 전화해서 필요한 것 없으신지 물어보니 "다른 집 딸들은 과일을 잔뜩 사 와서 나까지 얻어먹었다. 너희는 과일도 안 사 오냐?" 하신다. 2일 전에 여동생이 사다 드린 것을 기억을 못 하시는 거다.

친정엄마와  '접촉 면회'를 하라는 병원의 연락

그러던 친정엄마가 최근에는 전화를 해도 잘 받지를 않으시고 전화를 받아도 목소리에 기운이 없어 "어! 어! "소리만 내신다. 필요한 것을 물어봐도 대답도 없다가 그냥 전화를 끊어 버리기도 한다. 며칠 전 남동생이 친정엄마 사진 갖고 있는 것을 묻는 전화를 했다. 영정사진을 준비한다는 거다. 친정엄마 상태가 점점 나빠지셔서 미리 만들어 놓으려고 한다고 했다. 며칠 전 내가 정기검사를 받고 좋은 결과를 받아 기뻐하던 그날 저녁에 친정엄마가 계신 노인전문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빠른 시일 내로 날짜를 정해 직계가족이 와서 '접촉 면회"를 하라는 것이다. 친정엄마가 위독하셔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해 가슴이 두근거리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음식 잡수시는 것을 물어보니 죽만 겨우 한, 두 수저 드신다고 했다.

친정엄마 '접촉 면회'하던 날

친정엄마는 입맛이 없을 때 늙은 호박에 소금을 약간 넣고 끓인 후 설탕을 넣고 밥을 말아 드시고는 하셨다. 나는 늙은 호박에 불린 쌀을 갈아 넣어 묽게 호박죽을 쑤어서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한 후 보온병에 담아서 갖고 갔다.

노인전문 요양병원의 면회에는 '접촉 면회'지침이 있다. '접촉 면회'를 하기 위해서는 개인별 방문 기록지를 작성하고 체온을 재고 손 소독한 후 코로나 검사 음성 결과 문자를 제시해야 한다. 보호장구로는 기본 마스크 외로 라운드 캡을 써야 하고 방문자 가운을 입은 후 손에는 일회용 장갑을 끼고 덧신을 신어야만 했다. 한 번에 두 사람 내외로 들어가야 하는데 나와 남편 아들 셋이서 안내하는 간호사를 따라서 병동으로 올라갔는데 입원실이 아닌 처치실에 친정엄마가 혼자 침대에 누워계셨다. 한눈에 뵈어도 얼굴이 수척해지셨고 신장투석을 하는 왼쪽 팔은 퉁퉁 부어 손이 차디찼다. 친정엄마를 부르니 힘겹게 겨우 눈을 뜨시는데 우리 세 사람을 다 알아보고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지만 말씀도 못하시고 바로 눈을 감아버린다. 위생장갑을 낀 손으로 머리와 얼굴을 만져보고 손을 만져 보고 팔다리를 주물러 드렸다. 얼굴을 보지 못해 안타까웠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더 마음이 아프다. 동생들도 교대로 면회를 한 후 담당의사 선생님을 만나 친정엄마 상태를 설명을 들었다. 지금 상태로는 특별히 더 해드릴 게 없다고 했다. 음식이라도 좀 더 드셔서 기운을 내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한다. 2주 후 '비대면 면회'를 예약해놓은 상태라 그때 다시 보기로 하고 병원을 나섰다.

호박죽을 드신 후 기운을 차리신 친정엄마

다음날 친정엄마 상태가 궁금해 전화를 했더니 내가 만들어간 호박죽 한통을 두기에 나누어 잘 드셨다고 했다. 호박죽을 두통 해다가 드렸는데 계속 드시면 싫증 나실까 봐 이번에는 잣죽을 끓여서 갖다가 드렸다. 3일이 지나 통화를 하니 친정엄마가 "여보세요" 하고 전화를 받으신다. 집에서 보낸 죽을 드시고 기력이 나신 거다.  간병인 아주머니 말씀으로 병원에서 나오는 미음은 한수저 드시면 입을 꼭 다물고 안 드시는데 내가 해다 드린 죽은 잘 드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침에 다 먹고 없다고 한다. 나는 다시 쌀을 담그고 늙은 호박과 잣을 꺼내 죽을 쑤어다가 병원에 갖다가 넣어 드렸다. 집에서 보낸 죽을 드시고 기력이 회복되시기는 했지만 언제 또 나빠지실지 걱정이 된다. 직접 모시고 있자니 자신이 없고 병원에 입원시키고 있자니 코로나 19로 인해 면회도 마음대로 하지를 못하니 답답한 마음이다.

 

혹시 비용이 궁금하실 분이 있을까 해서 안내한다. 병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하기를 바란다.

주 3회 신장 투석만 할 경우 1개월 병원비는 25만 원 내외였다. 노인전문 병원 입원비는 4인실 기준 160만 원에서 170만 원 정도 든다.

코로나 19 상황 속 친정엄마 고관절 수술과 입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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