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어느 날 친정엄마가 저혈당 쇼크로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다. 친정엄마는 응급실에서 의식을 회복한 후 "그대로 죽게 두지 왜 병원에 데리고 왔니! 내가 쓰러지면 절대로 병원에 데리고 오지 말라고 너한테 말했잖아."하고 화를 냈다. 친정엄마는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었고 디스크와 관절염도 있었다. 여러 가지 질병으로 시달리던 엄마는 평소에 자는 듯 죽고 싶다고 하기도 했고, 몇 번 저혈당으로 병원에 실려간 후부터는 다음에 쓰러지면 죽게 내버려 두라고 하고는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친정엄마가 그렇게 말했다 해도 눈앞에서 쓰러지는 엄마를 병원에 모시고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심폐소생술로 살아나신 친정엄마
그 후 집에 혼자 있던 엄마는 가슴에 통증을 느끼고 이웃집에 사는 당숙모를 불러 119에 전화해 구급차를 불러 달라고 하셨다고 한다. 친정엄마는 다행히 병원에 도착한 후에 심정지가 왔고 심폐소생술로 살아나셨다. 그런데 다시 몇 시간 만에 심정지가 되었고, 두 번째 심정지가 오자 담당의사는 이번에는 어렵다며 남동생을 바라보았는데 남동생은 엄마를 어떻게든 살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친정엄마는 다시 심폐소생술로 어렵게 살아나셨는데 갈비뼈가 부러지고 가슴에 멍이 들어 한동안 퇴원을 못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혈액투석을 일주일에 3번씩 하게 되었다.
혈액투석 4년 후 노인병원 입원
4년을 넘겨 혈액투석을 하던 엄마는 7개월 전 건강이 더욱 악화되어 스스로 노인전문병원에 입원하셨다. 노인병원에 입원한 후 점점 몸은 안 좋아졌고 투석하는 혈관이 막혀 카테터 시술까지 해야만 했는데 카테터 시술을 하신 날 한 번의 투석을 한 후 다음날 음식을 못 먹는다고 경관 튜브까지 하게 되었고 그날 저녁에 돌아가셨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한 달 전쯤 건강이 악화된 친정엄마를 대면 면회로 만난 적이 있다. 남편과 함께 가서 친정엄마를 만나러 갔다. 온몸이 붓고 의식이 희미한 모습이 너무 안쓰럽고 안타까워 이렇게라도 사셔야 하는 건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친정엄마는 우리에게 의식을 잃으면 병원에 데리고 가지 말라고 하셨지만, 4년 전 심정지가 왔을 때 혼자 계시다 위험을 느끼고 당숙모를 불러 스스로 병원에 가신걸 보았기에 우리는 끝까지 친정엄마의 치료를 포기하지 못했고, 치매까지 온 친정엄마 역시 자신의 연명치료 의사를 결정할 수 없었기에 마지막까지 너무 많은 고생을 하셨다.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작성하기로 결심
친정엄마를 면회하고 돌아오며 남편과 나는 삶의 마지막 모습이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동의했고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사람의 수명은 늘어났지만 결국 사람은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모습이 아름답지 않은 고통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친정엄마도 의식을 잃으면 죽게 두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식들이 부모의 치료를 포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와 남편은 친정엄마와 같은 삶을 원하지 않았다. 평생을 살고 마지막 가는 길을 이렇게 병원에서 온갖 치료를 받으며 보내고 싶지 않았다.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신청
19세 이상의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향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향을 문서로 작성해 둘 수 있다.
사전 연명의료 거부 의향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건복지부의 지정을 받은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하여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하여야 한다. 등록기관을 통해 작성. 등록된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는 연명의료 정보처리 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되어야 비로소 법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작성을 위해서는 가까운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등록기관은 국립 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www.lst.go.kr)에서 조회하거나 1855-0075로 전화해서 문의하면 가까운 기관을 안내해준다.
국립 연명의료기관 홈페이지에서 작성 가능기관을 조회 후 전화 문의를 했더니 평택 호스피스 기관에서는 코로나19 관련해 잠시 중단 중이어서 국민건강보험공단 평택지사로 방문하기로 했다.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신분증을 지참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업무시간에 방문하면 된다.
마침 건강보험 관련 업무를 봐야 하는 것도 있어 창구에서 업무를 먼저 본 후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는 곳으로 갔다. 창구에는 전담직원분이 있었는데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작성 관련한 내용을 자세히 안내를 해주었다.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는 자신의 연명의료에 관한 의사를 남겨놓는 연명의료결정제도이다.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해 놓으면 의학적으로 무의미하거나 환자가 원하지 않는 연명의료행위를 하지 않을 수 있고,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시행 여부를 가족들에게 결정하게 함으로 심리적. 사회적 부담을 갖게 하는 일이 없게 된다.
연명의료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의 의학적 시술로 치료효과는 없고 임종과정의 기간만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해 놓으면 연명의료 정보처리 시스템을 통해 해당 환자를 진료한 담당의사에 의해 조회를 할 수 있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를 해도 회복될 가능성이 없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이 의학적 판단을 내릴 경우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다.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했더라도 언제든 철회할 수가 있고 환자가 스스로 의사표현을 해서 치료를 원하면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철회나 변경을 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등록기관을 통해 다시 작성하거나, 철회를 요청할 수 있다. 변경 또는 철회 사실은 다시 국립 연명의료관리기관에 통보가 되어야 효력이 발생된다.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작성 전 설명을 다 들은 후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였다.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준비하면
1. 본인의 고통에서 해방
2. 가족에게 물질적인 짐 축소
3. 가족들의 죄책감 감소
4. 가족들에게 사랑을 심어줌
5. 의료진들에게 수고를 덜어줌
6. 국가에 부담을 덜어줌
남편과 나는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 후 전자서명을 하였다.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한 후 전자서명까지 마치니 안내 문자가 왔다. 작성 문자를 받은 순간부터 효력 발생이 되는 거라고 하였다.
증서가 발행이 되는데 3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집으로 발송해준다고 한다.
노후의 삶이 건강한 삶이어야 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병원에서 무의미한 치료를 받으며 마무리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사전 연명의료 거부 신청서를 작성하고 43일 정도 되니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등록증'이 우편으로 왔다. 효력 발생은 신청 당시 문자 받는 순간부터 적용되는 것이다.
어버이날 선물 없이 노인전문병원에 입원 중이신 친정엄마를 뵙고 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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