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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도시개발로 사라진 마을과 아직은 남아있는 마을 뒷동산

by 토끼랑께 2021. 7. 16.

요즘은 매일이 너무도 덥다. 일주일에 3,4번씩은 뒷동산을 운동삼아 걷고 오는데 7월로 들어서며 날씨가 너무 더워서 아침 일찍 가지 않으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뒷동산에 들어가면 시원하지만 뒷동산까지 걸어가는 5,6분의 시간이 너무 덥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내 어릴 적 뛰어놀던 뒷동산이었다.

뒷동산에는 유난히 소나무가 많았었다. 어릴 적 소나무에 송아(소나무 열매)가 열리면 따먹기도 하고 송아 가루를 받아 다식을 만드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추석이 돌아오면 솔잎을 따서 송편을 찔 때 사용했고, 겨울이면 학교에서 난로를 피우는 데 사용하기 위해 학교에 솔방울을 주워가기도 했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뒷동산 가운데로 난 좁은 산길을 따라 학교에 가면서 진달래를 꺾어 학교 교실에 꽂아 놓기도 했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산언덕에서 삐리기와 찔레꽃 순을 꺾어 먹으며 뛰놀던 곳이다.

뒷동산 아래 조그마한 저수지에 겨울이 되어 얼음을 얼며 썰매를 타기도 했고 큰길 버스정류장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길가 양쪽에는 키만 한 코스모스가 줄지여 예쁘게 피여 있던 곳이다.

아파트자리의 예전모습

아직도 내 앨범 속에는 그 시절 사진이 남아있는데 지금은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 있어 대충 위치를 가늠만 할 뿐이다.

20년 전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말을 시작으로

20년쯤 전부터 마을 뒷동산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말이 돌았었는데 말만 무성하고 개발이 되지는 않았었다. 그러다 어느 날 소나무가 다 베어지고 오가피나무를 심어 뒷동산의 모습이 바뀌어 버렸다. 그렇게 하고도 여러 해가 지나도록 개발이 되지 않고 있더니 몇 년 전 주변에 신도시가 생기게 되면서 갑자기 개발이 가속화되어 2년 전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2년 전 뒷동산 자리에 아파트가 신축되어 입주하기 시작하면서 고향마을도 수용이 되어 아파트로 이사 오게 되었지만 고향 마을이 없어진 것은 너무도 아쉽다.

뒷동산 중앙으로 있던 길을 중심으로 그 아래 있는 뒷동산과 논과 밭 그리고 저수지는 아파트가 들어서며 흔적이 없고 길 건너 위쪽 뒷동산과 과수원들만이 남아 주변에 있던 외딴집들만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

 

뒷동산 산책

나무 그늘이 아닌 그늘막 아래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뜨겁다.

아파트 단지에서 길을 건너 이 길을 따라 가면 뒷동산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왼쪽에 있는 집은 예전부터 이곳에 있던 집인데 아파트 단지로 포함이 안되어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

뒷동산 입구
뒷동산 길

뒷동산으로 들어서니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다. 2년 전, 10년 전 모습과 변한 것이 없다.

어릴 적 뒷동산은 여름에 비가 내리고 나면 버섯을 따러 다니던 곳이다. 엄마가 소쿠리를 들고 버섯을 따러 나서면 나도 소쿠리를 들고 뒤따라 가서 청 버섯, 싸리버섯, 꾀꼬리버섯, 밀버섯을 따갖고 왔다. 

엄마는 버섯을 삶아 물에 담갔다가 버섯볶음을 만들어 주시기도 하고, 감자와 애호박을 넣고 버섯고추장찌개를 끓여주시기도 했었다.

 

산길을 따라 10여분 올라가면 시에서 설치한 운동기구가 있다.  예전에는 우리 마을 분들만 산책하던 길이 주변에 생긴 아파트로 인해 산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뒷동산 체육공원
뒷동산 체육공원
체육공원

연세 드신 분들이 매일 산에 오르면서 이곳을 비로 썰고, 풀이 많은 곳은 낫으로 베거나 뽑아서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다.

아마 그분들도 집 주변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이곳이 계속 남아있기를 바라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뒷동산 아래에 바로 있는 아파트 저 너머로 삼성전자가 들어서며 신도시가 조성되고 있다.

뒷동산 정상 운동기구

뒷동산은 봄이면 진달래가 유난히 많이 피던 곳이었다. 지금 운동기구가 있던 주변으로 진달래밭이나 다름이 없었다.

봄이 되면 친구들이 놀러 와 함께 뒷동산에 올라와 진달래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놀았는데 아직도 앨범에는 그 사진이 남아있다.

산길은 옛 모습 그대로인데 조금만 벗어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고속도로가 산 밑으로 지나가고 있고 가까이에  고속도로 톨게이트고 있어 타 지역으로 볼일을 보러 가거나 여행을 다닐 때에 교통은 무척 좋아지기는 했다.

마을 뒤편으로 고속도로가 지나가게 되고, 마을 앞으로 자동차 전용도로가 생기게 되면서 마을도 개발이 되기 시작한 것 같다. 

밤송이

밤꽃이 떨어지는 자리에 밤송이가 생겨나고 있다.

약수터

예전에는 이곳에 약수터 물이 좋아 주변 공터에서 마을 사람들이 여름에 가마솥과 음식을 갖고 와서 복달임을 하던 곳이기도 하다.

이 길은 가을이면 산밤이 많이 떨어지는 곳이다. 작은 산이면서도 간간히 고라니를 만나기도 한다.

산아래에 있는 마을 외딴집들과 대토 자리에 새로 이전한 집들 그리고 우리 아파트가 보인다.

배과수원
뒷동산 쉼터

뒷동산에서 내려오며 보니 과수원과 외딴집들이 보인다.  마을 사람들은 산아래 과수원집들을 '외딴집'이라고 부르기도 했고 산 이름을 따 '이산 메 집들' 이라고도 했었다. 마을에서는 뒷동산을 '이산메'라고 불렀었다. 어려서는 '이산메'가 산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작은 동산이다 보니 산 이름이 없어 그렇게 불렀던 것 같다.

배 과수원
배  과수원

그래도 이 자리에서 내려다 보이는 모습은 몇 년 전 모습과 크게 바뀌지 않았다.

오동나무

오른쪽으로 걸어 내려오면 아파트가 보인다.

뒷동산에서 내려와 이길 끝에서 왼쪽으로 돌아서면 이제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뒷동산 산책을 하며 옛길과 남아있는 마을의 모습을 보고 내려오며 이곳만은 그대로 오래도록 남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개발이 되어 편리해진 것이 많아졌지만 이제 점점 고향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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