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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리고 시어머니

어버이날 선물없이 노인전문병원에 입원중이신 친정엄마를 뵙고 오니

by 토끼랑께 2021. 5. 7.

내일은 어버이날이다.  맏손녀인 나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 '어머니 날'이 되면 학교에서 색종이로 만든 카네이션 꽃을 할머니와 엄마에게 달아 드렸던 기억이 있다. 할머니는 손녀딸이 만든 꽃이라며 종일 가슴에 달고 다니셨지만 친정엄마는 어른들 앞에서 무슨 꽃을 다냐고 하시며 달지 않고 화장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어머니날'이 '어버이날'로 바뀌었다. 아버지들이 어머니만 챙기는 것이 서운해서였나 생각해보기도 했었다. 그 이후로는 해마다 친정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엄마 네 분의 꽃을 준비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계시는 동안 친정아버지와 엄마는 꽃을 가슴에 꽂고 다닌 적이 없으셨다.

 

youtu.be/OYz6 YSniCPw

어릴 적에는 동요로 '어머님 은혜'를 불렀고 어느 순간부터인가  어버이날이 되면 "나실 제 괴로움 다 있으시고~"로 시작되는 '어머님 은혜'를 부르고는 했었다. 어른이 된 후에는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친정엄마 회갑연에 모여 '어머님 은혜'를 부르다 친정엄마의 고생스러운 삶이 생각나서 모두 울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아카시아 꽃

 

어버이날 선물

남동생이 결혼을 하게 되면서 올케가 친정엄마 선물을 준비해오고는 했었다. 올케는 친정엄마에게 어버이날 실크 스카프를 선물한 적이 있었다. 선물을 받아서 풀어본 친정엄마는 스카프를 보더니 좋아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나는 혹시라도 올케가 무안할까 봐 더 호들갑을 떨며 스카프를 칭찬했고 엄마의 동의를 끌어냈다. 얼마 후 친정에 갔었는데 친정엄마는 실크 스카프로 음식을 싸서 주시는 거다. 친정엄마에게 스카프는 액세서리가 아닌 보자기였다. 나는 깜짝 놀라며 이 스카프는 이렇게 사용하는 게 아니라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다음부터 며느리가 선물을 주면 혹여 마음에 안 들어도 "정말 고맙다." "내가 잘 쓰마" 이렇게 대답하라고 당부를 했다. 친정엄마는 "떠거질 년"하고 욕을 했지만 다음부터는 올케가 선물을 주면 "고맙다"라고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사용은 안 하신다. 어쩔 수 없이 올케한테 친정엄마의 선물 취향을 알려주었다.

 

친정엄마는 좋아하는 선호도가 뚜렷해서 아무리 값비싼 물건이어도 맘에 들지 않으면 절대로 사용하지 않으시는 편이다. 그리고 젊어서 체격이 너무 뚱뚱해서 일반적인 옷가게에서 맞는 옷을 찾기가 어려워 옷을 선물하는 일은 항상 어려웠다. 결국 나는 선물보다는 현금으로 드리다가 최근 몇 년간은 기초화장품과 에어쿠션을 선물했었다. 

 

아카시아 꽃

 

노인전문병원에서 어버이날을 맞이하는 친정엄마

올해도 어버이날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내일이 어버이날인데 오늘 노인전문 요양병원에 있는 친정엄마를 찾아갔다. 어버이날이라 선물을 갖고 가는 것이 아니고 친정엄마의 몸상태가 궁금해서 직접 뵙기 위해서 가는 거였다.

 

며칠 전 건강이 더 나빠지셔서 6개월 정도 있던 병실에서  다른 병동으로 옮기셨다. 이틀간 꿈속에서 친정엄마가 보이길래 어제 아침 일어나서 바로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했더니 새로 간 병실의 간병사님이 전화를 받아서 바꿔주었다. 엄마는 웬일로"여보세요"라고 또렷하게 말씀을 했고 나는 너무 반가워 "우리 엄마 말도 잘하시네!" 했다. 그런데 친정엄마는 "가려워 가려워.."를 반복해서 말한다. 어디가 가렵냐고 물어도 계속 "가려워"라고 반복을 한다. 간병사님이 전화를 바꾸더니 최근 기력이 너무 안 좋아 이전 병동에서 전신목욕을 못 시켰다고 하면서 몸에서 냄새도 심하고 머리도 너무 길다고 했다. 오늘부터는 의사 선생님이 목욕을 시켜도 된다고 허락했으니 아침에 머리도 깎이고 바로 씻길 테니 걱정 말라고 한다. 그리고 오래 누워있다 보니 욕창이 시작되려고 한다는 말을 하며 깔고 있는 에어매트가 약하고 친정엄마가 기본 체격이 있으셔서 별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나는 순간 너무 화가 났다. 입원했을 때 기력이 없어 눈만 감고 누워서 꼼짝 안 하신다고 해서 내가 먼저 욕창예방을 위해 욕창방지 에어매트를 사서 보내겠다고 했는데 병원에 있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고 하더니 이제와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어이가 없었다. 노인 가려움증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여러 날 물로 직접 씻지 못했다는 소리를 들으니 그게 원인이라는 생각에 너무 속상했다. 전화를 끊고 간호사실에 전화를 해서 친정엄마의 상태를 들은 후 담당의사 선생님 면담을 요청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검색해서 친정엄마가 쓸 비누와 스프레이를 주문했다.

 

아카시아꽃

 

담당의사 선생님 면담

몇 시간 후 병원에 방문해서 의사 선생님 면담을 했다.  치매도 시작되었고 최근 허리 통증을 호소해 진통제를 처방하다 보니 잠을 자는 듯 몽롱한 현상도 있다고 한다. 노인들이 건조증이 생기면 피부뿐 아니라 장기까지 건조해지고 씻는 것으로 만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라며, 먹는 약 처방을 시작했으니 너무 염려 말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그래도 나는 친정엄마의 "가려워 가려워"하던 소리만 귀에 쟁쟁했다. 

담당의사 선생님은 불안해하는 나를 보더니 다음날 정식으로 접촉 면회를 허락할 테니 정식 절차를 밟아 다음날 보라고 했다. 나는 병원에 있는 에어매트로 안심을 못하겠다고 사 갖고 오겠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라고 했다. 병원에서 나와 바로 노인복지용구를 판매하는 의료기 상사에 들려 노인 욕창방지 에어매트를 36,000원에 구입해서 병원으로 배달을 시키고 바디로션도 새로 구입을 했다.

 

 

두 번째 접촉 면회

다행히 오늘 접촉 면회를 가기 전 물건이 도착해서 요구르트와 함께 병원에 갖고 갈 수 있었다.  접촉 면회를 위해 체온을 재고 비닐옷을 입고 비닐장갑과 신발에 덧신을 신은 후 마스크 위에 안전캡까지 썼다. 1층 비대면 면회실에는 카네이션을 사 갖고 부모님을 면회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고 현관 입구에 면회를 못하고 카네이션과 선물만을 맡겨놓은 것도 보인다. 그러고 보니 나는 카네이션 챙길 생각도 못하고 왔다. 직원의 말에 의하면 병원에 꽃을 넣는것은 어버이 날 전날과 당일만 허락한다고 한다.

 

찔레꽃

 

잠시 후 병동에서 간호사 선생님이 내려와서 나를 데리고 친정엄마가 계신 처치실로 안내를 했다. 한 달 만에 침대에 누워 있는 친정엄마를 보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오랜 투석으로 한쪽 팔과 손은 퉁퉁 부어있고 머리는 남자처럼 짧게 깎여 있었다. 옆에 가서 "엄마! 나 왔어."라고 말을 하니 옆으로 누워있던 친정엄마는 겨우 눈을 뜨고 바라본다. 나를 알아보겠냐고 하니 내 이름을 말하시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그 대단했던 여장부 우리 엄마는 어디로 가고 힘없고 연약한 노인이 누워 있다. 옷차림보다도 머리손질을 유난히 신경 썼던 엄마의 머리는 이제 짧은 남자 머리가 되어있다. 나는 친정엄마의 얼굴을 만져보며 엄마가 좋아하는 요구르트 사 왔는데 드시자고 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빨대를 꽂아 입에 물리니 기운이 없어 처음에는 빨지도 못하더니 겨우 반쯤 드시고는 더 이상 못 드신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자꾸 엉뚱한 소리만 혼잣말로 하신다. 침대 매트를 만져보니 사서 보낸 욕창방지 에어매트를 깔아서 푹신하다. 냄새도 나지 않아 그나마 마음이 조금 놓였는데 자꾸 손으로 목 뒤를 긁는다. 내가 손수건을 꺼내서 목 뒤와 등을 긁어 드리니 시원한지 가만히 계신다. 그리고는 눈을 꼭 감고 뜨지를 않으신다.

 

찔래꽃

 

갖고 간 물건을 간호실에 전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너무 마음이 무겁다. 이제는 어버이날이 돌아와도 친정엄마 선물을 고민할 필요도 없어져 버렸다. 젊어서 고생하고 사셨으니 노후에는 편안하셔야 할 텐데 질병으로 이리도 고생을 하시니 너무 안타깝다 투석이라도 안 해야 집에 계실 수 있는데 주 3회를 투석하니 그러지도 못하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친정 할머니는 87세까지 건강하게 술도 잘 드시고 놀이도 좋아하시다가 한 달 누워계시다가 자는 듯이 돌아가셨다. 친정엄마에게 그런 복을 주시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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