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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수도권 아파트 단지 신축공사로 사라지는 고향마을

by 토끼랑께 2021. 4. 17.

내가 살던 고향마을이 지역 개발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이제 없어지고 있다. 고향마을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다. 100가구가 넘는 근동에서 제법 큰 마을이었지만 개발에서는 매번 제일 늦었다. 고향마을은 10여 년 전부터 마을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변화를 받아들이기를 싫어했고, 오랜 시간 건설사에서 동네를 매입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집을 팔지 않겠다는 어른들의 고집에 진전되지 않았었다. 평생 농사를 지으면서 살던 동네를 두고 다른 곳에 가서 산다는 것이 어른들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 같다. 건설사에서는 마을 뒷동산 아래에 대토를 제공해서 그곳에 집을 짓고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안을 했다. 살던 동네에서 멀리 가지 않아도 되고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다는 것에 동네분들은 하나둘 계약을 하기 시작했다. 끝까지 팔지 않고 살던 집에서 계속 살기를 원하는 분들 때문에 우리 마을만을 남겨둔 채 동네 뒤편에 아파트가 건설되었다. 3단지의 아파트 단지가 먼저 건설되어 2년 전 8월부터 입주가 시 작고 단지 1은 현재 건축 후 분양을 해서 올해 8월 말에 입주를 앞두고 있다. 고향마을 분들은 재작년 연말에서야 모두가 집을 팔게 되었고 토지보상금을 받은 일부 주민들 중 일부는 먼저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로 이사를 하였다. 우리도 그때 집을 팔고 건설사에서 지어놓은 아파트로 이사하게 되었다.

 

2개월 만에 집에 돌아오면서 보니 고향 동네에 공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가 살던 집 주변에 3,4세대만 아직도 이사를 가지 않고 있었다. 아파트로 이사 온 집들은 작년에 이사 후 바로 철거가 되었지만 대토로 집을 지어 이사하는 집들이 남아 있었다. 2개월 사이에 이사할 집들이 완성되면서 이사를 많이 한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아파트를 나서며 예전에 살던 집터에 가보고 싶었다. 이제 공사가 시작되면 그 흔적 조차 없어질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였다.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는 도로 끝에서 고개만 넘으면 바로 내가 살던 집이다.

 

언덕을 넘어서니 윗집 당숙 집이 먼저 보인다. 며칠 전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더니 집 뒤에 있던 창고는 이미 허물어졌고 가까이 가보니 문들이 다 없어졌다.

 

우리 집이 있던 자리이다. 집이 사라져 버린 자리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뭉클했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고, 결혼 후 10년 만에 다시 이 집으로 돌아와 25년을 살았다. 그 세월 속 수많은 사연들이 있었는데... 이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보다 더 아쉬워할 친정엄마가 생각났다.  친정엄마에게 이사한 후 허물어진 집터를 보여주지 않기를 잘한 것 같다.

이제 고향마을이 있던 자리에 아파트 5단지 건설공사가 시작이 되고 있다. 마을 주변에 띠를 두르고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곳곳에 세워졌다.

남아 있는 집들도 며칠 후면 이사를 할 것 같다.

집은 허물어지고 없는데 뒤뜰에 남아있는 영산홍이  활짝 피여 있다.

동네를 돌아 나오며 뒤돌아 보니 버스에서 내려서 집으로 넘어가던 길이 보인다. 이제는 저 길도 없어지겠지

아파트 오른쪽에 건설사에서 이주민들에게 제공한 대토 자리에 살집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단층으로 짓는 집도 있고 3층짜리 주상복합으로 짓는 집도 있다. 땅을 팔고 이곳 대토를 받은 사람들 중에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땅을 판 사람도 있다.

예전에는 이길로 뒷동산에 오르며 밤도 줍고 도토리도 주웠는데 이제는 그 흔적도 없다.

커피숍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서니 뒷동산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이곳부터는 옛 모습 그대로다.

산길을 돌아 들어가니 양쪽으로 배 과수원이 나오는데 오른쪽을 바라보니 아파트와 이주단지에 건물을 짓는 모습이 보인다.

과수원집들의 개발에서 제외되어 옛 모습 그대로 있다.

친구네 배 과수원을 지나니 빈 배상자가 창고 앞에 쌓여있다.

동네 어른 몇 분이 밭에서 일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파트 오른쪽 길에서 시작해 뒷동산과 과수원길을 한 바퀴를 걸으니 다시 아파트가 나온다.

고향마을 언덕에는 조경수가 옮겨져 심기고 있다.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니 젊은 엄마들이 유치원에 다녀오는 자녀들을 맞이해 데리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 아파트는 지리적 위치가 좋다. SRT역이 7분 거리이고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6분 거리에 있다. 아파트 단지 앞에 강남으로 가는 고속버스도 정차한다. 대형마트도 가까이 있고 삼성전자 공장도 10분 거리에 있다. 예전에는 마을에 버스가 하루에 8번 정도 들어오던 곳인데 이제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가 되었다. 모든 것이 편리해진 곳이 되었건만 눈앞에 있던 고향마을이 없어지는 것은 못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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