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명절이나 어른들 생신 때면 친정엄마는 도토리묵과 청포묵을 쑤셨다. 큰솥에 불을 때면서 묵을 쑤셨는데 묵이 끓기 시작하면 혼자서 하기에 분주하기에 나를 불러서 묵을 저으라고 하셨다. 묵을 주걱으로 저을 때는 솥바닥에 눌지 않게 힘껏 저어야 하는데 엄마가 불 조절하는 동안 잠깐 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묵이 엉기면서 뻑뻑해져서 힘들기도 하고 끓으면서 손에 튀기도 해서 묵 쑤는 일을 싫어했었다. 그래도 그렇게 어깨너머로 배운 덕분에 직접 묵을 만들어 먹으니 감사한 일이다.
냉동실을 열어보니 구석에 올방개묵 가루가 남아있다. 친정엄마가 동네 아주머니에게 해마다 사서 묵을 만들어 드시던 거였는데 건강이 안 좋아지시면서 묵을 쑤시기가 힘드니 그대로 남아있던 거였다. 내가 몇 달 전에 갖고 와서 쑤어봤는데 다른 묵을 쑬 때와 같은 비율로 했다가 실패를 했었다. 정확한 이유를 몰라서 막연히 올방개묵 가루가 일 년이 지나서 잘 안 쑤어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올방개는 연못가에서 주로 자라는 풀 종류인데, 덩이줄기를 잘 씻어 갈아 앙금을 가라앉힌 후 물을 따라버리기를 반복한 후 앙금을 말려 묵가루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올방개묵은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황달 치료와 해열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보통 도토리묵과 청포묵을 만들 때에는 묵가루와 물의 비율을 여름에는 6:1로 겨울에는 7:1의 비율로 하면 적당하다. 그런데 지난겨울에 올방개묵을 6:1로 쑤었다가 너무 묽어서 실패를 했으니 오늘은 5:1로 만들어 봐야겠다.
그릇에 올방개묵가루를 1컵(200ml)을 넣은 후 생수 1컵을 부어준다.
올방개묵가루 뭉친 게 남지 않도록 골고루 잘 섞어 주어야 한다. 묵을 쑬 때 소금과 기름을 넣어 기본 간과 윤기를 더해주기도 한다.
올방개묵 만들기
1. 올방개묵가루 1:1로 골고루 섞어 준후 한 시간 이상을 반드시 불려준다. 묵 쑤기를 할 때에는 묵 가루와 물을 처음부터 5:1로 하는 것보다 1:1로 섞어 놓은 후 나머지 물을 먼저 끓이다가 부어주는 것이 오래 안 저어도 되고 저을 때 힘도 덜 든다.
2. 냄비에 물 4컵을 붓고 물이 끓으면 올방개묵가루와 물을 섞어 놓은 것을 부어 주면서 재빨리 저어준다.
3. 이때 한 방향으로 바닥까지 잘 저어 주어야 묵이 잘 엉기고 바닥에 누룽지가 생기지 않는다. 묵이 끓기 시작하면 기포가 올라오면서 터지는 데 손에 튈 수 있으니 면장갑을 끼고 하면 좋다. 센 불에 3분 정도 끓이다가 중불로 10분 정도 끓여주면 된다.
묵은 처음 끓일 때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투명해진다. 묵이 다되었나 확인해 보려면 찬물에 한 방울 떨어뜨려보면 풀어지지 않고 덩어리채로 있으면 그만 끓여도 된다.
4. 끓인 묵은 뜨거우니 스테인리스 그릇에 부어서 시원한 곳에 놓아 식혀준다.
그릇에 부어서 시원한 곳에 놓아두었더니 올방개묵이 서서히 잘 굳었다.
묵은 사람의 말소리에도 흔들려야 잘 쑤어진 거라는 할머니 말씀이 생각난다. 이제는 묵의 맛을 알게 되었고 묵이 뻣뻣한 것보다는 이렇게 말소리에도 흔들릴 정도로 찰랑찰랑한 느낌으로 쑤어진 것이 더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올방개묵무침 만들기
묵이 적당히 잘 굳었으니 올방개묵으로 묵무침을 만들어 봐야겠다.
그릇을 손바닥에 넣고 뒤집으니 보들보들한 묵이 그릇에서 쉽게 분리가 된다.
올방개묵무침 재료
올방개묵 1모, 진간장 1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깨소금 1작은술, 구운 김 2팩, 후추, 참기름
진간장 1큰술을 넣어 준다.
간 마늘을 넣어준다
썰어놓은 파를 1큰술 넣어준다.
김가루를 다 써서 없길래 구운 김을 대신 사용했다.
구운 김을 손으로 비벼서 넣어준다. 진간장으로 부족한 간을 조미된 구운 김으로 마무리 간을 맞추어 주면 김의 고소함 때문에 맛이 더 좋아진다.
마지막으로 참기름과 후추를 넣어주면 올방개묵무침이 완성된다.
올방개묵은 생소한 분들이 많을 듯싶다. 나도 10년 전쯤부터 먹었는데 도토리묵이나 청포묵에 비해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좋다. 그리고 냉장고에 넣어 여러 날 보관해도 잘 굳지 않아서 좋다.
도토리묵이나 청포묵도 묵을 쑤는 방법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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