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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리고 시어머니

딸의 출산일이 다가오니 생각나는 첫 아이 출산

by 토끼랑께 2022. 6. 23.

딸의 출산예정일이 이제 10일도 남지 않았다.
만삭이 된 딸을 바라보며, 딸이 자연분만으로 순산할 것과 아이와 산모 모두가 건강하고 무탈하길 기도하게 된다.
나의 경우는 일찍 결혼을 해서 24살에 첫 아이를 출산했는데, 다른 산모들에 비하면 수월하게 아이를 낳은 편이다.
그런데 딸은 요즘 많은 산모들이 그렇듯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해서 30대 후반에 첫아이를 낳게 되어 산고를 오래 겪을까 봐 염려가 된다.

딸은 출산 계획을 세우고 건강검진을 위해 찾았던 산부인과에서 자궁나이가 40대 후반이라는 이야기에 들었다. 딸은 자궁나이로 인해 자연임신이 어렵다는 말에 낙심했었고 시험관 아기까지 생각해야 했었다. 다행히 자연임신이 되었는데 임신 초기에 피 비침이 몇 주간 있어서 애를 태웠고 7개월쯤에는 아기가 역아라고 해서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제 출산일을 앞두고 있는 딸이 건강하게 아기를 출산하길 바란다.

어머님들의 출산 이야기


할머니와 친정엄마가 아이를 낳던 시절에는, 밭일을 하다가 아이를 낳기도 하고 부엌일을 하다가 부엌에서 아이를 낳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어릴 적 동네 이웃에, 들리는 소리대로 쓰자면 "붝쇠네' 라는 집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집 아주머니가 부엌에서 아이를 낳았고 그 아들을 '부엌 쇠'라고 불렀던 것이었다.
그 시절에는 대부분 집에서 아이를 낳았고 일을 하다가 어느 순간에 아이를 낳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던 시절에는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그 당시만 해도 인터넷을 활용해서 정보를 얻던 시절이 아니어서 서점에서 '임신과 출산' 책자를 구입해서 읽는 것과 산부인과에서 주는 산모수첩에 있는 정보가 전부였다.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는 내가 임신을 하자 당신들이 임신했을 때와 출산했던 일들을 이야기해주셨다.
친정엄마는 임신과 출산과정에 특별히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며 남들도 다 겪는 일이니 걱정할 것 없다고 했다. 실제로 내 기억 속에 친정엄마는 아이를 소리도 없이 쉽게 낳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 가을에 친정엄마는 늦둥이 막내 여동생을 낳았는데 출산 당일 어떤 비명소리도 듣지 못했다. 아침에 큰고모가 깨우면서 "너희 엄마가 아기 낳았으니 얼른 일어나~."라고 말하는데 빨리 일어나게 하려고 큰고모가 장난을 치는 줄 알았었다.
친정엄마 곁에 눕혀져 있는 아기를 보고도 실감이 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시어머님은 아이를 출산할 때 별이 보일만큼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셨고, 산후 몸조리를 못해 한여름 내내 내복을 입고 사셨다며 출산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셨다.

나의 출산 이야기


출산 예정일이 일주일이 지난날 낮 12시쯤에 츨산 징후인 이슬이 비쳤다.
이슬은 마치 투명한 젤과 같은데 혈액이 몇 군데 섞여 있었다. 며칠 전부터 가진통이 있었지만 이슬이 비친 것은 처음이어서 이제 아이를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저녁 6시가 되니 조금씩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생리통처럼 살살 아프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의 강도가 높아지고 시간 간격이 좁아졌다.
그리고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었다.
수시로 화장실을 오가는 모습을 시어머님이 보시더니 병원에 가자고 했다.
시어머님과 남편이 함께 산부인과에 도착했는데 그날 밤 유난히 출산하는 산모가 많아 분만대기실이 가득 찼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이 진료를 하더니  "자궁문이 조금 열리기는 했는데 산모 얼굴을 보니 아직 멀었네요. 집에 가있다가 5분 간격으로 아프면 오세요."라며 돌아가라고 했다.
병원과 집은 승용차로 25분 거리였는데 시어머님은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주기적으로 배가 아파왔다.
집으로 돌아와서 자리에 누워 있는데 배가 점점 더 아파왔다.
어떠냐는 시어머님의 질문에 "많이 아파요."라고 대답하니 "대답할 정신 있는 거 보니 아직 멀었다. 아프기만 해서 나오는 줄 아니 하늘에 별이 보여야 나오지"하고 방문을 닫고 나가셨다.
시어머님이 나가시고 시계를 보니 3분 간격으로 통증이 오고 있었다.
점점 심해지는 진통을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병원에 다시 가자고 하려고 일어서는데 뭔가 툭 터지는 느낌이 들며 액체가 흘러내렸다.
양수가 터진 거였다.
그때까지 시어머님 말씀만 믿고 통증을 참아내던 나는 무섭고 겁이 나서 엉엉 울고 말았다.
시아버님은 시어머님에게 왜 애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이런 일이 생기게 하냐고 버럭 화를 내셨고, 시어머님과 남편은 놀라서 서둘러 다시 병원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분만대기실에 먼저 들어온 산모들이 있었는데, 출산의 고통을 겪어내는 모습이 다양했다. 비명소리를 지르다 잠을 자고, 다시 깨면 소리를 지르고를 반복하는 산모도 있었고, 침대 난간과 남편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매달리며 온몸을 비틀어 대는 산모도 있었다.
그 분위기가 너무 무서워 나는 침대에 눕지도 않고 등을 기댄 채 앉아만 있었다. 통증이 올 때마다 신음소리가 저절로 나오는데 비명을 지르면 더 무서울 것 같아 비명을 지르지 않고 참았다.
산통이 올 때면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는데, 언제 도착했는지 친정엄마가 손을 잡아주려고 했다. 그 순간 아무도 내 몸 만지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때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누구도 내 몸에 손을 대는 게 싫어서였다.
어느 순간 아이가 밀고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가 나오는 것 같아요."라고 소리치자 간호사와 의사가 달려와 확인하더니 바로 분만실  분만대에 옮겨 눕혔다.
의사의 "지금 힘주세요."라는 말을 따라 두 번째 힘을 주는 순간에 아이가 나왔다.
건강한 딸을 출산했다.
몇 개월을 입덧으로 고생했지만 출산을 2,3개월 남겨두고 잘 먹어서였는지 아이는 3.8kg였다.
낮 12시에 이슬이 비치고 14시간 30분이 지난 새벽 2시 25분에 아이를 출산했다.

 

 

출산을 바로 한 산모 같지 않고 너무 멀쩡했던 나

아침에 외래환자 진료 전에 출산 산모들이 의사 진료를 받기 위해 진료실 앞에 모두 모였다.
대부분 얼굴이 퉁퉁 부어있었는데 나만 하나도 붓지 않고 멀쩡했다.
나이가 젊기도 했지만 남들보다 오랜 시간 고생을 하지 않았고, 통증이 올 때마다 침대의 난간을 잡고 매달리거나 힘을 빼지 않아서 인 듯했다.
다른 산모들이 아이를 낳은 사람 같지 않다며 어떻게 하나도 붓지 않고 멀쩡하냐고 했다.

출산의 순간까지도 시어머님이 말씀하신 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시어머님이 출산의 고통을 너무 강하게 인식을 시켜 겁을 많이 먹었고 강도가 더 심해질 거라는 생각에 무조건 참았던 것이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둘째 역시 예정일을 1주일 지나서 낳았는데, 6월 말이어서 날씨가  더웠고  채중이 많이 나가서 몸을 가누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출산 예정일 1주일이 지난날 아침 집안일을 마치고 시어머님에게 산부인과에 가서 아이 낳게 해달라고 하겠다고 하고 혼자 산부인과에 갔다.  오전 10시쯤  병원에 가서 진료받은 후 바로 입원했는데 그날 저녁 6시 30분에 4kg의 남자아이를 자연분만으로 출산했다.
그런데 첫아이 출산 때보다 훨씬 힘들었다. 첫째는 배에 통증을 겪으며 낳았는데 둘째는 허리 통증을 겪었는데 허리 통증이  더 고통스러웠다.
다행히 둘째도 태어나는 순간에는 분만대에 옮길 겨를도 없이 누워 있던 침대에서 순식간에 낳았다.
어른들의 말씀으로는 잘 먹고 나이가 젊어 힘이 좋아서 잘 낳은 거라고 했다.

출산을 앞둔 산모들에게  


요즘 산모들은 시어머님과 친정엄마의 조언보다는 맘 카페를 통해 많은 정보를 접하며 출산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나의 생각도 오히려 한두 사람의 객관적 경험보다는 여러 사람의 경험을 접할 수 있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그 방법이 더 현명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오랜 세월의 경험으로 말하는 어른들의 말도 들어두면 나쁘지 않을 듯해서 한 가지 '라테 조언'을 해본다.
고통스럽더라도 이것저것 붙잡고 매달리며 힘을 쓰지 말고 이를 악물지 말았으면 한다.
그 순간 산고를 겪느냐 어쩔 수 없어 그러겠지만 그렇게 행동했던 대부분의 엄마들이 이후에 관절통과 치아의 문제로 평생 고생하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 기운을 뺄 정도로 소리치면 안 되지만 억지로 참지 말고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도 지르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 10달 동안 고생해서 새 생명을 세상에 내놓는데 그 정도 특권(?)은 누려도 된다는 생각이다.
며칠 남지 않은 딸아이가 나를 닮아 건강한 아이를 순산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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