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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투병기

[암 투병기]52. 원자력병원에서 정기검진 하는 날

by 토끼랑께 2022. 4. 13.

어제 6개월 만에 원자력병원에 정기검사를 다녀왔다.
이번에는 아주 오랜만에 병원에 가는 기분이 들었다. 여러 해가 지나면서 이제 조금은 느긋해졌나 보다.
2014년 10월에 대장암을 진단받았는데, 대장과 양쪽 폐를 세 차례 수술을 받았고 24번의 항암치료를 받았었기에 아직도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으러 다니고 있다.
원자력병원 도착 전 마지막 신호에서 좌측 깜빡이를 켜고 있는데, 항암치료를 받으러 다닐 때와 다르게 마음이 편안하다. 그때는 이곳에 도착하면 속이 메스껍고 심장이 쿵쾅거리며 불안과 초조함으로 힘들어했었다.

원자력병원 진입로
원자력병원
원자력병원

집에서 6시에 출발했더니 니 7시 15분쯤 병원에 도착을 했다. 1층 야외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병원 1층 출입구로 가는데 화단에 있는 벚꽃이 이미 지고 있었다.
예전에 병원에만 누워 있는 것이 갑갑해 주사기를 꽂은 채 이곳을 나와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지나간 이야기가 되었다.

채혈실

2층에 있는 채혈실로 가니 채혈실 번호표 발행기가 바뀌어져 있다.
작년까지 채혈시간이 임박해서야 번호표 발행기를 내어놓아 길게 줄을 서 있었는데, 줄을 설 필요도 없었고 주민번호를 누르면 번호표가 발행이 되었다. 채혈실에 들어가면 영수증이나 환자카드를 내어 확인해야 했는데 이름과 생년월일 확인만 하면 되니 간편해졌다.

CT.MRI주사실

CT주사실 앞에는 기존에 번호표가 있다.
주사기를 혈관에 꽂고 조영제 부작용 방지 주사를 맞았다. 부작용 방지 주사를 맞았기에 20분을 대기하고 있다가 CT촬영을 했는데 혈관통이 처음에 약하게 왔다가 이내 통증이 사라져서 검사를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부작용 주사를 맞아서 구토나 메스꺼움은 없지만 검사 후 어지러움증이 있어 가라앉을 때까지 앉아있었다.
CT 검사를 받으려면 6시간 금식을 해야 하기에 음식은 물론 물도 마시지를 못한다. 검사 직전에 물을 한 컵 마시고 들어오라고 하기도 하는데 구토 부작용이 있는 사람은 검사가 끝나야만 물을 마실수 있다. 검사를 받은 후에도 찬물을 급하게 먹거나 너무 빨리 음식을 먹으면 체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2시간 후에 진료를 보게 되는데 그동안 병원에 앉아 기다리는 것보다 병원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예전에 항암치료를 받던 날도 도착해서 검사를 먼저 한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병원에 있기 싫어 주변 산책을 다녔기에 산책로를 잘 알고 있다.

원자력병원 주변 산책하기

원자력병원 정문에서 나와 왼쪽으로 직진하면 길 건너에 '공릉산 백세문'이 보이는데 그 길로 가면 불암산 등산길이다. 전에 그 길을 따라 걸어가 보았는데 그 당시는 몸이 약해져 있을 때여서 힘이 들었다.

서울 과학기술대학교

길을 건너지 않고 다시 왼쪽으로 돌아 원자력병원 장례식장을 왼편으로 두고 5분 정도 걸으면 서울과학기술대학교가 나온다.
길을 건너 언덕길을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숲길이 나오고 그 끝에는 공릉터널 위에 있는 잣나무 숲이 나온다.

서울 과학기술대학교 숲길
서울 과학기술대학교 산벚꽃
공릉터널 위 잣나무 숲

원자력병원에서 잣나무 숲길까지 1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고 길이 완만해서 걷기에 좋다.
전에는 이곳 잣나무 숲에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병원 진료시간에 맞춰 돌아가고는 했었다. 병원 1층에 항암주사실이 있어 병원에만 들어서도 항암제 냄새에 속이 메스꺼워서였다.

서울 과학기술대학교
서울 과학기술대학교 벚꽃
서울 과학기술대학교 죽단화

잣나무 숲길에서 내려와 오던 길로 되돌아서지 않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우측방향으로 걸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정을 거쳐 크게 한 바퀴를 돌아서 병원에 돌아갔다. 걷다 보니 한 시간을 넘게 걸었지만 벚꽃이 날리는 모습과 라일락꽃과 죽단화 등 봄꽃과 연녹색으로 돋아나는 나뭇잎을 보며 걸어서 지루한지를 몰랐다.

진료시간이 되어 담당의사 선생님에게 검사 결과를 들었는데 암이 발견되지 않고 깨끗하다고 했다.
처음에 2~3년간 전이와 재발로 수술과 항암치료를 반복했었는데, 깨끗하다는 결과를 듣기 시작한 지도 이제 4년이 넘어간다. 한동안은 결과를 들을 때마다 긴장을 했었는데 이제는 조금 편안해진 듯하다.
매번 잊어버리고 물어보지 못했던 회를 먹어도 되는지 여부를 질문을 했다. 담당의사 선생님은 항암치료 중에만 먹지 말라했던 건데 무슨 소리냐고 한다.
그런 줄 모르고 나는 몇 년 동안 그 좋아하는 회를 전혀 먹지 않고 살아왔다.
6개월 후 혈액검사와 CT 검사 그리고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검사예약과 대장 내시 경검 사시 먹어야 할 약을 받았다.

원자력병원 벗꽃
원자력병원 진입로

진료를 마치고 나니 배고픔이 밀려왔다. 남편과 함께 병원 주변에 있는 봉평 메밀막국수 집을 가서 시원한 막국수를 먹기로 했다.
7년을 넘게 원자력병원 주변 음식점을 여러 곳을 다녀 보았는데 그중 가장 좋아하는 음식점이 봉평 메밀촌이다.

원조 강영숙 봉평 메밀촌


주소 : 서울시 노원구 공릉로 191-6(공릉동)
본점 :02-971-6953 / 010-2763-4435

봉평 메밀촌 메뉴

12시 10분 전쯤 도착했는데 1층에 있는 9개 테이블 중 2자리가 남아있었다.
우리가 자리에 앉아 메밀 물막국수를 주문하고 나니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봉평메밀촌

손님들이 이제는 모두 2층으로 올라가야만 했다.
이곳은 점심시간에 가면 줄을 서야 한다. 더구나 오늘은 평소 보나 날씨가 덥다 보니 사람들이 더 많이 온듯하다.

열무김치

열무김치 외로 무김치가 나왔던 것 같은데 오늘은 열무김치만 반찬으로 나왔다.

봉편메밀촌 물막국수

일반 냉면 그릇의 두배 정도 크기에 물막국수가 담겨 나왔다.

식초와 겨자를 넣은 후 메밀면을 가위로 한 번만 잘라 섞어준다.

봉편메밀촌 물막국수
봉편메밀촌 물막국수

아침을 먹지 않았고 산책을 한 시간 이상했더니 그 어느 때보다 더 맛있게 먹었다.
살얼음이 얼은 육수를 큰 그릇을 들어 들이키면서 순식간에 빈그릇만 남겼다. 평소에는 꿩만두나 메밀전병을 시켜서 함께 먹었는데 남편과 나는 어제부터 다이어트를 결심했기에 물막국수만을 먹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입구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기에 입구 첫 좌석에 앉았던 남편과 나는 서둘러서 일어났다.

계산대 앞에는 메밀가루와 메밀묵가루 서리태콩을 판매하고 있었다.
원자력병원에 진료를 오거나 주변에 있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를 온다면 시원한 메밀막국수 한 그릇 추천해 본다.
항암치료로 다른 음식을 잘 먹지 못하면서도 먹었던 음식이기에 추천하는 것이고 내 돈 내산 임을 확실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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