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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투병기

[암 투병기]51. 암투병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삶

by 토끼랑께 2022. 3. 28.

2014년 10월에 처음 대장암으로 진단을 받고 수술과 항암 치료를 끝내고, 6개월이 지난 시점에 폐 전이와 재발로 양쪽 폐 수술을 일 년에 두 번이나 해야 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꿈을 꾼 듯 하기도 하지만 그 당시 2,3년간은 너무도 힘들고 고통스러웠었다.
다행히 2번째 폐 수술 후로는 항암 치료를 하지 않았고, 그 이후로 더 이상은 전이나 재발이 되지 않고 지금껏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인한 통증으로 오랫동안 고생을 했다.
암 치료를 위해 노력했던 병원 치료와 운동 그리고 식이요법에 대해서는 여러 번 글을 썼기에 그 글로 참조하면 좋을 듯하다.

찔레꽃 새순

 

다시 찾은 일상

암 진단을 받고 7년이 지나고 8년이 되어가는 지금, 나의 생활은 암 진단을 받기 이전과 전혀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할 때에는 아침을 식탁에 앉아 먹어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아갔고 퇴근하고도 집안일로 바로 잠자리에 들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치료에만 전념했는데, 암 치료와 요양을 하는 사이 어느 결에 60세의 전업주부가 되어있다.
마지막 암 수술 후 몇 년간은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인한 통증 치료와 체력 저하로 일 년이면 몇 개월씩 암 요양병원 생활을 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암 요양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잘 지내고 있다.
코로나가 시작이 되고 가까이에 살면서 돌봐 드려야만 했던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나니 이제는 나 자신과 가족들만을 위한 전업주부의 삶이 시작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감사합니다. "라는 혼잣말을 한다.
그리고 기지개를 켜고 휴대폰을 찾아 음악을 들으며 침대에 누운 채 스트레칭을 한다. 그 후 침대에서 내려와 세수를 한 후 성경말씀을 보고 기도를 하고 나서 하루를 시작한다.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보면 모든 것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성과를 내야 했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아야 했기에 늘 바쁘고 쫓기는 삶을 살아야 했다. 그때는 회사일이든 집안일이든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삶이었다. 함께 사는 친정엄마가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 모시고 다니는 일도 나의 몫이었다. 그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삶을 살아왔었는데, 암은 내게 큰 시련을 주기도 했지만 내게 평안한 쉼을 선물로 주었다.

 

 

1. 식단 관리


3번째 암수술을 한 후로 시작한 체질식은 이제 자리를 잡았다.
반대 체질인 남편과 아들이 먹을 잡곡밥과 반찬 그리고 내가 먹을 잡곡밥과 반찬을 따로 만드는 것도 익숙해졌고, 체질식으로 시작한 김치와 반찬 만들기는 인공조미료보다는 천연조미료를 사용하고 간편식을 구입하는 것보다는 직접 재료를 구입해서 만들어 먹는다.
체질식을 시작하고 3년까지는 거의 100%에 가깝게 철저히 식단을 관리해 왔는데 작년부터는 조금씩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도 먹는다. 하지만 가끔 한 끼 정도는 괜찮은데 여러 끼를 체질 식이 아닌 음식을 먹으면 몸이 반응을 한다.
지금도 가능하면 체질에 맞지 않은 음식은 피하고 먹지 않고 있다.

 

냉이 꽃

 

2. 체력 관리

체력관리를 위해서 하는 것은 매일 하는 것과 요일별로 하는 것이 다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하는 스트레칭과 자리에서 일어나서 하는 스트레칭 체조와 국민체조는 매일 거르지 않고 하는 편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간단한 스트레칭 체조를 한다.
암이 걸리기 이전에는 직장생활로 힘이 들면서도 저녁에 퇴근길에 꼭 운동을 했었고. 주말에는 등산도 자주 다녔었다. 그렇게 체력관리를 했어도 암은 걸렸지만 그렇게 관리한 덕분에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항암 치료를 하면서는 걷기 운동이 전부였고, 전신 마사지를 다니면서 관리를 받았었는데 요가를 시작으로 하던 운동을 10개월 전부터는 주 2회 필라테스를 하러 다니고 주 3회 1시간 이상 뒷동산이나 가까운 산책로를 1시간 이상 걷는다.
한 달에 2차례 이상은 국립 자연휴양림을 중심으로 산림욕을 하거나 산행을 하러 다닌다.

개나리

3. 여가 활동

결혼 후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다니기 시작했던 직장을 20년 가까이 다녔는데, 암 치료를 받으면서 그만두었다.  암이 아니었으면 아마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있겠지만 몇 년 내에 퇴사해야 하는 상황일 것 같다.

암환자로 사는 동안 저하된 체력으로, 얼마 전까지도 집안일이나 사람들과의 만남을 2~3시간 이상하고 나면 기운이 없어 2,3일 동안 꼼짝 못 하고 누워 있어야만 했었다.

무언가를 늘 계획하고 실천해나가던 것이 익숙했기에 몸이 회복되어 가면서 자수를 배우러 다녔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시작되며 대면으로 만나서 하는 일이 어려워졌고, 자수를 하다 보니 목과 어깨가 너무 결려서 중단해야 했다.

블로그 활동을 시작하면서, 서툴지만 재미가 있어 오랫동안 모니터 앞에 앉아 있다 보니 어깨가 결리고 등이 당기는 통증이 있어 힘들었지만 시간과 속도 조절을 하며 건강을 우선으로 챙기고 있어 이제는 괜찮아졌다.
지금은 다니는 교회에서 반찬봉사활동과 기도모임에 참여해서 정해진 시간에 다른 이들을 위한 기도를 하고 있다. 격주로 대면 예배와 영상예배를 드리고 있고, 영상을 통한 셀 교제를 하고 있는데 하루빨리 자유로운 만남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직장생활과 학창 시절 친구들 그리고 암환우들과 비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이 몇 개 있는데 모든 모임에서 총무를 맡고 있다. 가깝게 있는 사람들과는 일 년에 한두 번 만나기는 하지만 거의 만남은 중단되어 있고 전화통화와 단체 카톡방대화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수국

 

4. 노후를 어떻게 보내야 할 지에 대한 고민

지금은 암이 전이나 재발이 될까 염려하는 것보다 노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더 크다.
다시 살아가는 삶이라는 생각에 봉사활동도 하고, 주변에 암 진단을 받은 암환우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녀들을 대학까지 공부시키느냐 노후자금을 충분히 준비할 사이 없이 암으로 직장을 그만두었기에 노후자금을 위해 다시 일을 할까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해왔던 일의 성격 때문에 재취업이 쉽지 않았다.
이제 공부를 시켜야 할 자녀가 있는 것이 아니니 경제적인 부분이야 형편에 맞추어 살면 되지만, 남은 노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무의미한 삶이 되지 않을 지에 대한 고민이 된다.
요가와 필라테스를 하면서 들은 생각인데, 열심히 배워 자격증을 딴 후 요양병원에 있는 암환우나 노인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는 하다.
아직은 동작이 서투르니 당장에는 어려울 듯하지만 꼭 실천해보고 싶다.

후리지아

친정엄마는 70세가 되면서부터 당뇨와 고혈압 그리고 부정맥과 신장투석으로 병원생활을 하면서 15년을 질병으로 고통 속에 살다가 돌아가셨고, 평생을 집안에서 혼자 생활하는 것에만 익숙한 시어머님은 지금도 시장에 다녀오시는 것 외에는 동네 노인이나 이웃들과 교제 없이 살아가고 계시다.
두 분 모두의 삶처럼 남은 노후를 보내고 싶지는 않다.

반복되는 암수술과 항암치료로 몇 년을 정신없이 보냈고, 후유증으로 일을 할 엄두조차 못 내었었지만 이제 건강한 삶으로 돌아왔고 시간적 여유도 생겼으니 남은 삶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다.
늙은이로 세월만 보내는 것보다.
주변에 좋은 영향을 주는, 건강하고 정 많은 노인으로 바람직한 노후생활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남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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