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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투병기

[암 투병기] 47. 암으로 3차 진료기관을 선택해야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by 토끼랑께 2021. 10. 27.

대장암 진단을 받았던 그해 가을 어느 날, 혈변을 보고서야 토요일에 가까운 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위해 전날 저녁부터 물약을 용법대로 다 먹고 병원에 갔는데 변이 깨끗하지 않다는 이유로 전날 먹었던 양만큼의 물약을 다시 먹어야 했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정확히 받기 위해서는 3일 전부터 음식을 주의해서 먹었어야 했는데, 혈변을 본 순간 이미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가득 차서 검사에 대한 주의사항을 꼼꼼히 신경 쓰지 못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먹는 양의 두배나 되는 물약을 먹고서야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게 되었다.

대장내시경 검사와 결과

물약을 먹으며 너무 지친 상태에서 검사를 받아서였는지 검사 후 바로 잠에서 깨어나지를 못해 간호사가 여러 번 깨워서 겨우 일어났다.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의사 선생님은 심각한 얼굴로 대장이 좁아져 내시경 검사를 끝까지 진행할 수가 없었다고 하면서 당장 큰 병원에 가서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 당시는 수면상태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아서였는지 마치 꿈속에서 이야기를 듣는 듯했고 아무런 생각도 나지를 않았다.
대형병원을 가려면 진료의뢰서와 검사 결과 서류를 챙겨야 하는데 아무 서류도 챙기지 않은 채 그대로 병원을 나섰다. 병원을 나서자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서 가까운 죽집에 들어가 아무 생각 없이 죽 한 그릇을 다 먹었다.
그리고 마치 체면에 걸린 사람처럼 친정엄마가 다니는 병원에 가서 친정엄마 약을 타고, 예약했던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했다.
미용실에서 집으로 돌아와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고들빼기 꽃

암 치료를 받을 병원 선택에 대한 갈등

한참을 자고 난 후 눈을 뜨니 대장내시경 검사를 마친 후 병원에서 의사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심각한 표정으로 빨리 큰 병원에 가서 수술받아야 한다고 했던 말과 의사가 보여주었던 모니터상의 사진이 떠올랐다.
모니터의 사진은 병원 대기실에 걸려있던 대장 사진 중 암이라고 쓰여있던 사진과 너무도 흡사해서 의사에게 "암인 거 같네요."라고 말을 했더니 의사는 아니라는 말을 하지 않았었다.
아무래도 암에 걸린 것이 분명한 듯했다. 그렇다면 의사 말대로 큰 병원에 빨리 가야 하는데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서울에 있는 빅 5로 불리는 대형병원을 떠올려 보았다.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까?
예전에 종신보험을 가입할 때 부가서비스로 대형병원에 예약을 대행하는 제도가 있던 것이 기억이 났다. 예약은 그 서비스를 이용해서 신청하면 될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진료를 받더라고 수술을 바로 받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되었다.
전에 직원 중 암을 진단받고, 국내 병원 빅 5 중 한 곳에서 수술을 받으려고 예약을 했는데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치료시기를 놓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몇 개월 전 갑상선암수술을 받았던 후배는 빅 5에 속하지 않는 암만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후배에게 전화해서 치료받았던 병원을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가까운 친척 중 근무하는 분이 있었는데 국가기관이고 암 전문병원으로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되어서 선택하게 되었다고 했다. 진료부터 수술일정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빨랐고 여러 가지로 잘 선택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후배에게 토요일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것과 의사가 했던 이야기를 하며 아무래도 암인 것 같다고 했더니, 시간 끌지 말고 바로 예약을 하라고 했다.
주말 동안 빅 5중 한 곳과 암 전문병원을 놓고, 반복되는 고민을 하다가 초진 병원에서 빨리 수술해야 한다고 했던 말이 마음에 걸려 월요일에 후배의 도움으로 암 전문병원에 예약을 했다.
다행히 첫 진료를 다음날인 화요일 오전에 바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진료예약을 마치고 다음날 첫 진료를 받기 위해 토요일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던 병원에 방문을 했다. 진료의뢰서와 대장내시경을 받았던 기록을 CD로 발급을 받고 나니 다시 마음에 갈등이 생겼다.
예약했던 병원보다 빅 5중 내가 가고 싶은 병원이 집에서 조금 더 가깝기도 했고 아무래도 국내에서 손꼽히는 병원이니 그곳으로 가는 것이 나을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보험사에 연계돼있는 서비스센터로 연락을 해서 원하던 병원에 예약이 가능한지를 물어보았다.
상담원은 진료예약은 일주일 후 가능한데 수술일정이 어느 정도가 소요될지는 장담해서 대답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좀 더 고민을 하고 연락을 하겠다고 전화를 끊고 먼저 예약한 병원을 선택하게 되었다.

산부추 꽃

혼자 찾아간 암 전문병원

담당의사에게 혼자 온 나에게 혼자 왔냐고 물었다. 웃으면서 "그냥 말씀하셔도 됩니다. 암이면 선생님이 고쳐주실 거잖아요."라고 말했더니 "씩씩하시네요."라고 하더니 암이라는 말은 하지 않고 "밖에 나가서 대기하시면 안내해 줄 겁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진료실 앞에 앉아 있으니 간호사가 불러 사인하라며 서류를 내밀었다. 서류는 산정특례 대상자 신청서였고 질병 항목 중 암에 체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암의 사이즈가 커서 소화기내과에서 외과로 옮겨야 한다며 외과의사를 지정해 주며 검사 일정을 안내해 주었다.
내가 암이라는 것은 의사의 말이 아닌 서류에 체크된 항목으로 확실해졌고 몇 시간 후 건강보험 공단으로부터 5년간 산정특례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안내 문자를 받게 되었다.
아침을 굶고 찾아갔던 병원에서 오후에 대장내시경 검사와 또 다른 검사 2가지를 받았는데 대장내시경 검사를 수면으로 하지를 않아서 너무 고생을 했다. 검사 후 지칠 대로 지쳐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바로 운전을 할 수 없어 차에서 한참을 누워 있다가 출발을 했다.
첫 진료를 받는 날 검사까지 받을 수 있으니 병원은 혼자 가지 않기를 권유한다.

블루데이지(청화국)

빠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 선택

첫 진료받던 날 오후에 암수술을 위한 검사가 시작되었고 그렇게 나는 암환자가 되었다.
암 진단을 받고 며칠에 걸쳐 여러 가지 검사를 한 후 외과 담당의사 선생님에게 진료를 받았다. 대장 그림을 놓고 암이 있는 위치에 대한 설명과 암 기수에 대한 설명 그리고 내가 받아야 하는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수술일정을 잡았다.
암 전문병원에서 첫 진료를 받은 날부터 15일 만에 암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을 기다리는 15일 사이에 수술 전 몸보신을 한다고 보양식을 먹었는데 장이 더 좁아졌는지 며칠을 변을 못 보더니 배에 가스가 차서 현기증과 울렁증으로 급하게 병원을 찾게 되었다.
처음 대장내시경을 받았던 병원으로 갔는데 담당의사는 장이 좁아져있어 음식을 주의하라고 했더니 왜 조심하지 않았냐고 화를 내면서 관장을 하고도 변을 보지 못하면 수술 예약되어있는 병원에 가서 응급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사실 그런 안내를 받은 기억이 없었는데 그때는 그것을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다행히 관장이 성공해 변을 보기는 했지만 너무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 후로 수술받을 때까지 음식을 조심해서 먹었는데 수술을 기다리는 기간이 길지 않았던 게 너무도 다행이었다.

월출산

집과의 거리가 너무 멀지 않은 병원 선택

암수술 전 필요한 검사를 받기 시작할 때부터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받다가 보면 병원에 자주 방문하게 되는데 특히 항암치료를 받고 귀가를 하려면 메스꺼움과 어지러움 때문에 차멀미가 심해 이동 중 너무 괴로웠었다.
방사선 치료는 몇 주 동안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병원과 집의 거리가 먼 경우에 병원 근처에 방을 얻어놓고 지내는 암환우들도 있었다.
대형병원을 다니는 암환우 중 CT 검사를 새벽 2,3시에 실시하는 곳이 있어 지방에서 다니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먼 거리까지 동행해 줄 가족이 있다면 몰라도 혼자서 병원을 다녀야 하는 경우라면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병원을 정할 때에는 이런 부분까지 고민을 해 봐야 한다.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오고 가는 것이 힘들어 중간에 집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옮기는 경우도 보았다.
처음 병원을 선택하고 나면 치료를 받는 도중에 병원을 옮긴다는 것이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치료받을 병원을 선택할 때 충분히 고민을 해보아야 할 부분인 듯하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병원과 유명한 의사를 선택하더라도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가까운 병원을 다니면서도 치료를 잘 받아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어느 선택이 옳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암은 대부분 몇년동안 치료와 정기검진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병원을 선택할 때 2가지 내용도 고려해서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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