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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투병기

[암 투병기]45. 오래도록 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암환우에게

by 토끼랑께 2021. 10. 7.

들판에 있는 곡식들을 단단히 영글게 하려고 그러는지 요 며칠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어서 날씨가 더워도 너무 덥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 오후 조금 늦은 시간에 산책을 하려고 나서니 들녘은 황금빛으로 변해있고 멀리 고구마 밭에서는 수확이 한창이다.
며칠 전까지 활짝 피였던 코스모스가 어느새 꽃송이보다 꽃씨가 더 많아 보였다.
올봄 이곳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봄꽃을 보던 때가 얼마 전인 듯한데 벌써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흐름이 너무도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세월의 속도는 나이와 비례한다고 했던 이야기가 너무도 실감이 난다.

고구마 수확현장

대장암으로 진단을 받은지도 이달 21일이면 7년이 된다.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한 후 항암치료를 받을 때에는 시간이 너무도 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치료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흘러버렸다.

최근 만나는 지인들은 내게 건강해 보인다고 하면서 암 투병하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긍정적이었다며 그 덕분에 암을 이겨낸 것 같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며칠 전 6년 전 12번의 항암치료를 끝내고 요양을 하기 위해 내려가 있던 장성의 축령산 편백숲에서 식당을 운영하시던 부부를 2년만에 만났었다. 그때 인연을 맺어 지금도 가끔 주변에 여행을 가게 되면 만나서 식사도 하고 여행도 함께 하고는 한다.
그 당시 남편과 둘이서 배낭을 메고 돗자리를 챙겨서 편백숲으로 오르내리던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건강을 회복해서 너무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대장암을 진단받고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었다.
수술 전 검사를 하고, 담당의사와 수술일정을 잡고, 수술 날을 기다리는 동안 마치 구름에 붕 떠있는 기분으로 살았던 것 같다. 가족들과 가까운 지인들이 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몸보신시킨다고 음식을 사 먹이고 기분전환을 시켜주고는 했었다.
그렇게 사랑과 애정으로 위해주는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잘 이겨낼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하며 활짝 웃어 보이고는 했었다.
주변에서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낙심하지 않고 씩씩해서 너무 다행이라고 했고 그 마음이면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전혀 아무렇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가족이나 지인들과 있을 때는 활짝 웃으며 씩씩하게 굴었지만 혼자 있을 때는 순간 무언가가 울컥 올라오며 눈물이 확 쏟아지는 경험도 몇 번 했었다. 그럴 때면 나 스스로에게 '괜찮아 괜찮아 다 잘될 거야' 하며 나 자신을 다독였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두 눈을 깜박거려 눈물을 거두고 심호흡을 하면 다시 마음이 진정되고는 했다.

감사하게도 처음 몇 년은 수술과 항암치료를 반복하면서 고생을 했었지만 3번째 수술 이후 한방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암이 발견되지 않았고 그 후 지금까지 거의 5년간 잘 지내고 있다.
이렇게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 가족이나 지인 중에 암 진단을 받게 되면 그동안의 치료법과 식이요법을 묻고는 했고 나는 열심히 내가 받았던 치료와 식이요법 그리고 운동방법까지 자세하게 알려주고는 했다.
그리고 이렇게 블로그에 글까지 쓰게 되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대장암 투병기를 계속 써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받았던 치료와 식이요법 그리고 운동방법 등을 공유해왔는데 처음으로 이런 일들이 잘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암환우마다 암의 종류도 다르고 진행상태도 다르기에 내가 했던 방법이 모두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건강을 찾게 해 주었기에 나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해왔었다.

5년 전 첫 암 요양병원에 입원했을 때 만나서 친하게 지냈고 지금껏 계속 연락을 하고 지내던 암환우가 있다. 그 당시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지금껏 반복되는 항암치료를 하고 있었다.
연락을 계속 주고받고 있었기에 그동안 내가 어떻게 치료를 받았고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4개월 전에 그동안 반복되는 항암치료에 지쳐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내가 입원했었던 암 요양병원 중 한 곳으로 옮겨서 체질식을 먹으면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지내는 동안 몇 번 통화를 했었는데 목소리도 좋고 컨디션도 좋아지는 듯했다. 그런데 며칠 전 뇌에 있는 암이 커져서 감마나이프로 수술을 했다고 한다.

'얼마나 막막하고 마음이 힘들까?'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철저히 몸을 관리했기에 더 마음이 힘들고, 그동안 했던 수고가 헛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거라고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6년 전 폐 전이로 수술받고 항암치료를 다시 하게 되면서 암 요양병원에 입원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치료를 받았었다. 암 요양병원에서 권하는 여러 가지 치료를 받았고 열심히 운동도 하며 9개월을 지냈는데 항암치료가 끝난 지 3개월 만에 양쪽 폐에 다시 암이 생겨 다시 수술을 해야 했었다. 그 당시 암 요양병원의 모든 치료가 헛되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치료를 받아야 하나 막막하기만 했었다.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나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었던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대로 전에 있던 암 요양병원에서 있으면서 계속 항암치료를 받았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동안 암을 겪으면서 주변에 많은 암환우들을 보아왔는데 암 치료에 좋다는 방법을 찾아 여러 가지 치료를 받아도 사람에 따라 결과는 다 달랐었다. 그리고 좋은 치료 방법대로 치료를 시도해 볼 시간조차 주워지지 않는 경우도 보았었다.
그래서 아직 기회가 있을 때 한 번쯤은 다른 치료를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오랜 고민 끝에 용기를 내어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치료를 받았던 그 암환우가 힘들 생각을 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어 어떠한 말도 들리지 않겠지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잘 버텨줘요."라고...
전에 어떤 암환우가 내게 해주었던 말이다.
"잘 버텨봅시다. 하루가 다르게 의학이 발전되고 있으니 반드시 좋은 치료제가 나올 거라고 믿고 그때까지 잘 버텨봅시다." 그 말을 내게 해주었던 그 암환우도 지금껏 잘 지내고 있다.
그러니 기운을 내고 잘 버텨 주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꼭 쾌유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https://youtu.be/rRE7Vvhs2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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