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서 명절이 돌아오면 친정엄마에게 어깨너머로 배운 식혜를 만들어 먹었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기는 했지만 맛있는 식혜를 만드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고 가족들도 맛있게 먹고는 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게 되고 친정엄마와 함께 살면서 20년을 넘게 직접 식혜를 만들지 않고 친정엄마가 만들어 주는 것만 먹어왔더니 식혜를 만드는 방법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게 되었다.
이번 추석명절은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명절이다. 음식 준비를 해야 하는데 막상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는다. 일주일 전 명절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려고 집에 있는 식재료를 먼저 확인하다가 지난 설에 식혜를 만들려고 사다 놓았던 엿기름을 발견하게 되었다.
식혜 만들기
재료
엿기름 500g, 생수 4.5L, 설탕 1컵(200ml), 쌀조청 1컵(200ml), 밥 3 공기
큰 그릇에 생수 2L를 붓고 엿기름 500g을 다 쏟아부었다.
위생장갑을 낀 손으로 엿기름을 물에 바각바각 주물러 준 후 창가에 1 시간 정도 놓아두었다.
엿기름을 물에 담가놓고서 식혜 만들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순간 식혜를 만들기 위한 도구가 내게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엿기름 자루도 없고 엿기름에 밥을 넣고 삭힐 대형 전기밥솥도 없다.
집에 있는 것은 오쿠와 딸이 자취할 때 사용하던 미니 전기밥솥만 있을 뿐이다.
이렇게 몇십 년 만에 식혜 만들기는 우왕좌왕 시작이 되었다.
1. 엿기름 물 내리기
생수에 담가놓았던 엿기름을 장갑을 끼고 5분 이상 주물러 준 후 체에 걸러주었다. 처음에 작은 체로 하다가 큰 체로 교체해서 엿기름 물을 걸러주었다.
첫 번째 실수는 체에 엿기름을 거를 때 베보자기나 면 보자기를 깔아줘야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체에 걸러 주었다. 아래 사진은 만든 식혜를 다 먹고 다시 만들면서 엿기름 거르는 것을 찍은 사진이다.
엿기름을 1차 거른 후 엿기름 찌꺼기에 생수를 1리터를 더 붓고 다시 손으로 주물러 준 후 다시 엿기름을 체에 걸러주었다.
체에 거른 엿기름 물은 4시간 이상 두어 앙금을 가라 앉혀준다.
2. 식혜 밥 짓기
두 번째 실수는 식혜에 넣을 밥을 진밥을 만든 것이다.
3. 엿기름물에 밥 삭히기
한 번도 오쿠에 식혜를 만들어 본 적이 없는데 이미 엿기름을 물에 담가놓았으니 오쿠에 청국장 발효 기능을 이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엿기름 물을 전기밥솥에 0.8L를 붓고 오쿠에 1.6L를 부어 주었다.
전기밥솥에 밥 1 공기를 넣어 풀어주었고
오쿠에는 밥 2 공기를 넣어 풀어 주었다.
전기밥솥에 엿기름물에 밥을 넣은 솥을 넣고 보온으로 눌러주었다.
오쿠 내열판에 물을 200ml를 부어준 후 엿기름물과 밥이 든 내솥을 올려주었다.
뚜껑을 덮어 잠가준 후 생각해 낸 방법이 청국장 발효기능이었다. 청국장 발효기능으로 세팅을 해놓고 기다렸다.
전기밥솥에 보온 기능이 3시간이 경과되었는데 밥알이 떴는지 궁금해졌다.
전기밥솥 뚜껑을 열어보니 밥알이 동동 떠있었다.
혹시나 해서 오쿠를 취소 버튼을 누른 후 열어보니 오쿠에 있는 밥알도 동동 떠있다.
아마도 밥이 질어서 빨리 뜬 듯하다. 시간이 이른 감은 있지만 밥알이 이렇게 여러 개 떴으니 이제 식혜를 끓여줘야 한다.
4. 식혜 끓이기
삭힌 엿기름과 밥을 큰솥에 옮겨 담은 후 생수 1.5L를 부어주었다.
밥이 질어서인지 밥알이 너무 일찍 삭았다. 그리고 삭힌 물이 맑지가 않았다.ㅠㅠ
예전에 친정엄마가 엿기름 앙금이 들어갔거나 찌꺼기가 있을 경우에는 식혜가 팔팔 끓을 때 거품을 잘 걷어내면 된다고 했던 말씀이 생각이 났다.
식혜가 팔팔 끓으면서 거품이 올라와한 곳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거품을 걷어줄 때가 된 것이다.
식혜의 거품을 걷어낸 후 불을 전기레인지 7에 맞추어 10분 정도 끓여준 후 설탕 1컵(200ml)과 쌀조청 1컵(200ml)을 넣어주고 3분간 더 끓여주었다.
국자로 식혜를 떠서 먹어보니 비주얼에 비해 맛은 기가 막혔다.
엿기름을 보고 충동적으로 도구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만든 식혜인데도 맛이 좋으니 기분이 좋았다.
식혜가 식은 다음에 생수병에 옮겨 담으니 2L 생수병으로 2병이 나오고도 500m가 더 나왔다.
한 병은 냉동실에 얼리고 남은 한 병은 냉장실에 넣었다.
아침에 일어나 갑자기 만들기 시작한 식혜는 우왕좌왕 실수를 연발하면서 만들었는데도 아주 맛있는 식혜가 되었다.
냉장고에 넣어두어 시원해진 식혜를 마셔보니 맛이 너무 좋았다. 금양체질인 내게 식혜는 좋은 음식이다.
오랜만에 식혜를 만들어 모양을 실패하고 나니 예전에 식혜를 만들며 친정엄마가 하시던 말과 만들었던 기억이 다시 났다.
식혜 만드는 방법이 기억이 난 김에 추석명절에 먹을 식혜를 다시 제대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오쿠에 엿기름물에 밥을 넣어 삭히고 있다.
식혜 만들기 중요 Tip
1. 엿기름을 생수에 담글 때에 물을 미지근하게 해서 담가 주면 1시간 이상 담가 준다.
2. 엿기름과 물의 비율은 엿기름 100g에 총 생수 양이 1L를 넣으면 된다.
엿기름을 물에 담글 때 이 비율로 부어주기도 하고, 2/3 정도만 넣어준 후 마지막에 식혜를 끓일 때 나머지 1/3 양을 넣어주기도 한다. 엿기름 농도가 짙을수록 밥알이 빨리 삭는다.
3. 엿기름 자루가 없는 경우 면포나 베보자기를 깔고 내려줘야 찌꺼기가 잘 걸러진다.
4. 엿기름 물은 4시간 이상 두어 앙금이 가라앉힌 후 위에 맑은 물을 사용한다. 앙금이 들어가면 식혜에 찌꺼기가 생긴다.
5. 밥은 평소보다 물 양을 적게 해서 고실고실하게 지어주는 것이 좋다.
6. 전기밥솥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기는 하지만, 오쿠를 사용할 때에는 원액 기능을 선택 후 조리시간을 00:00 만들어주고 1,2초 기다리면 보온기능으로 전환이 된다.
7. 전기밥솥을 사용할 경우는 삭히는 시간은 4~5시간 정도 , 오쿠는 6시간 이상 두면 된다. 단 너무 오래 두면 시어버릴 수 있으니 중간에 확인해서 밥알이 20개 이상 뜨면 끓여주는 것이 좋다.
8. 맑은 식혜를 원하면 흰 설탕만을 넣어주는데 원당과 쌀조청을 넣어 주어도 된다.
식혜를 만드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실상 한번 만들어 보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다. 그리고 시중에 파는 식혜와는 맛의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요즘은 엿기름이 티백으로도 나와있어 물에 엿기름을 담그고 체에 거르고 하는 작업을 하지 않다도 된다고 한다.
실패를 하더라도 이번 추석에는 한번 도전해 보기를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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