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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투병기

[암 투병기] 7. 암치료를 하며 겪었던 시행착오 1탄

by 토끼랑께 2021. 1. 28.

여유로운 산책길에서 네 잎 클로버 본 순간 허리를 굽혀 꺾으려 했다가 클로버의 꽃말이 생각 나 사진만 찍고 지나쳤다 다른 이들과 행운을 나누고 싶어서...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으면서 열심히 음식도 가려서 먹고 운동도 했지만 그 방법 중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후회가 되었던 일들이 있다.

네잎클로버는 행운 세잎 클로버는 행복

 첫 번째 암환자 운동이야기

 

6개월의 항암 치료를 마치고 편백숲에 두 달간 내려가 있던 나는 돌이켜 보면 그 좋은 환경에서 요양을 한 것이 아니라 극기 훈련을 했던 것 같다.

그때의 나의 몸상태는 12번의 항암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말초신경병증을 겪고 있었다. 손발이 저리고 따갑고 여름에도 수면양말을 신고 지내야 했었고 마트 식품대 근처만 가도 냉기 때문에 발바닥과 발끝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겪어야만 했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손은 다 나았지만 발은 신발안에 모래가 들은 느낌과 발바닥에 무언가를 덧대고 있는 느낌이 남아있다. 그런 몸으로 하루에 2시간씩 걸었었다. 밤에 자다가 화장실에라도 가려고 하면 발등 발목 무릎이 아파 간신히 달래 가며 다니면서도 무리한 운동 때문에 더 아프다는 생각보다는 항암 부작용이라 어쩔 수 없는 거라 받아들이고 시간이 가면 나아질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먼저 소개했던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책에서도 운동을 하되 무리는 하지 말라고 되어 있었는데 항암치료 중에는 기운이 없으니 잘 지키다가 항암이 끝나니 빨리 암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그 말은 잊고 대장암환자는 누우면 죽고 걸어야 산다는 말만을 떠올렸던 것 같다.

 

 

덕유산 향적봉에서 내려다 본 산맥들

목표를 정하면 옆을 못 보는 나의 미련함

돌이켜 보면 나는 운동 중독자였다.

결혼하고 두 아이 출산 후 체중이 엄청 불어 생애 첫 다이어트를 시도했었는데 세끼 중 저녁을 굶고 식사 전 새벽에 한 시간씩 산을 뛰어서 다녔다.

그 결과로 한 달만에 5kg 이상을 감량했고 4개월 정도 되니 10kg를 감량했다. 그리고 무리한 운동의 결과로 신우신염에 걸려 고생을 했었다.

그 이후로 회사 생활을 하면서 살림과 일을 병행하다 보니 생활패턴과 식생활의 변화가 되었고 체중이 다시 급격히 늘었다. 20년 직장 생활 동안 3차례 정도 여러 방법의 다이어트식과 운동을 했는데 목표를 정하면 최선을 다하는 근성 때문에 원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회사 업무는 많은 사람을 접해야 하고 말을 하는 일이다 보니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맞대응하기가 어려웠고 나는 퇴근 후의 운동으로 관리를 했는데 회식이나 집안일로 운동을 못 가게 되면 온몸에 필요 없는 지방이 붙는 기분이 들어 불안하기까지 했다.

 

여행을 가면 정상은 기어서라도 밟아야 했다.

 

운동은 퇴근 후 회사 주변에서 하다 보니 지역별 자리이동 있을 때마다 운동 종목이 바뀌였었는데 스쿼시, 수영, 재즈댄스, 헬스, 요가, 에어로빅 등 다양한 운동을 했다.

종목이 바뀔 때마다 코치나 트레이너 한데 들었던 말은 "정말 열심히 하시네요."였다.

내가 암이 걸렸을 때 주변에서 놀랐던 이유도 그렇게 꾸준히 운동을 했는데 "왜 암이?" 였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갑작스럽게 집안 경제가 바닥이 되면서 두 아이 반듯하게 키워내야 한다는 마음에 치열하게 살면서 건강을 잃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운동을 열심히 했었지만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았던 것 같다.

회사 일에도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는데 그 최선이라는 것이 내가 참고 내가 양보하고 내가 먼저 하고 였다.

할 수 있고 없고를 떠다 해내야만 한다는 자세로 일을 했다.

나를 돌아보는 배려도 여유도 없이 목표를 정해 놓고 앞만 보고 달리는 삶이었다.

 

뮤지컬 엘리자벳을 보고 나서

그때에는 내게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제는 무리한 운동은 하지 않고 적당하게 시간을 정해놓고 한다.

그리고 운동보다는 스트레칭과 바른 자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산을 가더라도 힘겨운 산행보다는 산책로 위주로 걷고 산속에 앉아 산의 내음을 맡으며 쉼의 시간을 갖는다.

땅만 보고 숨이 턱에 차도록 걸어 올라가 정상을 올랐다는 성취감보다는 주위에 풍경과 작은 꽃들을 보며 자연을 만끽한다.

산책로에서 만난 이름모를 꽃

암을 겪고 난 지금은 모든 게 감사하다. 

이제는 나를 배려하게도 되었다.

국민체조

내 몸을 위해 매일 하고 있는 운동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일어나지 않고 심호흡을 여러 번 하고 기지개를 켠다.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어주는데 10분 분량의 동영상을 틀어놓고 소리만 들으며 따라 한다.

침대에서 내려오면 고양이소 자세와 코브라 자세를 한 후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하루 생활중에도 같은 동작을 오래 유지할 때는 1시간에 한번 정도라도 테이블이나 바닥 또는 벽을 잡고라도 코브라 자세를 하며 척추의 자세를 잡아준다.

매일 30분에서 1시간가량 음악을 들으며 걷기 운동을 하는데 운동 전은 반드시 국민체조를 하고 나간다.

코로나 때문에 단체로 주 2회 수업하던 요가는 1년 넘게 못하고 있고 주 1회 1:1로 하는 필라테스 수업을 받고 있다.

내 몸에 맞는 운동법을 찾았고 여유롭게 여행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는 지금의 삶이 너무 감사하다.

 

천리포 수목원에서바라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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