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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투병기

[암 투병기]4.피톤치드 가득한 장성 축령산 치유의 숲

by 토끼랑께 2021. 1. 22.

내가 축령산 편백숲을 처음 간 것은 2015년 5월 말이었다. 사계절 변함없는 푸른 숲에서 내뿜는 편백나무 향이 내 몸과 마음을 깨끗이 정화시켜주는 듯하다.

눈내리는 날의 장성 축령산

 

메르스를 피해 처음 찾아갔던 장성 축령산 편백숲을 코로나 19를 피해 다시 찾아갔다

 

대장암 진단을 받고 암수술을 하고 나니 주변에서 항암치료를 대비해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 달 동안 몸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었는데 그때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이 장어구이와 오리 한방백숙이었던 것 같다.

 항암치료는 2주 간격으로 12회 차를 받았는데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해 끝나갈 무렵에는 체력이 바닥까지 내려갔다.

떨어지는 체력과 함께 며칠을 꼼짝 못 하고 누워 지내다 보니 마음이 더욱 답답하고 우울증까지 오는 듯했다.

12월부터 항암치료를 시작했는데 3월부터는 항암 치료하러 들어가기 2,3일 전에는 기분전환을 위해 산과 바다를 찾아 여행을 하기 시작했고 거의 차 안에서 내다보거나 잠시 내려서 앉아 쉬다 오는 게 전부였지만 몸도 마음도 큰 위안이 되었다

 

모암저수지 위로 펼쳐진 눈내린 축령산

 

메르스 발생

12회 차 항암을 마쳤을 때가 2015년 5월 말경이었는데 내가 살고 있는 평택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이 되었다.
지금의 코로나 19 사태가 그러하듯 뉴스에서는 메르스 관련 방송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나는 남편과 함께 메르스를 피해 지인이 추천해준 장성에 있는 축령산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축령산 편백숲
전북고창과 전남장성 경계에 위치해 있다. 

 

고창 IC를 통해 모암 저수지 방향에 있는 장성 축령산 황토 편백 펜션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펜션 옆길을 따라 걸어가니 뒤에 커다란 주차장이 있고 주차장 옆과 뒤로 편백나무가 하늘로 쭉쭉 곧게 뻗어있다.

 

축령산 편백숲은 현재 산림청에서 '장성 치유의 숲'으로 관리하고 있다.

처음 보는 편백숲의 모습에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편백나무에는 피톤치드라는 천연 항균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살균작용이 뛰어나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가까이 와서 접하니 하늘 향해 시원하게 뻗어있는 모습은 물론 편백향이 너무도 좋았다.

숲에 가만히 있기만 해도 몸속에 나쁜 기운이 다 빠져나가고 좋은 기운이 가득 채워질 것 같았다.

오후에 도착한 우리는 펜션 주변 가까운 숲과 저수지를 걸으며 오길 잘했다는 말을 반복하며 좋아했다.

 

 

모암저수지 옆 숲길에서 주차장에 가는 길에 편백나무 톱밥을 깔아놓았다

 

축령산은 올라가는 입구가 추암 대덕마을 금곡 영화마을 모암마을 등 여러 곳이 있는데

사람들이 주로 많이 오르는 입구는 추암마을과 금곡 영화마을 쪽이다.

그런데 나는 처음 접했던 모암마을에서 올라가는 길을 제일 좋아한다. 올라가는 길에 옆으로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너무 좋다. 

 

금곡영화마을 입구의 코스모스 금곡마을에서 '태백산맥' '내 마음의 풍금' 등을 촬영하며 금곡영화마을로 불리게 되었다한다.
축령산 안내도

 

모암 저수지에서 출발해 치유 필드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완만한 편이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다.

축령산 편백숲은 조림왕 임종국 선생이 사재를 털어 자기 소유 1ha에 삼나무 5,000주를 심으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축령산에는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함께 조성되어 있는데 처음에 갔을 때는 나무만 보고는 구분을 하지 못했었는데 잎이 모양으로 구분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상에서 보는 편백나무 

 

치유의 숲은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는 게 넓은 평상이 곳곳에 설치되어있었다.

평상 위에 돗자리를 깔고 음식을 먹는 사람도 있고 누워서 얇은 이불을 덮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도 평상에 누워 보니 시원한 바람과 청량한 숲 내음 그리고 새소리에 온몸이 힐링이 되고 있음이 느꼈다.

 

장성 축령산 치유필드

 

민박 구하기

그날 그곳에서 암환우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분은 폐암환자인데 폐에 암이 모래알 뿌려지듯 있어서 수술을 할 수가 없어 먹는 항암제를 복용하고 있고 이곳 마을에 방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마을에 요양하고 있는 암환우들이 여러 명 있다며 항암치료 끝났으면 와서 지내보라고 권유해 주었다. 

나는 남편에게 집에 가봐야 메르스 때문에 외출도 못하고 집에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자꾸 찾아오니 이곳에서 한 달만 지내보았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우리는 축령산 주변 마을을 한참을 돌아다녀서 어렵게 안마당에 텃밭이 있는 집을  한 달 계약으로 얻게 되었다.

 

축령산아래 마을
마을안에는 빨래터도 있는데 물에 다슬기가 살고 있다

 

 

축령산 날다람쥐 되다

그렇게 축령산 살이가 시작되었고 아침에 밥을 해서 먹고 점심 도시락을 싸서 돗자리를 들고 축령산에 오르면 저녁 무렵에 내려오는 생활을 시작했다.

머무는 동안 여러 코스의 길을 섭렵했고 축령산 정상에도 몇 번 올라 가보았다.

걸어야 산다는 생각과 완치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열심히도 걸어 다녔던 것 같다.

우리에게 집을 빌려준 식당 사장님은 이제 축령산 날다람쥐가 다되었다며 너무 무리는 하지 말라고 하셨다.

 

축령산 치유필드 평상에 자리잡기

 

한 달 계획으로 시작된 축령산에서의 생활은 두 달을 지내게 되었고 그 이후로도 한동안은 자주 찾아가서 머물 고는 했었다.

작년 5월에도 다녀왔었는데 장성군과 산림청에서 시설투자를 많이 했는지 예전에 내가 머물 때보다 산책길 주변과 계곡 주변에 휴식공간이 많이 조성되어있었다.

 

 

2015년 11월 첫눈 오던날 축령산 입구

 

그곳에 가면 5년 전에 다니던 곳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이제는 암을 이겨내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의 발걸음이 아닌 진정한 쉼에 시간을 갖고 가슴 가득 편백숲의 향을 담아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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