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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투병기

[암 투병기]9.암 요양병원 사전 조사하기

by 토끼랑께 2021. 2. 4.

대장암으로 처음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은 집에서 지내면서 병원 치료를 받았었다. 항암치료가 끝나는 시점에 평택에 있는 성모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을 때 전남 장성에 있는 축령산 편백숲에서 2개월 지내고 집으로 돌아와 일상의 생활로 돌아왔다. 내가 먹을 음식은 물론이고 가족들 음식과 빨래 청소 그리고 몸이 불편한 친정엄마를 챙기는 것도 내 몫이 되었다.

 

오늘 산책길에 만난 청둥오리들 물에서 무언가 열심히 먹고있다

 

한쪽 폐에 전이되어 있는 종양을 항암치료 후 3개월 만에 CT 검사를 하였는데 종양의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건강관리를 잘하면 나아질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그날 병원에서 우연히 항암 중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환우를 만났고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 암 요양병원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암 요양병원은 말기가 돼서야 만 찾는 곳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암 요양병원에 대한 생각

그때의 나의 상태는 항암치료는 끝났어도 온몸이 후유증으로 쑤시고 아팠다. 더러는 갑자기 기운이 빠져 꼼짝도 못 하고 누워만 있을 때도 있었다.  S결장절제술을 한 후로는 화장실을 하루에 10회 이상 다니고 있었다. 밤에도 자다가 두 차례씩은 화장실을 갖다. 어쩌다 지인과 식사를 하게 되면 식사 중간에도 화장실을 다녀와야 해서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면 함께 식사하기도 어려웠고 장거리를 이동할 때도 화장실 가야 하는 일이 큰일이었다.

나는 그런 모든 번거로움이나 아픔이 수술을 했으니 항암을 했으니 당연히 겪어야 되는 아픔인 줄만 알고 참고 살았는데 그 또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몇 년 후 대상포진으로 통증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항암치료로 인한 통증도 초기에 치료하면 개선될 가능성이 큰데 시간이 늦어지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치료받지 못할 것을 후회한 적도 있다.

 

담양 죽녹원

 

암 요양병원 이야기를 듣고 오니 나도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폐에 전이되어있는 종양이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온몸에 남아 있는 통증 치료도 하고 싶어서였다.

암 요양병원 사전조사

암 요양병원 추천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우선 4곳을 선정했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을 검색해서 거리와 시간을 확인한 후 2일로 나누어 가보기로 했다.

첫 번째 가본 곳은 가평에 있는 암 요양병원이었다.

사전에 전화로 상담예약을 하고 찾아갔는데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지만 그 당시에는 큰 도로에서 들어가는 길이 엄청 멀었고 비포장도로를 꼬불꼬불 들어갔다. 지금 생각해보니 첩첩산중이라 공기는 엄청 좋았다는 것과 건물은 단층의 여러 개 동으로 되어있었던 기억 밖에는 없다. 들어가는 길에 비좁아 다른 차와 마주치면 후진해서 조금이라도 넓은 쪽으로 이동해서 겨우 비켜 들어갔다. 이렇게 교통이 불편한 곳에 있다가 위급상황이라도 생기면 신속하게 이동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과 가족들이 보러 안 오면 나오기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다른 내용은 하나도 눈에 안 들어오고 귀에 안 들렸던 것 같다.

 

두 번째 가본 곳은 남양주에 있는 암 요양병원이었다.

병원을 진입하는 도로가 잘되어있었고 산 중턱에 있어 숲 내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환경이 좋다는 생각을 하며 들어갔다. 도착하니 건물이 여러층으로 되어 있는데 본 병원에서 항암 치료하던 기억이 떠올라 요양병원이라기보다는 일반 병원의 느낌이 드는 것이 싫었다. 그리고 암환자 식단이 다 채식으로 되어있다는 것에 자신이 없었다. 그때까지는 내가 아무리 대장암이었지만 가끔은 소고기도 오리고기도 장어도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종교적인 것도 작용을 했다.

 

인제 자작나무숲

 

세 번째 가본 곳은 광주에 있는 암 요양병원이었다.

이곳은 시내에서 접근이 용이한 곳이었다. 내부시설을 돌아보는데 병실 복도 폭이 너무 좁다는 생각을 하며 걷다가 양쪽으로 마주 보고 열린 병실을 통해 느껴지는 공기가 환기가 제대로 안되어 나는 특유에 냄새가 났다. 유난히 후각이 예민해 조금만 안 좋은 냄새에도 구토를 하는 나는 순간 메스꺼움(이것은 나의 체질상 특이함일 수는 있습니다.)때문에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이곳은 기억하면 병실 복도의 그 기억만 남아있다.

 

네 번째 가본 곳은 춘천에 있는 암 요양병원이었다.

춘천이라 하지만 가평에 더 가까운 듯한 곳이었는데 들어가는 진입로가 길기는 하지만 첫 번째 가본 곳보다는 도로가 훨씬 수월했고 도착하니 지은 지 얼마 안 되어 건물이 깨끗했다. 상담을 받은 후 들어가 보니 환자들의 편의 시설이 잘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 환우들이 좌훈을 하기 위에 찜질복을 입고 있는 방도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원적외선 찜질방을 다니던 터라 방문한 곳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편백숲

 

직접 다녀오고 보니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와는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1. 환자 본인이 있고 싶어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2. 병원 진입로와 병원 건물 주변의 환경 그리고 병원 건물 구조와 환자들을 위한 편의 시설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눈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홈페이지에 요가 프로그램이 있다고 되어있는데 막상 가보니 참여인원이 저조해 운영이 중단되어있기도 했고 요즈음은 코로나 때문에 있어도 운영안 하겠지만 찜질방은 있어도 운영되지 않는 곳도 있다.

3. 병원과의 거리도 고려해야 한다. 병원에 매일 가야 하는 경우는 병원과 가까운 곳일수록 좋다. 서울 근교에는 차량 운행을 해주는 요양 병원도 있는데 내가 다니는 병원이 해당이 안되기도 하고 되더라도 다른 병원을  거쳐서 다니기에 차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4. 암 요양 병원 비용

몇 인실을 사용하고 어떤 치료를 받는지에 따라 암 요양병원의 한 달 입원 치료비용은 25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였다.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실비보험이 있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의료기기나 주사제등은 병원마다 거의 비슷하게 갖추워져 있다.

그때는 경험이 없다 보니 중요한 식사를 먹어보지 못했다.

이렇게 4곳이나 사전 조사를 하고도 암 요양병원에 가려하니 집 식구들이 걱정이 되어 바로 떠나지를 못하고 집에 머물렀다.

다음 편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가게 된 암 요양 병원과 옮겨 갔던 다른 암 요양병원 이야기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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