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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투병기

[암 투병기]36.대장암에서 폐 전이로 양쪽 폐를 수술하던 날

by 토끼랑께 2021. 7. 13.

7년 전 대장암 진단을 받고 그해 11월 초에 S결장절제술을 복강경 수술로 받았다. 수술 전 안내를 받을 때에 복강경으로 수술을 하다가 종양이 생각보다 크면 개복수술을 할 수도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수술 후 담당의사 선생님은 다행히 종양이 한 곳에 뭉쳐있어 20cm만 절제했다며 림프절 하나가 살짝 먹어 3기 a라고 했다.
6개월간 12번의 항암치료를 받은 후 7개월 만에 폐로 전이돼있던 한 개의 종양이 사이즈가 커지면서 양쪽 폐로 종양이 늘어났다며 폐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폐 수술은 쐐기절제술로 흉강경 수술로 받게 되었다. 처음 대장 수술을 할 때보다 항암치료가 더 힘들었던 나는 수술을 받게 된다는 것보다 수술이 끝난 후 항암치료를 다시 12번 받아야 한다는 말에 더 상심을 했었다.
폐 수술은 그해 여름 메르스 사태로 미루어졌던 수술일정으로 인해 한 달 뒤인 다음 해 1월에 수술을 받게 되었다.

딸과 함께 했던 여행지(크로아티아 스플리트

양쪽 폐를 수술하기 위한 준비

수술 당일 날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간호사 선생님이 내 머리를 양갈래로 묶어야 한다며 고무줄 두 개를 갖고 와서 직접 머리를 묶어 주었다. 순간 딸과 나는 복도에서 마주쳤던 양갈래 머리를 했던 환자들을 떠올리고는 그 헤어스타일이 이런 이유였다는 것을 알고 크게 웃었다.
처음 암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간간이 복도에서 양갈래로 머리를 묶거나 땋아 내린 환자들을 마주친 적이 있는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한 환자들을 보면서 딸하고 둘이서 여기 병원은 양갈래 머리가 유행인가 보다고 하며 웃었던 적이 있었다.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처음 대장 수술을 할 때에는 짧은 단발머리여서 묵지를 않고 수술 모자를 썼지만 머리가 길으면 흘러내릴까 봐 양갈래로 묶거나 땋은 후 수술 모자를 쓰게 하는 거였었다.

수술준비 완료

폐 수술 전 머리를 양갈래로 묶고 환자복을 뒤로 돌려 입으니 딸이 기념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한다. 대장 수술과 항암치료를 해보았던 나는 손가락으로 V를 만들며 찍었다.
 
수술 전 입원실에서부터 수술실에 들어가 수술 직전까지 이름 확인부터 시작해서 금식을 잘 지켰는지, 손톱과 발톱에 매니큐어를 다 지웠는지, 틀니 한 것은 없는지, 그리고 수술복 속에 속옷 안 입은 것이 맞는지 등 수술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는지를 수업이 반복해서 확인한다.
폐 수술은 환자상태와 상관없이 수술 당일은 중환자실에서 하룻밤을 지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딸과 함께 했던 여행지(필리핀 보홀 호텔)

폐 수술 후 중환자실 행

수술을 마치고 의식이 조금 돌아오는 듯 하니 회복실에서 어디론가 이동을 시키는데 가족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듯하다 이내 다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누군가 "호흡하세요." 하는 소리에 눈을 뜨니 중환자실인 듯했다.  수술 후에는 심호흡(횡격막 호흡)을 자주해야 하는데 순간 다시 잠이 들어 호흡을 안 하면 내 몸과 연결된 장치에서 소리가 울리고 그 소리가 나면 간호사는 내 이름을 호명하며 호흡을 하라고 했다.
차츰 의식이 돌아오니 가슴 쪽에 통증이 너무 심했다.  코에 산소호흡기가 연결되어 있고 , 내 몸에 이전보다 더 많은 줄이 연결되어 있었다. 
대장암 수술 시에는 가느다란 배액관과 소변줄 그리고 수액과 무통주사를 위한 줄이 있었다면 양쪽 폐를 수술하고 나니 양쪽으로 굵은 흉관 배액관과 네모난 배액병까지 매달고 있었다. 
대장암을 수술했을 때보다 통증도 심했고 자세를 바꾸려면 통증 때문에 쉽지 않았다. 무통주사를 매달고도 통증이 심할 때에는 진통제 주사를 맞아야 했다.

딸과 함께 했던 여행지(크로아티아 성벽투어)

가족을 안심시키기 위한 진통제 주사 찬스

그러던 중 보호자 면회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간호사에게 면회시간에 통증을 덜 느끼게 시간을 맞춰 진통제를 놓아줄 것을 부탁했다.
면회시간이 되자 중환자실 보호자들이 걱정 어린 얼굴로 환자를 보러 들어오고 있었다. 그중에 내게로 다가오는 딸아이에 모습이 보였다. 나는 딸을 보고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견딜만하다고... 딸아이는 그런 내 모습을 다른 가족들에게 보여준다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 그 순간 나는 휴대폰을 향해 활짝 웃었다.

폐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중환자실에서 만난 인연

중환자실 보호자 면회시간이 끝나고 나서 왼쪽에 있는 환자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와 같은 흉부외과 선생님에게 폐 수술을 받은 암환자인데 나이가 20살이 된 여학생이었다.
순간 너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저 어린 나이에 이런 고생을 할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같은 날 같은 의사 선생님에게 폐 수술을 한 인연으로 한동안 병원에 입원할 때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냈었고 그 여학생을 위해 처음으로 남을 위한 기도를 하게 되었다.

딸과 함께 했던 여행지(성 슈테판성당)

전신마취와 폐 수술 환자에게는 심호흡이 중요하다.

간호사 선생님은 그 여학생에게 자꾸 심호흡을 크게 하라고 하는데 제대로 심호흡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술 후 심호흡은 기운이 없어 힘든 것도 있지만 심호흡(횡격막 호흡)을 하다가 보면 양쪽 갈비뼈가 움직이게 되는데 그때 통증이 너무 심해서 하기가 힘들다.
전신마취를 했던 환자들에게는 수술 후 심호흡이 아주 중요하다.  특히 폐 수술을 한 환자에게는 더욱더 중요하다. 심호흡을 잘해야만 수술 시 쪼그라졌던 폐가 신속하게 재 팽창되고 늑막 강내에 유착되지 않으며, 수술 후 빠른 회복과 합병증 예방에 좋다고 한다.
옆에서 보다 안타까웠던 나는 "학생!" 하고 불렀다. 나를 쳐다보는 여학생에게 심호흡을 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 테니 나를 따라 해보라고 했다. 숨을 먼저 들이마시려고 하면 더 힘드니 우선 배속에 있는 숨을 최대한 뱉어 내라고 시켰다.  그리고 더 이상 숨을 내뱉을 수 없을 때 숨을 들이마시면 수월하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같이 시작해 보자고 했다. " 자 나를 따라 숨을 내뱉어 봐요. 시작~" 하고 내가 소리가 나게 호흡을 뱉어내었다.
숨을 내뱉다 보면 어느 순간 자동으로 숨을 들이마시게 된다. 그랬더니 여학생이 나를 따라 심호흡을 크게 하기 시작했고 그날 밤 중환자실에서 그 여학생과 함께 속도를 맞춰 수시로 심호흡을 했다. 
 
중환자실에서 폐 수술 환자들에게  큰기침을 자주 하게 하는데  큰기침을 해서 객담을 뱉어 내게 하려고 한다. 폐 수술을 한 상황에서 그냥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있는데 심호흡과 큰기침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음날 아침 그 여학생과 나는 각자의 병실로 내려가게 되었다. 그 여학생은 엄마에게 중환자실에서 내가 심호흡하는 것을 도와줬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여학생 엄마가 내 병실로 찾아와서 도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나도 자식을 키우고 있으니 그 엄마의 심정을 알 것 같아 병원에서 만나면 서로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했었다.

딸과 함께 했던 여행지(성 마르코 성당)

폐 수술 후 운동하기- 딸이 지키고 있어 게으름 피울 수 없었다.

병실에 내려와서도 계속 심호흡과 기침하기, 가래 배출하기, 걷기 운동을 해야만 했다.
딸은 의사 선생님이 내게 시킨 일은 정말 너무도 철저하게 지키게 했다. 절대로 사정 봐주는 일도 없었다.

  • 심호흡
  • 공불기(공불 기라고는 하지만 호흡을 내뱉는 것이 아니고 호흡을 들이마셔서 공을 올리는 운동이다.) 
  • 기침하기 -등 두들기 기구를 의료기 판매점에서 구입해서 큰기침을 할 때 객담이 나오게 하느냐 등 두들기 기구로 등을 세게 두들겨 주어야만 했다.
  • 걷기 운동 - 양쪽 폐에 연결된 흉관 배액 줄끝에 매달려있는 네모난 배액병까지 싣고 다니며 복도를 걸어야 만 했었다.

 
심호흡을 할 때에는 갈비뼈 바로 밑의 복부 위에 한 손을 올려놓고 숨을 들이실 때는 손이 올라오고 내쉴 때는 손이 내려가는 것을 느끼며 하는 것이 좋다.
폐 수술을 한 후 심호흡을 비롯해 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에 10개월 후 다시 폐 수술을 했을 때에 폐가 협착된 부분이 하나도 없어 수술이 수월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 폐 수술을 했을 때는 진통제 주사를 맞고 약기운에 통증을 잘 못 느낄 때 심호흡과 큰기침을 집중적으로 열심히 했다. 그렇게 하니 확실히 통증을 덜 느끼며  할 수 있었고 더 빨리 회복이 되었었다.
 
환자복입은 사진외로는 3번째 암수술을 마친 후 건강히 회복되면서 딸과 함께 다녔던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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