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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투병기

[암 투병기]35. 폐 전이 수술 전 마음이 힘든 나와 함께해준 딸과 친구들

by 토끼랑께 2021. 6. 30.

대장암 진단 1년 만에 제주도로 여행 가기

대장암 진단을 받고 S결장 절제술을 한 후 항암치료를 마친 그해 11월에 딸과 제주도에 여행을 가게 되었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지극정성으로 간호했던 딸에 대한 고마움도 있었고 제주도의 이국적인 풍경과 푸른 바다가 보고 싶어서였다.
2박 3일간의 제주여행을 딸은 나의 체력을 고려해 조금이라도 더 편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잡았다.
제주 신라호텔을 예약하고 호텔 내에서 충분한 휴식과 즐길거리를 알아보았다.

김녕해변

제주에 도착해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딸과 단둘이 여행할 수 있을 만큼 건강이 회복된 것이 너무 감사했다. 제주에 일찍 도착해 비자림과 해변을 다닌 후 호텔에 조금 일찍 들어가 라운지 S에서 휴식을 취하며 책도 보고 달콤한 디저트와 향긋한 차를 마음껏 즐겼다.

제주 신라 호텔

저녁 전 숨비 정원을 거닐며 그동안 애썼다며 서로를 위로했다.
저녁에는 와인파티에 참석했는데 비가 와서 가든테라스에서 안 하고 로비에서 진행되었다. 여러 종류의 와인을 견과류와 치즈를 곁들여 즐길 수 있었다.

딸의 소원

와인을 앞에 놓고 맛만 보며 분위기를 즐기는 데 딸은 와인을 한잔 마셔 발그레한 얼굴로 내게 소원이 하나 있다고 했다.
나는 "내 딸 소원이라는데 엄마가 들어줘야지. 어서 이야기해봐."라고 했다. 딸은 "엄마! 내가 엄마를 너무 사랑하는 거 알지? 나는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도 엄마 딸로 태어나고 싶어. 그런데 하나님 나라에 갔을 때 엄마가 그곳에 없으면 너무 슬플 것 같아 그러니 나랑 딱 한 번만 교회에 함께 가줘."라고 했다.

딸과제주에서

7년 전 해외연수를 1년간 다녀온 딸은 해외에 있는 동안 교회에 다니게 되었었다. 나는 오랫동안 절에 다니고 있었는데 딸의 개종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며칠간 고민후 딸의 인생이라고 생각해 서로의 신앙을 존중해 주기로 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일요일이면 딸을 교회에 내려주고 절에 가고는 했었다.
그런데도 딸의 소원이라니 한 번은 가보겠다고 대답을 했다.

정기검사에서 폐 전이로 인한 양쪽 폐 수술 결정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후 병원에 정기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그동안 사이즈 변화가 없던 폐에 있던 종양이 사이즈가 커지고 주변으로 여러 개의 종양이 더 생겼다. 담당의사 선생님은 아무래도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흉부외과와 협진 일정을 잡았는데 당일 오후에 흉부외과 담당의사에게 진료를 받게 되었다. 흉부외과 담당의는 폐에 있는 종양이 크지 않기에 흉강경으로 쐐기절제술을 하면 된다며 쐐기절제술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폐 수술에 대한 설명을 다들은 후 나는 "선생님 이번에는 초기에 발견한 거니 수술만 하고 항암치료는 안 해도 되는 거죠?"하고 질문을 했다. 대장 수술보다 항암치료가 더 힘겨웠던 나는 항암치료를 또 할까 봐 겁이 낫었다.
담당의사 선생님이 " 항암 치료해야 됩니다."라고 대답하는데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양쪽 폐에 암이 있어 수술해야 한다는 말보다 내게는 더 힘든 말이었다. 남편이 내게 위로하느냐 무슨 말인가를 했는데 전혀 들리지 않았고, 그러는 남편에게 엄청 화를 냈던 것 같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한 시간 동안 머릿속이 복잡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려왔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기 직전에 " 어차피 벌어진 일 한 번 더 해봅시다."라고 남편에게 말했다.

직장동료와의 여행

며칠 후 직장동료를 만난 자리에서 폐 전이가 되어 수술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중 한 명은 내가 대장암 진단을 받기 6개월 전에 갑상선암으로 수술을 받았었다. 다행히 한 달 휴직 후 복직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즉석에서 동료 3명은 내가 수술받기 전에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크리스마스 전날 장성에 있는 축령산 편백숲으로 여행을 갔다. 축령산 편백숲과 영광 백수해안도로를 여행하며 4명이 웃고 떠들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는데, 그렇게 직장동료들과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전남 장성 축령산 편백숲
축령산 황토펜션
백수해안도로

새해 계획 세우기

한주 후 주말에 딸이 찾아오더니 분위기 좋은 브런치 카페에 함께 가자고 했다. 그리고 새해 계획을 세운 후 편지지에 작성했다. 딸은 작성한 내용을 봉투에 담아 서로 바꾸어 보관했다가 일 년 후 다시 이곳에 와서 서로에게 보여주자고 했다.

새해 계획


일 년 후 서로의 편지를 돌려받아 읽어봤는데 나는 목표했던 것을 절반이나 이루지 못했었다.
딸이 내게 일 년 계획을 세우게 하고, 일 년 후에 그 글을 개봉해 보자고 약속한 것은 내가 치료를 잘 견뎌내고 일 년 후에 다시 마주 할 수 있기를 바라서였을 거다.

폐 수술 후 받는 항암치료로 기절까지 하고

폐 수술 후 항암치료를 시작했는데 첫날부터 구토를 여러 번 했다. 밤에 혼자 항암제가 매달려 있는 봉을 밀고 화장실을 걸어가다가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에 눈을 뜨니 나는 병실 바닥에 이미 넘어져 있고 항암제가 매달려있는 봉이 쓰러지며 나는 소리였다. 순간 내가 기절을 했던 것인지 착각을 한 것인지 구분이 안 갔었다. 다음날 낮에 구토를 하다가 기절하면서 발작까지 했고, 항암치료를 중단했다. 첫 항암치료에 두 번의 기절을 한 나에게 주치의는 가끔 이런 부작용이 있는 환자가 있는데 그러다가 사망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내가 기절했다가 의식이 돌아올 때 딸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나를 위해 울면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 딸을 보며 '내가 교회를 다니다 죽으면 딸이 내가 하나님 나라에서 갔을 거라는 생각에 위안을 받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딸이 회사에 출근하고 남편과 함께 있는 동안도 계속 구토를 반복했고 나는 교회에 나가보기로 결심을 했다.
그리고 회사일을 마치고 병실에 들어온 딸에게 퇴원하면 교회에 나갈 테니 나를 위해 너희 하나님께 기도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딸의 기도소리를 들으며 입원 후 처음으로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3년 후 딸과의 제주여행 그리고 모녀 스냅

제주 모녀 스냅
백약이 오름

딸과 단둘이 제주여행을 다녀온 지 3년 후 봄, 딸과 단둘이 다시 제주도에 가서 모녀 스냅을 찍었다. 전날 비가 온후 폭풍 수준의 바람이 불었지만 사진은 너무도 평온하게 나왔다. 나와 딸의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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