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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투병기

[암 투병기] 2.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음식과의 싸움 그리고 시간 보내기

by 토끼랑께 2021. 1. 18.

암 진단을 받고 나면 암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만 하기도 하고 수술 후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하기도 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종양의 사이즈를 줄여보려 선 항암을 하고 난 후 수술하는 경우도 보았다.

암 수술하고 회복하는 동안에도 힘들었지만 내게는 항암치료가 견디기가 너무 괴로웠다.

처음 나는 1박 2일 입원해서 항암제를 맞는다는 안내를 받았다.

우리동네 뒷동산 진달래

항암치료

첫 항암을 위해 입원하자 한 달 전 받은 수술 경과를 보기 위해 대장 내시경을 통한 검사를 받았고 항암제를 맞기 위해 오른쪽 가슴 위쪽에 정맥과 연결하는 케모포트 삽입술을 받았다.

검사와 수술을 받느냐 굶었던 나는 딸을 졸라서 외부음식을 사다가 엄청 많이 먹었던 것 같다.

그로 인한 대가를 치를 줄도 모르고 말이다.

항암제를 주사 맞기 시작하고 몇 시간이 지나자 나는 뭔가 속이 답답하고 체한 듯도 하고 매스껍기도 해서 가만히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일어나 앉으면 나을 듯싶어 일어나 앉는 순간 갑자기 구토가 나기 시작했다.

몇 번을 토하고 나니 다리 힘이 풀려 걷기도 힘들고 정신이 다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당연히 그 이후로 어떤 음식을 줘도 먹기가 힘들었다. 심지어 물에서도 냄새가 나는 듯했고 퇴원해서까지 온몸에서 항암제 냄새가 나는 듯했다. 

첫 번째 항암치료는 내게는 충격적이었다 이렇게 12번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니 순간 이 모든 게 꿈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원해서도 며칠은 누워서 꼼짝을 못 하고 음식을 거의 먹질 못했고 누룽지를 끓여주면 겨우 한두 숟가락 먹는 거로 한 끼를 해결했던 것 같다.

다행히 일주일쯤 지나고 나니 아이 임신할 때 문득 먹고 싶은 음식이 떠오르듯 생각나는 음식이 있었다. 남편한테 음식을 청하면 남편은 시내에 나가 음식을 포장해다 줘서 먹고는 했는데 더러는 사 가지고 온 음식 냄새를 맡는 순간  갑자기 구토가 나서 포장을 풀지도 못하게 하고 빨리 치우라 소리치기도 했었다.

그때는 우리 집이 시내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어서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수가 없었는데 남편이 매번 음식 사러 다니느냐 고생을 했었다.

 

뒷동산 가는길에 있는 배 과수원

 

입원할 때는 기본적인 세면도구도 챙기지만 나의 경우에는 여벌의 속옷도 필요하다.

항암만 시작하면 덥지도 않은데 등에 자꾸 식은땀이 흘러 속옷은 물론 환자복까지 흠뻑 젖었다.

그리고 주변 맛집도 알아두면 좋다.

 

병원에서 주는 식사는 전혀 먹을 수가 없다 보니 2번째 입원할 때는 누룽 지하고 과일을 챙겨 갖었다.

다행히 첫날은 누룽지와 과일로 식사를 대신했는데 그다음 날은 그것 역시 먹을 수가 없었다.

2번째 항암부터는 너무 괴로워 병원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간호사 선생님한테 주사 맞는 시간을 최대한 빨리 끝나게 해달라고 재촉을 했었다.

나중에 폐 전이로 수술 후  항암을 할 때 안 사실인데 항암제 주사를 빨리 맞을수록 메스꺼움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단다. 그런 줄도 모르고 재촉만 했으니...

 

퇴원해서 집에 와 누룽지를 끓여 먹으려니 병원에서 먹던 누룽지가 생각났고 그 누룽지에서 항암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속이 메스껍고 구토가 나서 결국 그 후로 몇 년간은 누룽지를 전혀 먹지를 않았다.

3번째 입원 시 가져간 음식은 강냉이와 바나나였는데 그 역시 퇴원 후 또 못 먹게 되었다.

그뿐이 아니다 병원 1층에는 항암주사실이 있고 로비 쪽에 커피숍이 있었는데 그 좋던 커피 향이 항암제 냄새와 묘하게 섞여 커피 향이 나면 항암제 냄새가 떠올라 커피도 마실수가 없었다.

대부분 속이 메스꺼울 때는 누룽지 강냉이 견과류들을 권하는 데 내 경우는 소용이 없었던 거 같다.

그 후로는 어차피 입원할 때 한번 먹고 나면 싫어지니 대장암환자가 먹지 말아야 할 음식 중 내가 멀리해야 할 음식을 챙겨가서 먹기로 했다.  한 예로 빵순이였던 나는 빵을 종류를 바꿔가며 챙겨 갖고 가서 먹었고 그 후로는 한동안 빵을 먹지 않았다.

 

 

 

항암치료 중 음식

처음에는 누룽지를 먹었는데 몇 번 못 먹고 싫어져 죽과 미숫가루를 먹었다. 야채는 살짝 익혀서 먹는 게 소화가 잘된다.

식욕이 없으니 과일에 야채를 섞어 착즙을 해서 마시면 좋다. 과일도 부드러운 게 먹기 편한데 망고를 제일 많이 먹었다. 항암제를 맞으면 입안은 물론 식도와 위벽 장의 막이 벗겨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부드럽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먹는 게 좋다.

나중에 알게 된 음식 중 해독주스가 있는데 부드럽고 소화도 잘되고 변을 쉽게 볼 수 있어 나도 자주 만들어 먹었다.

다음에는 해독주스 만드는 방법을 올리려 한다.

 신경 분산시킬 시간 보내기

항암 치료가 거듭되면서 신경이 더욱 예민 해지고 피부도 예민 해져만 갔다.

주사를 맞을 때 주삿바늘과 주사 줄을 고정하려고 붙여놓은 테이프 주변이 붉게 변하고 물집까지 생겨 따가워서 고생도 하였고 항암치료 4번에 한 번씩 CT촬영을 하는데 조영제 부작용이 생겨 촬영 후 구토를 하기도 했다.

입원하는 순간부터 퇴원할 때까지 극도로 예민한 나의 신경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었다. 한동안 휴대폰에  TV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여 입원해 있는 동안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또 오해영 '을 열심히 봤다.

또 딸아이가' 비밀의 화원'이라는 책을 색연필과 함께 사다 줘서 색칠하며 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

그리고 친한 게 지내던 언니가 무언가 집중할게 필요하다 했더니 퀼트 재료를 주며 해보라고 가르쳐줘서 화장품 가방도 만들어 보고 작은 가방도 만들어 봤다.

 

내 생애 첫 퀼트작품
 염색한 천에 그림을 그리고  수도 놓아 한땀 한땀 손바느질로 완성한 가방이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어떻게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아 토하더라도 자꾸 먹어야 한다. 맛보는 그 한 숟가락의 음식이  하루를 더 버티게 해 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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