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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투병기

[암 투병기] 27. 암 진단 7년 차의 정기검진 하는 날

by 토끼랑께 2021. 4. 13.

오늘 6개월 만에 정기검사를 받는 날이다. 대장암 진단 후 전이와 재발로 여러 번 수술을 했던 나는 매번 검사를 받을 때마다 괜찮을 거라고 맘을 다잡으면서도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CT 검사를 위해서는 6시간 전부터 물도 마시지 말아야 하기에 아침에 일어나 목이 말라도 참아야만 했다.  8시 30분에 CT 검사가 예약되어 있지만 그전에 채혈을 해야 하고 CT 조영제 부작용 주사까지 맞으려면 늦어도 7시 50분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병원 앞 마지막 신호대기선에 서니 살짝 긴장이 된다. 전에 항암치료를 받으러 다닐 때에는 이곳 신호대기에서 왼쪽에 있는 병원 건물이 보이면 항암치료도 받기 전인데도 속이 메스껍고 구토가 나올 것 같았었다.

드디어 6개월 만에 또 이곳에 도착을 했다. 오늘 검사 결과가 좋게 해 달라는 기도가 저절로 나온다.

병원 1층 정문에 도착하자 기계 문진을 먼저 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 13자리를 누르고 이름이 나오자 질문 3가지가 나온다. 3가지 문항에 '아니오' 체크를 하고 나니 입장이 가능하다.

기계 문진을 끝내고 입구로 들어가니 손목에 스티커를 붙여준다.

병원 출입 스티커

2층 채혈실로 올라가니 채혈실 앞 번호표 뽑는 기계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이 번호표 뽑는 기계 앞에서부터 길게 줄을 서있었다.

이런 일이 처음이어서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직원이 와서 문을 열고 번호표 뽑는 기계를 내어놓았다. 직원은 번호표를 뽑는 사람들에게 수납을 하고 와서 채혈을 하라는 안내를 했다. 번호표를 뽑기 위해 줄을 서있는 사람들 중 수납 번호표를 손에 들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앞에 서 있는 여자분이 번호표 줄에 서있으면서도 수납창구에서 본인 번호가 호출되는지 쳐다보느냐고 계속 두리번거린다.  오지랖 넓은 나는 "혹시 후불카드 등록 안 해놓으셨어요?라고 질문을 했다. 앞에 여자분이 "그게 뭔데요?"라고 묻기에 설명을 해 주었다.

후불카드 등록은 '진료비 하이패스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본인의 카드를 등록하는 것을 말한다.

'진료비 하이패스'란 환자의 신용카드를 병원 원무과에 등록해 놓고 수납 창구 방문 없이 진찰 및 검사를 한 후 일괄 결재하는 진료비 후불서비스이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오늘과 같은 경우 수납에 신경 쓸 필요 없이 바로 채혈을 할 수 있다. 여러 과를 진료해도, 검사가 많아도 일일이 수납 후 하지 않기 때문에 신속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채혈을 한 후 1층 영상의학과에 가서 영상 검사지를 발행받아서 다시 2층 영상의학과 주사실로 올라왔다.

영상의학과 주사실

영상의학과 주사실 앞에서 번호표를 뽑고 앉아서 기다렸다. CT촬영 시 조영제를 투여하기 위해 주사를 맞는데, 이곳에서 미리 주사기를 혈관에 꽂고 이동을 한다. 나의 경우 CT 조영제 부작용으로 몇 번 구토와 기절을 한 적이 있어서 반드시 조영제 부작용 주사를 맞아야 한다. 평소에 혈관이 안 좋아 손등에 주사를 맞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왼쪽 팔 중앙에 맞았다. 손등에 맞을 때보다 훨씬 아프지 않았다. 

CT실 앞에 가서 서류를 내니 조영제 부작용 주사를 맞았으므로 20분 후에나 촬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CT촬영을 위해 눕자 긴장을 해서인지 심장이 쿵쾅거리면 진정이 되지를 않는다. 조영제가 들어갈 때 혈관통이 너무 심해 참으려고 노력해도 소리를 지를 때가 많다 보니 몸이 반응하는 듯하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도 감사하게 손등에서 팔로 주사기 위치를 바꿔서인지 전혀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사히 CT촬영을 마쳤지만 어지러워서 바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의료진의 부축을 받고 겨우 밖으로 나와 의자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한참을 앉아 있고 미지근한 물을 한잔 마시고 나니 어지러움이 나아졌다. 아직 진료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남아있다. 남편과 나는 병원 내에 있는 브레딧으로 갔다. 매번 검사를 마치고 나면 진료시간까지 이곳에서 와서 시간을 보낸다.

따끈한 커피와 유자차를 빵과 함께 먹으면서 한 시간을 보낸 후 진료실로 이동을 했다.

진료실 앞에 앉아 있자니 다시 검사 결과에 대한 염려로 긴장이 된다. 드디어 이름이 호명되어 남편과 함께 진료실에 들어갔다. 담당과장님은 6개월 전에 비해 모든 수치가 좋아졌다고 했다. 지난번에 몇 가지 염려되었던 수치로 정상으로 돌아왔고 심지여 좋은 간수치가 무척 높다며 어떻게 관리했느냐는 질문까지 받았다. 체질식과 운동치료가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지난번 검사 결과와 이번 검사 결과를 자세히 비교하고 싶어서 검사결과지를 신청했다.

통합창구

1층 통합창구에서 번호표를 뽑은 후 검사결과지를 신청하자 접수서류를 주면서 수납을 하고 오라고 했다.

 

1층 수납창구에서 검사결과지 발행 수수료와 진료비를 한 번에 계산한 후 진료 검사지를 받아서 병원을 나섰다.

안내창구
1층 편의점과 브레딧

CT 검사하는 과정도 다른 때보다 수월했고 검사 결과도 좋으니 너무도 감사하다.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 궁금해할 아들과 딸에게도 검사 결과를 알렸다.

병원문을 나서니 아침에 올 때 내리던 비도 그치고 하늘에 먹구름도 사라졌다.

병원 앞에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환자를 통원 지원하는 암 전문 요양 병원차가 보인다.

암 수술하고 나서 운동을 위해 걸었던 병원 앞 광장을 보니 예전 생각이 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조금은 밀려도 검사 결과가 좋으니 마음은 가볍기만 하다. 6개월 후의 검사에도 좋은 결과를 받기 위해서 지금처럼 계속 식이요법도 잘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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