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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투병기

[암 투병기]23. 암 요양병원 생활2

by 토끼랑께 2021. 3. 23.

암 요양병원을 처음 입원하고는 나는 며칠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낯선 환경 탓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몸이 허약해져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밤마다 가위에 눌리고 악몽을 꾸고는 했다. 첫날은 혼자 자는 것이 무서워 남편이 병실에서 함께 잤다. 그런데 얼마나 코를 크게 고는지 옆방 암환우가 신경이 쓰여 나는 거의 뜬눈으로 밤을 보낸 것 같다. 그 후 혼자서 자는데 적응하기까지 여러 날이 걸렸던 것 같다.

 

 

암 요양병원 식사

처음 암환우들과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뷔페식으로 음식은 여러 가지가 차려져 있기는 한데 어느 것 하나 먹고 싶은 게 없었다. 일반병원 식사보다는 당연히 잘 차려져 있는데 음식에서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 되나? 정성이 안 느껴지는 음식? 여하튼 다른 암환우들을 봐도 그렇게 잘 먹는 분들은 없어 보였다. 더군다나 인원이 너무 적다 보니 먹을 만한 음식은, 먼저 나온 사람들이 욕심껏 갖고 가서, 늦게 나가면 맛있는 음식은 먹을 수 없었다. 남편에게 음식이 먹을 게 없다고 했더니, 친정엄마한테 이야기를 했는지 집 김치부터 청국장 , 된장찌개, 나물무침 등을 수시로 보내 주었고, 음식점을 하는 후배도 몇 차례 반찬을 챙겨다가 주었다. 항암치료가 끝나면서 바로 지방에 있는 암 요양 병원으로 옮겼는데 그곳은 이곳 암 요양병원에 비해 음식이 너무 잘 나왔다.

암 요양병원 입원 시 고려사항 1

암 요양 병원을 선정할 때는 입원 전에 반드시 식사를 해 보아야 한다.

 

 

암환우들의 동병상련

입원한 암환우들은 암의 종류도 다르고 사는 곳도 서로 다르지만 암환자라는 공통된 상황 때문에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서로에게 의지가 되기도 했다. 하루는 여자 암환우가 복수가 찬 배를 양손으로 받히고 앉아 음식을 쳐다만 보고 먹기 싫다면서 번데기가 먹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점심에 다른 암환우가 시내까지 운동으로 걸어갔다 오면서 번데기를 사 갖고 와서 먹으라고 챙겨주었다.

 

 

뇌종양이 있는 남자 환우는 한쪽 눈의 초점이 맞지 않아 사물이 두 개로 보여 균형 잡기가 힘든 분이었다. 하루는 산책을 나갔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바람에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우리는 한쪽 눈에 안대를 하기를 권했고, 본 병원에 항암치료를 하러 갔던 나는 약국에서 안대를 샀다. 그런데 눈에 하얀 안대를 한 모습이 보기 안 좋을 듯해서 병원 편의점에서 동물 모양의 수면안대와 끈을 사 갖고 왔다. 막상 사 갖고 와서 바느질을 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던 유방암 환우가 수술을 해서 팔을 안 쓰려고 했었는데 본인이 만들어 주겠다며, 사실은 본인이 퀼트 강사였다고 했다. 예쁘게 완성된 눈가리개를 보고 뇌종양암환우는 고마워했다.

 

 

평소에는 멀쩡해 보이는 나는 항암치료만 하고 오면  2일 정도는 병실에서 꼼짝도 못 하고 누워만 있는다. 한 번은 2일째 음식을 전혀 못 먹고 수액만 맞고 있는 나에게 다른 암환우가 병문안 온 사람들과 추어탕집에 갔었다며 추어탕 한 그릇을 포장해다가 줬다. 먹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정성이 고마워 포장을 뜯어보니 아직도 음식이 따뜻했다. 추어탕은 몇 수저밖에 먹지 못했지만 그 덕분에 입맛을 찾아 다시 밥을 먹게 되었다.

 

할미꽃

 

암환우들의 운동

암 전문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항암치료(고주파 온열치료와 해리)와 면역력 올리는 치료를 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본 병원에 치료를 하는 날들도 있어 시간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관리를 해야 한다. 처음 입원해 있던 암 전문 요양병원 내에는 운동할 수 있는 시설로는 러닝머신이 전부였고 요가나 스트레칭 프로그램이 전혀 없었다. 다행히 병원 아래에 공원이 있어서 우리는 공원을 몇 바퀴씩 걸어서 운동을 했었다. 그리고 걷기 운동을 하기 전에 함께 모여 국민체조도 했다.

 

 

4,5월이 되니 여러 가지 꽃이 피어나기 시작해서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할 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암환우들과 이야기하면서 운동을 하니 집에서만 있을 때보다 지루하지 않았고 그렇게 점점 암 요양병원생활에 적응해 나가게 되었다.

암 전문 요양병원 입원 시 고려사항 2 

주변에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여부와 요양병원 내에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암요양병원 뜰에 화초

 

암 전문 요양병원에서의 신앙생활

암 전문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시기와 내가 교회에 나가기로 한 시기가 비슷했다. 나는 딸의 간청으로 교회에 나가게 되었는데, 교회에 나가는 목표는 세례를 받는 것이었다. 그래야 내가 죽더라도 딸이 내가 구원받아 하나님 나라에 갔다고 생각해 안심할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리고 기왕 다니기로 결심했으니 열심히 잘 다녀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성경을 읽으면 "외식하는 자들"(겉모습으로만 하나님을 열심히 믿는 체하는 자들)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고 적어도 그렇게 믿음 생활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매주 암환우끼리 모여 성경을 읽고 찬양을 부르며 나는 기쁨과 감사를 경험하게 되었다. 암환우들과 서로 기도제목을 나누고 기도를 해주었다.

 

 

항암치료를 하려 병원에 입원을 하면서도 성경책을 챙겨갔고 본 병원 새벽예배에 항암주사를 맞으면서도 참석해서 예배를 드렸다. 같은 날 폐 수술을 하고 나란히 중환자실에 누워있던 20살짜리 여학생을 위해서는 요양병원에서 기도를 했고, 본 병원에 입원할 때면 병실에 찾아가서도 기도를 했다.

 

 

20살의 어린 나이에 골육종에서 폐까지 전이가 되어 투병하는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워서였다. 본 병원 치료와 암 요양병원에서 만나는 암환우들의 이름을 놓고 나는 아침이면 기도를 먼저 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암이 걸렸다는 속상함보다 살아온 날에 대한 감사와 가족 간에 더 따스한 사랑을 나누게 된 것을 감사하며 살게 되었다.

암 전문 요양병원 입원 시 고려사항 3

예배실이나 기도실 또는 기도모임이 있는지 여부를 미리 확인할 것

 

 

암 전문 요양 병원 탕비실

암환우들은 건강에 좋다는 음식을 잘 챙겨 먹는 편이다. 암 전문 요양병원생활 1에서 밝혔듯이 해독주스, 수제 요구르트, 녹즙, 야채주스, 버섯 끓인 물 등 다양하게 만들어 먹는다. 낙지나 전복을 사다가 먹는 경우도 봤다. 나는 항암치료로 워낙 고생을 해서 내 몸 하나 챙기는 것도 힘들어서 안 해 먹었는데 나중에 항암치료가 수월해지면서 해독주스를 함께 해 먹었다. 그리고 집에서 김장으로 했던 총각김치를 갖다가 된장찌개를 끓여서 암환우들이 먹게 해 준 적은 한번 있었다. 처음 입원했던 곳과 용인지역에 있는 세 번째 입원했던 암 전문 요양병원에는 제공되는 음식이 부실해서였는지 탕비실이 잘되어 있는 편이었다. 전남에 내가 입원했던 두 곳의 암 전문 요양병원에는 탕비실이 아주 잘되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워낙 음식이 잘 나와서 굳이 탕비실이 필요하지 않았었다.

암 전문 요양병원 입원 시 고려사항 4

탕비실이 있는지 여부와 시설 확인

 

 

암 환우들의 세탁물

암 전문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면 환자복이 지급이 되는데 환자복을 필수로 입는 병원도 있지만 개량한복을 입거나 자유복을 입는 병원도 많다. 그리고 암환우들은 운동을 하기 때문에 세탁을 자주 해야 한다. 예전에 어머님들은 출산한 후 몸조리를 잘못해서 몸의 뼈마디가 아프고 손발이 저리다는 말씀을 자주 한다. 암환자들도 항암치료로 온몸이 망가져 있어 손빨래를 자주 하면 손목이 아파서 나중에 더 고생을 한다. 그래서 경험이 있는 암환우는 아무리 가벼운 빨래도 손으로 하지 말고 세탁망에 넣어 세탁기를 사용할 것을 권유한다.

암 전문 요양병원 입원 시 고려사항 5 

세탁실 여부와 위치 확인할 것

 

 

사진은 처음에 입원했던 암 전문 요양병원과 주변 공원에서 찍은 것이다.

암 전문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기 전 알아두면 좋을 듯한 내용을 기록해 보았는데 암환우나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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