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도 추억이 된 여행 둘째 날 · 2026.7.20
태백고원자연휴양림에서 맞이한 둘째 날 아침.
밤사이 내린 비 덕분인지 숲은 더욱 싱그럽고 공기는 상쾌했습니다.
토마토를 올리브오일에 살짝 볶은 뒤 계란과 함께 스크램블을 만들고 잡곡빵과 함께 간단하지만 든든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창문을 열어두니 숲내음을 실은 시원한 바람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자연휴양림에서 맞는 아침만이 선사하는 여유였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남편과 휴양림 숲길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밤새 비가 많이 내려서 나무들이 물기를 흠뻑 먹고 있었고, 숲은 한층 더 짙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촉촉한 흙냄새와 숲내음이 어우러져 걷는 내내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휴양림 안 계곡입구에는 **'출입금지'**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간간히 빗방울이 내려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데, 앞쪽 임도에는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넘쳐 길을 가로지르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먼저 조심스레 걸어가 살펴보더니 더 이상 올라가면 자칫 물에 빠질 수도 있겠다며 발길을 돌리자고 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내려오는 길, 임도를 넘어 힘차게 흘러내리는 계곡물을 바라보니 밤새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자연휴양림에서 아침을 맞이하면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상쾌한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한 시간 정도 숲내음을 온몸으로 느끼며 산책을 마친 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태백고원 자연휴양림을 떠나 구문소로 향했습니다.


구문소
📍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 동태백로 11
가는 내내 비가 내려 오늘은 제대로 둘러볼 수 있을까 걱정이 됐습니다.
구문소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오히려 빗줄기가 더 굵어져 차 안에서 10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신기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잦아들고 하늘도 한결 밝아졌습니다.
이후에는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긴 했지만 우산을 펼칠 정도는 아니어서 모자만 쓰고 천천히 구문소를 둘러봤습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자 드디어 구문소의 상징인 바위 아치와 힘차게 흐르는 물길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구문소라는 이름은 '큰 바위에 뚫린 구멍'에서 유래했으며, 약 5억 년 전 생성된 석회암 지대를 황지천이 오랜 세월 깎아내리며 만들어진 자연 통로입니다.


구문소 옆으로는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바위를 뚫어 만든 도로가 있습니다.
바위산을 관통한 도로와 그 아래로 이어지는 물길이 함께 어우러져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바위굴을 통과하는 도로로 걸어가려 하니 남편이 위험하다며 그대로 있으라고 했습니다.
혹시 제가 헛걸음하거나 위험할까 봐 먼저 가서 살펴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바위굴도로를 걸어갔습니다.
바위굴을 통과해 걸어가던 남편이 손을 번쩍 들어 "빨리 와봐!" 하고 불렀습니다.
걸음을 재촉해 도로를 지나 구문소 뒤편으로 가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저절로 감탄이 나왔습니다.



전날부터 내린 많은 비로 구문소의 물길은 평소보다 훨씬 거세게 불어나 있었습니다.
거대한 물줄기가 바위를 세차게 때리며 흰 포말을 만들고, 굉음을 내며 흘러가는 모습은 자연의 힘이 얼마나 웅장한지를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비 때문에 걱정하며 찾았던 구문소였지만, 오히려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정선을 거쳐 횡성의 청태산 자연휴양림으로 이동하기 위해 이곳을 떠났습니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구분소를 둘러본 뒤 차로 고생대자연사 박물관으로 이동해 황지천 산책과 박물관 관람까지 함께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구문소를 뒤로하고 정선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빗줄기가 거세지기 시작했습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여서 차량 비상등을 켜고 조심스럽게 달려야 했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저는 걱정이 컸지만, 남편은 당황하지 않고 속도를 줄이며 침착하게 운전했습니다.


다행히 정선에 가까워질수록 거짓말처럼 빗줄기가 잦아들었습니다. 덕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정선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정선 아리랑시장으로
점심을 먹기 위해 정선 아리랑시장으로 갔습니다.
시장 옆으로 조양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비가 많이 내린 날이라 강변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웠다가 혹시라도 물이 불어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장 맞은편 농협 골목에 있는 유료주차장을 이용했습니다. 시장과 가까워 걸어서 이동하기에도 편했고, 장날이 아니라서인지 여유롭게 주차할 수 있었습니다.
📍 회동집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정선읍 5일장길 37-10
영업시간 : 09:00 ~ 18:00
정기휴무 : 매주 수요일
(수요일이 장날이면 영업, 다음 날인 목요일 휴무)
대표메뉴 : 감자옹심이, 콧등 치기 국수, 메밀전병, 메밀배추 전, 곤드레밥

회동집
장날이 아닌 평일인데도 회동집 앞에는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입구 오른쪽에 캐치테이블 키오스크가 있었습니다.
우선 키오스크에 예약을 했는데 우리 순서는 3번째 웨이팅 번호 11번이었습니다.
장날이나 주말에는 도착예정시간에 맞춰 캐치테이블 앱에서 예약을 하면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며 메밀배추 전과 녹두전, 수수부꾸미를 만드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예전에 집에서 메밀배추 전을 만들어 본 적이 있었는데, 너무 두껍게 부쳐 실패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배추를 먼저 팬에 올린 뒤 묽은 메밀반죽을 아주 얇게 펴 바르고 있었습니다. 두꺼워진 부분은 수저로 가장자리까지 밀어내며 고르게 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고, 또 하나를 배운 기분이었습니다.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메뉴를 보며 무엇을 먹을지 잠시 고민했습니다.
콧등치기국수와 감자옹심이를 주문하고, 메밀전병과 메밀배추 전도 함께 주문했습니다.
전은 맛만 본 뒤 남은 것은 포장해 청태산 자연휴양림에서 저녁으로 먹기로 했습니다.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이라 따뜻한 국물을 선택했는데, 몸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어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감자 옹심이는 쫀득한 식감과 걸쭉한 국물이 잘 어울렸습니다.

밑반찬 중 열무잎으로 만든 장아찌가 너무 맛있었습니다. 간장에 새콤달콤함의 비율이 적절하고 너무 짜지 않아 좋았습니다. 집에서 만들어 보고 싶은 반찬입니다.

메밀전병 안에 배추소는 익은 김치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익힌 김치가 들어간 메밀전병을 더 좋아하지만, 덜 익은 김치를 넣은 맛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메밀 전을 포장해 간다며 양념장을 부탁했더니 양념장 하고 포장할 수 있는 그릇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회동집 바로 맞은편에는 참송이버섯을 판매하는 아주머니가 계셨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맛보기를 아낌없이 건네는 분이었습니다. 우리도 기다리는 동안 맛을 보았는데, 참송이가 아주 부드러웠습니다. 굵은소금에 참기름을 넣은 소스에 찍어 먹으니 고소함까지 더해져 아주 맛있었습니다.
우리는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와서 구입하겠다고 약속했고, 회동집에서 점심을 먹고 나온 뒤 참송이버섯을 구입했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참송이도 넉넉하게 덤으로 주시고 표고버섯 한 봉지도 챙겨 주셨습니다. 그러고는 시장 사람들이 직접 찐 것이라며 찐 옥수수 한 자루와 오꼬시 서너 개까지 건네주셨습니다.
점심을 먹은 뒤라 배가 불러 괜찮다며 사양했더니,
“정선시장까지 왔는데 그래도 이곳 음식은 먹어봐야지요. 가면서 천천히 드세요.”
하시며 기어이 손에 쥐여 주셨습니다.
숙소에서 참송이를 구워 먹을 생각이라 맛보기로 내어주셨던 기름장을 조금 얻을 수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작은 통에 소금을 담고 참기름을 듬뿍 부어 주셨습니다.
“이건 우리가 농사지은 참깨로 직접 짠 참기름이에요. 남으면 버리지 말고 반찬 만들 때 쓰세요.”
참송이버섯을 사러 들어갔다가 표고버섯과 찐 옥수수, 오꼬시는 물론 정성스럽게 만든 기름장까지 한가득 받아 들고 나왔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따뜻한 말 한마디와 넉넉한 인심은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정선시장에서 만난 아주머니 덕분에 비 내리던 여행길에도 따뜻한 추억 하나가 더해졌습니다.
📍 청태산자연휴양림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횡성군 둔내면 청태산로 610
입실 : 15:00
퇴실 : 11:00
시설 : 숲 속의 집, 휴양관, 산책로, 바비큐장, 계곡, 어린이놀이터 등

청태산 자연휴양림
오후 3시쯤 청태산자연휴양림에 도착했습니다. 숙소는 매표소에서 왼쪽으로 1.2km에 위치한 산림문화 휴양관 제2관이었습니다.

비가 그친 뒤라 숲은 더욱 싱그러웠고, 숙소 주변은 조용해서 하루의 피로를 내려놓기에 충분했습니다.
객실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고 필요한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짐을 풀어 정리한 후 남편과 휴양림을 둘러보러 나갔습니다.

숙소 앞 주차장에는 바비큐장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바비큐 도구는 개인이 준비해 와야 했습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한 가족이 휴대용 버너와 고기 굽는 팬을 꺼내 저녁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숲 속에서 즐기는 바비큐가 무척 부러워 보였습니다.

바베큐장 바로 앞에는 산에서 내려온 물이 작은 폭포를 이루며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손을 담가 보니 시릴 정도로 차가웠습니다.
남편은 옷을 입은 채 이 물속에 세 차례나 들어갔습니다. 산악회 활동을 하며 산행 중 계곡물에 몸을 담그는 일을 자주 해봤다며 "너무 좋다."를 연발했습니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청태산자연휴양림의 여유를 충분히 느끼며 둘째 날 오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정선시장에서 사 온 음식들을 하나씩 꺼냈습니다.
메밀배추 전과 참송이버섯, 그리고 아주머니께서 덤으로 챙겨주신 표고버섯까지 오늘 저녁 식탁은 모두 정선에서 만난 먹거리들입니다.
남편은 여행을 가면 그 지역에서 만든 막걸리를 꼭 한 병 사 오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번에도 정선 막걸리를 준비해 여행의 맛을 더했습니다.
참송이는 결대로 찢어 아주머니께서 정성껏 담아주신 기름장에 찍어 먹었습니다. 담백한 버섯 향과 고소한 참기름이 잘 어우러져 특별한 양념이 없어도 충분히 맛있었습니다. 막걸리 한 잔과 함께하니 소박한 저녁상이었지만 여행지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었습니다.
비 내리던 둘째 날은 그렇게 청태산 숲 속 숙소에서 정선의 맛과 따뜻한 인심을 함께 떠올리며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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