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했던 일상, 새로운 일을 꿈꾸다
암 치료를 모두 마치고 "이제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들었을 때 저는 긴 시험을 끝내고 난 기분이었습니다. 6개월마다 검사 후 결과를 기다리던 삶이 끝나니 마음 한편의 불안이 사라져 너무 기뻤습니다.
하지만 제 생활은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처음 식이요법을 시작했던 2~3년처럼 100% 식단을 지켰다고는 하지 못하지만, 거의 7~8년을 해온 습관이라 여전히 음식을 가려 먹고 아침에 눈을 뜨면 스트레칭을 하고 수영을 갑니다.
교회에서 하는 봉사활동도 계속하고 여행도 다니고 친구들과 만나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매일을 이렇게만 보내는 것이 무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주들이 태어나고 2년 넘게 돌봐 주었는데, 딸이 회사에 복직하면서 아이돌보미 선생님이 어린이집에 가는 시간 외에 오전과 오후 각각 2시간씩 하루 4시간을 돌봐주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만 손주를 돌봐주면 되었습니다.
남은 삶을 무엇을 하며 보내면 좋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젊어서 20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을 암 치료를 시작하면서 퇴사하였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일을 다시 할 수도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노후의 일은 그 나이에 맞는 일이어야 하고, 돈을 버는 것에 목적을 두기보다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제일 먼저 한 일은 고용센터를 찾아가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은 일이었습니다.
새롭게 일을 시작하려면 자격증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국민내일배움카드는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뿐 아니라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재직자나 자영업자도 발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고용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뒤 신청하면 직업훈련비의 상당 부분을 지원받을 수 있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제도였습니다.
저 역시 상담을 받고 국민내일 배움 카드를 발급받았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늦은 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배우는 데는 늦은 때가 없다는 마음으로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은 아이돌보미였습니다. 손주들을 돌보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웠고, 그 경험을 살려 일을 해보면 좋을 듯했습니다.
아이돌보미를 준비하기 시작하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신축아파트라서인지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살아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종일 하는 일이 아니라 등하교 전후 시간만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라면 몸에도 크게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아이돌보미 교육기관이 있는지 고용24 홈페이지에서 알아보니 제가 사는 지역 주변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이돌보미 교육은 상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인원이 모집될 때 교육과정이 개설되었습니다.
마침 지인을 통해 현재 아이돌보미로 활동하고 계신 분을 소개받아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이돌보미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 취업하게 되었는지 여쭤보았습니다.
그분의 말씀으로는 전년도인 2024년까지는 시에서 아이돌보미 취업 대상자를 먼저 모집한 뒤, 합격자들을 교육기관에 위탁해 교육을 실시하고 교육을 수료하면 대부분 아이돌보미로 활동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25년부터는 제도가 바뀌었습니다. 먼저 아이돌보미 양성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시 모집과 면접을 거쳐 선발하는 방식이 되면서,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취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으면 총 120시간의 표준 양성과정 대신 40시간의 단축 양성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는 안내도 받았습니다.
시에서 위탁교육을 의뢰했던 대학은 용인에 있었습니다.
교육 안내를 받기 위해 연락해 보니 현재 모집은 끝났고, 다음 교육과정까지는 거의 5개월 이상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 시간을 그냥 보내기보다 그 사이 요양보호사 교육을 먼저 받으면 아이돌보미 교육시간도 단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굳이 교육시간을 단축하려고 했던 이유는 승용차로는 3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대중교통으로는 네이버 지도를 검색해 보니 2시간 30분이나 걸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여러 사람들에게 "노후에 혹시라도 배우자를 간병할 일이 생기면 요양보호사 자격증 하나쯤은 갖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도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다음 아이돌보미 교육과정 모집을 기다리는 동안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았고, 자격증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기다리던 모집 공고
용인에 있는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7월이 되자 9월에 실시할 아이돌보미 양성과정 교육생 모집 공고가 올라왔습니다.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등 관련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은 단축 양성과정을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신청한 과정은 실습을 포함해 총 40시간이었고 수강료는 18만 원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교육을 신청했는데, 신청 기간이 끝난 후 양성과정 신청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교육과정 정원은 36명이었는데 지원자는 111명이나 되었고, 면접을 통해 선발된 사람만 양성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2일 동안 진행되는 면접에 앞서 사전 설문지를 작성해 제출하라는 안내와 함께 링크도 보내왔습니다.
설문을 작성해 제출한 뒤 면접일에 참석했습니다.
예상보다 치열했던 경쟁
면접장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지원자들이 와 있었고, 제 옆자리에 앉은 분은 저와 비슷한 연배로 보였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요양보호사나 간호조무사 등 이미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새로운 일을 시작해 보려는 분들이 적지 않아 보였습니다.
면접에 앞서 진행 방식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면접 진행자는 이번 단축 양성과정에서 불합격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정규 양성과정에 다시 지원해 보라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습니다. 정규 양성과정은 아직 지원할 기회가 있으니 계속 도전해 보라는 안내였습니다.
그 설명을 들으며 '정규 양성과정은 지원자가 많지 않은가 보다.'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습니다.
설명이 끝난 뒤 한 번에 네 명씩 면접이 시작되었습니다.
면접장에서 느낀 아쉬움
시간이 지나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같이 면접을 보게 된 분들 가운데는 간호조무사 출신도 있었고, 대부분 40대 전후로 보였습니다.
면접실에 들어가자 면접관은 먼저 한 사람씩 이름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공통 질문 세 가지를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질문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질문은 왜 이 교육을 받으려고 하는지,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그리고 교육을 마친 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였습니다.
질문을 모두 읽은 뒤 면접관은 "이제 순서대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3분 안에 해주세요."라고 했습니다.
한 사람씩 답변이 시작되었지만 면접관은 지원자들의 얼굴을 바라보기보다는 계속 제출한 서류를 보며 내용을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사전 설문에 지원 동기와 경력, 앞으로의 계획까지 모두 작성해서 제출했는데, 이럴 거라면 서류로 검토해서 선발해도 되지 않을까? 왜 굳이 면접을 하는 걸까?'
그 순간 저는 '이번 면접은 떨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번의 면접을 보면서 자신감이 없었던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습니다.
3분 안에 세 가지 질문에 답하면서 저를 충분히 드러내고,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된 장점을 보여 주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습니다.
답변은 무사히 마쳤지만, 면접이 끝날 무렵에는 이미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불합격, 그리고 또 다른 시작
예상했던 대로 면접 결과는 불합격이었습니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오래 미련을 갖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돌보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그 경험은 결국 저를 또 다른 길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아이돌보미에 도전했던 시간도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그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은 사회복지사의 길을 걸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쉼바꼭질 정보노트 | 2026년 현재 아이돌보미가 되려면
제가 아이돌보미를 준비했던 당시와 현재는 제도가 일부 달라졌습니다.
아이돌보미를 준비하고 계신다면 반드시 최신 모집 공고와 교육 일정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양성과정
- 표준 양성과정 : 120시간
- 단축 양성과정 : 40시간(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건강가정사 등 관련 자격증 소지자)
✔ 교육 수료 후
- 교육을 마쳤다고 바로 활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 서비스 제공기관의 모집 공고에 지원한 뒤 서류심사, 인·적성검사, 면접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선발됩니다.
✔ 모집 공고 확인
- 교육 일정과 모집 인원은 지역마다 다르므로 거주 지역의 공고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관련 사이트 바로가기
▶ 아이돌봄서비스 공식 홈페이지
https://www.idolbom.go.kr
▶ 아이돌보미 교육·모집공고
https://care.idolbo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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