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글을 씁니다.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암 투병 과정을 기록했습니다. 치료를 받으며 느꼈던 마음과 일상을 한 편 한 편 써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50편이 넘는 글이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 시간은 제 삶에서 참 소중한 기록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같은 이야기를 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제 마음속에는 이미 한 권의 일기처럼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방향을 조금 바꾸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아픈 시간을 되풀이하기보다, 지금의 삶과 앞으로의 삶을 기록해 보고 싶었습니다.
암 치료를 마친 뒤에는 손주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제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제 몸은 많이 지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전까지는 2년 넘게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며 건강을 관리했는데, 손주들을 돌본 뒤부터는 몸이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한 발로 서는 것도 힘들어졌고, 필라테스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걷는 것도 10분을 넘기면 고관절 통증 때문에 쉬어야 했고, 허리와 손가락 통증까지 겹쳐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그 생각 하나로 시작한 것이 새벽수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건강을 되찾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어느새 새벽수영은 제 하루를 가장 기분 좋게 시작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몸도 조금씩 회복되었고, 2년 전에는 완치 판정도 받았습니다.
몸이 회복되면서 다시 여행을 다니게 되었고, 집밥을 만드는 즐거움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예순이 넘어 다시 학생이 되어 사회복지를 공부했고, 요양원 실습을 하면서 제 삶을 다시 돌아보는 귀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실습을 하며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삶'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요양원을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난 어르신들은 달랐습니다. 하루를 웃으며 보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작은 즐거움을 찾으며 오늘을 살아가고 계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저는 오래 사는 것보다 잘 살아가는 삶을 꿈꿉니다.
부자가 아니어도 좋고, 유명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누군가에게 작은 선한 영향을 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언젠가 아이들이 저를 떠올리며
"엄마는 참 잘 사셨어. 자신을 즐길 줄도 알고, 다른 사람도 따뜻하게 돌아볼 줄 아는 분이셨어."
라고 기억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쉼바꼭질도 다시 시작합니다.
이곳에는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한 사람이 살아오며 배우고, 웃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선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건강 이야기, 여행 이야기, 집밥 이야기, 사회복지를 공부하며 배운 것들, 그리고 살아오며 마음에 새기게 된 작은 깨달음들을 천천히 나누겠습니다.
잠시 쉬어 가고 싶은 날, 누군가의 경험이 문득 궁금한 날, 이곳에서 작은 위로 하나, 미소 하나를 얻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천천히, 오래,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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