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
7년 전 대장암으로 진단을 받게 되며 3번의 암수술과 24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으며 힘겨운 투병생활을 했었다.
주변에서는 암으로 3번째 수술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제는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들을 했었다고 한다.
실제로 나 역시 이제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다행히 한방치료를 받으며 식이요법과 건강관리를 하면서 재발과 전이가 멈추었고, 일 년에 2번씩 정기검사를 받으면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며 살고 있다.
내가 건강을 회복한 것을 보고 주변에는 "인간승리다." "너는 암환자들의 희망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주변에 가까운 사람이 암에 걸리면 내게 전화를 해서 도움을 요청했고, 암환우 가족을 만나기도 하고 암환우를 직접 만나기도 해서 그동안의 경험을 이야기하고는 했다. 그리고 함께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던 암환우들에게 내가 먹고 있는 잡곡밥으로 미숫가루를 만들어다 주기도 하고 치료받았던 곳에 데리고 다니기도 했다.
그런 나를 옆에서 지켜보았던 딸은 그동안의 암 투병기를 티스토리에 글로 써보라고 권유를 했다.
처음에는 망설였는데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티스토리에 글을 쓰기 했다.
티스토리 블로그 주제 정하기
티스토리를 개설하고 며칠 동안은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고민만 했었다.
암환우마다 증상이 다르고, 내게 효과가 좋았던 방법이라고 해도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첫 글을 친정엄마와 만두 이야기로 시작을 했고 두 번째 글로 일상 이야기를 쓰고 나서야 처음에 계획했던 암 투병기를 쓰게 되었다.
첫 번째 주제는 암 투병기였다.
암을 진단받고 겪었던 일들과 치료를 위해 노력을 했으나 시행착오를 겪었던 일들을 기록했고 효과를 거두었던 이야기도 기록을 했다.
두 번째는 친정엄마와 시어머니 관련 글이다.
글을 쓰기 시작할 당시 친정엄마가 건강이 나빠지면서 통원으로 신장투석을 받던 노인병원에 입원하고 계셨는데 친정엄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친정엄마의 이야기를 쓰며 감정적으로만 바라보던 친정엄마를 이성적으로도 바라볼 수도 있었고 더욱 친정엄마를 사랑할 수 있었다.
세 번째는 여행 이야기이다.
암투병을 하면서 남편과 함께 다녔던 전국의 국립 자연휴양림과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고 여행을 다니며 먹었던 지역 맛집을 기록하게 되었다.
네 번째 이야기는 집밥 이야기이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했던 식이요법 식단과, 체질 밥상 그리고 평소에 특별한 레시피 없이 만들어 먹었던 음식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을 쓰게 된 것은 솜씨가 좋다기보다는 딸이 나중에 엄마 음식이 먹고 싶을 때, 글을 보고 만들 수 있게 기록으로 남겨달라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평소에 손대중으로 대충 만들던 것을 하나하나 계량해서 만들며 기록해야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계량을 하면서 양을 가감할 때마다 기록을 수정해가며 작성했다. 그리고 글을 올린 후에 같은 음식을 만들 때면 티스토리에 올려놓은 레시피대로 만들어 보았다. 간혹 부족한 맛이 느껴지면 양념을 가감한 후에 올려놓은 레시피를 수정하기도 했다.
티스토리의 소소한 재미
글을 쓰다 보니 암환우와 그 가족분이 댓글로 문의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가감 없이 안내해 주었다. 지인들이 가족 중 암 진단을 받았다며 도움을 요청할 때 전화로 안내하기도 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티스토리에 올려놓은 글을 보라고 알려주었는데, 반응이 좋아 글을 쓰기 시작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며 새로운 즐거움 중 하나는 티스토리에 올라오는 다른 이들의 글을 읽어보는 것이었다.
피드에서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평소에 접 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알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새로운 정보도 얻게 되었다. 공감이 가는 글에 댓글을 남기다 보니 내 글을 찾아주는 티친님들이 생겼고 소통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글을 시작하고 2개월쯤 되었을 때 저녁을 먹고 글을 쓰려고 티스토리에 들어가니 갑자기 방문자 수가 평소보다 엄청 많았다. 컴퓨터 장애인가 생각했는데 다음날 딸에게 물어보니 내가 쓴 글이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던 것이었다.
그 이후로 가끔씩 글이 다음 메인에 올랐고 그때마다 방문자수가 늘어 글 쓰는 재미가 있었다.
그중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친정엄마를 생각하며 썼던 글이 하루에 거의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한 일도 있었다. 그만큼 친정엄마는 모두에게 사랑이고 그리움인 듯했다.
최근에 맛집을 소개했던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 10번째 등극을 했다. 맛집 글로는 처음이었다.
티스토리는 직업이 아닌 취미로
처음에는 하루도 빼지 않고 매일 하루에 글 하나씩 열심히 기록했는데, 건강이 회복되면서 사회활동을 하는 시간도 늘고 필라테스와 산행 등 운동도 꾸준히 하다 보니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었다.
8월에 카카오톡 창작 채널에 티스토리 글을 함께 올리면서 방문자수가 기대 이상으로 늘자 신이 나서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매일 하나씩 글을 올렸었는데, 9월 중순에 무효 트래픽이 발목을 잡았다. 한 달의 광고정지까지 받게 되었는데 너무 속상했었다. 하지만 이일을 계기로 몸이 피곤할 정도로 무리해가며 글을 쓰지는 않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고 노년에도 할 수 있는 취미활동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티스토리 덕분에 방송 출연까지
티스토리에 글을 쓰면서 2개월 전에 채널A에 출연을 했다.
어느 날 대장암 투병기에 댓글에 '채널A 닥터지바고' 작가라며 통화를 하고 싶다고 연락처를 남겨놓았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 바로 방송작가와 전화통화를 했다. 작가는 내가 쓴 대장암 투병기를 모두 읽어 보았다며, 그동안 암 진단 후 치료과정의 어려움과 건강 회복을 위해 노력했던 일들에 대한 질문을 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가 암환우들에게 경험을 나누어 도움이 되고 싶어서였다고 했더니 그 마음으로 방송에 출연을 해달라고 했다. 얼굴이 공개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며칠 후 방송국에서 집으로 방문해서 촬영을 했는데, PD분이 이런저런 이야기로 너무 편하게 대해 줘서 어려움 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방송되는 시간은 10여분 정도라고 했는데 촬영하는 시간은 5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올 1월에 시작한 티스토리는 무료했던 생활에 활력소가 된 것은 분명하다.
건강관리를 잘해서 앞으로도 주변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글을 계속 쓰고 싶다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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