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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투병기

[암 투병기]30. 대장암으로 수술전 후로 겪었던 어려움들

by 토끼랑께 2021. 5. 11.

2014년 10월 말에 대장암을 진단받고 전이와 재발로 총 수술 3번과 2차례의 항암치료 24회를 하며 고생을 했지만 지금은 일 년에 2회 정기검사를 받으며 건강하게 잘 지나고 있다. 오늘은 대장암을 진단받고 수술을 받은 후 겪었던 일중에 남에게 말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암 진단을 받고 10일 후 수술일정이 잡혔다. 대장 왼쪽 아래에 있는 하행결장인 S결장에 종양이 발견되어 S결장절제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주변 지인들이 수술을 앞두고 몸보신을 해두어야 한다며 매일 불러서 쇠고기, 장어, 오리백숙, 염소탕 등을 열심히 사주며 많이 먹으라고 했다. 성의가 고마워 열심히 먹고는 했는데 며칠 후 일이 벌어졌다.

대장 수술 전 부주의로 고생했던 일

하루는 둔포에 사는 언니가 점심에 오리백숙을 만들어 주었는데 먹고 나니 배가 아파 몇 번을 화장실에 가서 애를 써도 변을 볼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흐르자 속이 메스껍고 두통까지 심해졌다. 순간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 진단을 받기 전부터 평소에 변을 보기가 힘들었고, 대장내시경 검사를 할 때 장이 좁아져 검사하는 장비가 제대로 들어가지 못해 일찍 끝냈던 기억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기력이 있어야 수술을 잘 이겨낸다는 말만 듣고 먹고 다니다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너무 놀라서 처음 대장내시경 검사를 했던 병원에 달려갔다. 의사는 관장을 해야 한다며 '지금 제정신이냐, 장이 좁아져 검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어쩌려고 음식을 함부로 먹었냐' 하며 야단을 했다. 관장으로 해결이 안 되면 수술 예약한 병원 응급실로 들어가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될 일을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관장을 하고 해결을 봤는데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바보 같았던 내 자신이 어이없다. 그 이후로 수술하는 날까지 부드러운 음식과 국물 위주로 조금씩 먹으면서 수술을 준비했다.

대장 수술 후 혈변

수술을 하고 나서 당황스러웠던 일중 하나가 혈변이다. 수술 전에 주치의를 통해 수술 후에 혈변을 볼 수 있으니 놀라지 말라고 하는 안내를 받았다. 가스가 나온 후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것으로 시작해 미음에서 죽으로 단계가 바뀌고 나서였던 것 같다. 모든 수술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특히 대장 절제술을 하면 장운동이 제대로 되지를 않기 때문에 더욱 자주 걸어주어야 한다. 하루는 주말이어서 병원 1층에 내려가 걷는데 항문을 통해 뭉클한 것이 나오는 느낌을 받았다. 순간 변을 실수했는 줄 알고 병실로 올라왔는데 변이 아니고 핏덩어리가 나와 있었다. 그냥 혈흔이 아닌 핏덩어리가 나와 사전에 안내를 받았는데도 무척 놀랐다.

수술 후 음식

수술 후 퇴원을 할 때 병원에서 주위 사항을 안내해주는데 주의 사항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대장 수술을 했기에 장운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가스도 많이 발생하고 배변을 하기도 힘들다.
대장 수술 후에는 입맛이 없더라도 규칙적인 식사를 해야 하고, 배변도 규칙적으로 하는 습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장을 수술하고 난 후에 암에 좋은 음식을 찾게 되는데 수술을 하고 바로는 어떤 음식을 먹느냐보다는 소화가 잘되는 음식과 배변활동이 수월한 음식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피해야 할 음식으로는 섬유질이 많은 음식과 질긴 음식을 피해야 하는데 만약 먹게 되면 100번 이상 충분히 씹어 물과 같이 되었을 때 삼키도록 해야 한다. 곶감과 떡은 안 먹는 것이 좋다.
과도한 가스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유를 비롯한 유산균과 설탕, 밀, 귀리, 감자 옥수수 콩류를 피하는 것이 좋다.
수술을 하고 나면 보통 한 달 후부터 항암치료를 시작하게 되니 항암치료에 대비해 체력 비축도 해야 한다. 양질의 음식이 필요한데 두부나 등 푸른 생선을 섭취하면 좋다. 육류로는 쇠고기의 경우 일주일에 2.3번 정도 부드러운 부위로 삶아서 먹는 것이 좋다. 채소로는 수분이 많은 오이를 추천한다.

수술 후 시간이 경과해도 어려웠던 일

대장암으로 S결장 절제술을 하고 몇 년 동안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인한 통증으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통증외로 나를 난처하게 했었던 것은 배속에 가스가 차는 것과 변을 보는 문제였다..
어떠한 음식을 먹든 가스 발생이 많이 되어 수시로 방귀를 뀌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 다른 사람과 있을 수가 없었다. 승용차를 타더라도 가족 하고만 움직여야 하고 대중교통은 전혀 이용할 수가 없었다. 남편과 함께 전남 장성 편백숲에 머물고 있다가 천상의 화원이라는 곰배령을 가기 위해 인제로 이동한 적이 있다. 전날 식당 아주머니가 강낭콩을 주어서 강낭콩 밥을 해서 남편과 함께 먹었는데 이동하는 5시간 내내 나 혼자만 방귀를 뀌어 남편에게 엄청 미안했었다. 산행이나 걷기를 할 때도 다른 사람을 다 앞으로 가게 하고 맨뒤에서 걸어야만 했다. 암 요양병원에 입원해서 생활할 때 병원 주변을 여러 명이 함께 걷고는 했는데 맨뒤에서 가려고 하는 사람을 보면 대부분 대장암 환자였다.

대장 수술 위치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S결장을 절제하다 보니 」 모양이던 장기가 /모양으로 바뀌어서인지 더 힘들었던 듯하다. 하루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12회 이상 변을 보았는데 소변을 볼때에도 변이 조금씩 나왔다. 가장 큰 문제는 식사를 하는 중간에도 화장실을 가야 했는데 그 문제로 아주 가까운 지인과 가족 외에는 함께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항암치료가 끝나고 전남 장성의 축령산에서 2개월 정도 지냈었는데 하루는 남편이 일이 있어 집에 가고 혼자 산에 올라가는 일이 있었다. 산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화장실이 있어서 참고 가는데 참아지지가 않아 화장실에 도착하기 전에 옷에 실수를 하고 말았다. 물티슈를 갖고 다녔었기에 대충 처리는 하였지만 바로 산에서 내려와야만 했다. 혼자 산을 내려오면서 너무도 마음이 서글펐다. 수술하기 전이었다면 그 정도면 충분히 화장실까지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어쩌다 내 몸이 내 마음대로 되지를 않는지 속상했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후로 몇 년간은 항상 이동할 때면 여분의 속옷과 바지, 물티슈와 비닐봉지까지 준비해서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이동할 때 화장실이 보이면 미리 무조건 들리고는 했는데 3년 정도 지나고 나니 많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수술한 후 지인들이 함께 여행을 가자고 하면 갈 수가 없었던 이유가 이런 문제 때문이었다. 친한 사이여도 사실 이런 어려움이 있다는 말을 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식사시간이 길어지면 한 번씩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데 일일이 설명하기가 어렵다.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몇 번을 망설였다. 하지만 혹여라도 나처럼 대장암으로 수술을 하는 암환우나 가족들 그리고 지인들이 알고 있으면 암환우를 이해하고 배려하는데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용기를 내어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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