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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담양맛집] 유진정 청둥오리 맛집

by 토끼랑께 2021. 3. 17.

몇 년 전 담양에 갔다가 처음으로 청둥오리 전골을 먹게 되었다. 친구가 맛있는 오리집에 가자고 해서 나는 당연히 일반오리로 만든 오리백숙이거나 오리훈제, 오리주물럭을 생각했다. 가는 길에 청둥오리 전골을 먹으러 간다는 말에 나는 깜짝 놀라서 "청둥오리는 천연기념물 아닌가?"라고 질문을 했었다.ㅋㅋㅋ

출처: 국립중앙과학관 - 우리나라 텃새(네이버지식백과)
우리동네 통복천의 청둥오리

청둥오리는 천연기념물은 아니고 기러기과에 속하는 야생철새이다.  점점 이동이 줄어들어 요즘은 대도시에 있는 하천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내가 사는 동네 하천에서도 자주 보이는데 무리 중에 머리 부분에 짙은 녹색을 띠고 있는 청둥오리를 볼 수 있다. 친구는 천연기념물이 아니라며 웃었다. 

청둥오리전골

청둥오리의 모습이 떠올라 망설이기는 했지만 맛이 궁금하기도 했다. 5년 전 내 생애 처음으로 먹어본 청둥오리의 맛은 훌륭했고 며칠 후에 한번 더 방문해서 먹었다. 담양 주변에는 이렇게 청둥오리 전골을 하는 음식점이 몇 개 더 있다. 담양에 있는 동안 창평 쪽에 있는 청둥오리 전골 집도 가보았는데 유진정과는 조금은 다른 양념을 사용하는데 그 집도 맛이 훌륭했었다.

최근에 유진정을 와본지 5년 만에 광주에 사는 지인이 점심을 사준다고해  유진정을 방문하게 되었다. 도착해보니 넓은 주차장에 승용차가 많이 주차되어있었고 도착한 건물이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담양 유진정 본점

5년 사이 유진정은 유명한 맛집으로 알려지면서 밀려드는 손님을 감당 못해 큰 길가로 새로 건물을 지어 이사를 했고 광주시내에 분점까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유진정 옛 건물

주차장 뒤편으로 5년 전에 왔었던 유진정 건물이 보였다. 그 당시 기억으로는 사장님이 미술품에 관심이 많아 음식점 마당에 조각품들이 있던 기억이 있다.

1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음식점에 손님이 가득해 번호표를 뽑은 후 밖에서 기다렸다 20분정도 지나니 우리 일행의 번호를 불러 음식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유진정 현관앞 조형물

오늘도 지인이 밥을 사준다고 선정한 집이었는데 5년 전에 왔을 때 먹어본 이야기를 하니 기억력이 좋다고 했다. 사실 나의 기억력이 좋은 것보다는 청둥오리라는 사실에 놀랐던 것 때문이다.

유진정 실내
1시가 넘은 시간인데 빈자리가 거의 없다 

청둥오리전골은 맵거나 짜지 않은 부드러운 음식이다. 매콤한 맛을 생각한 분은 실망할 수도 있다.

기본반찬 
청둥오리전골 상차림

손을 씻고 오니 이미 주문한 음식이 나와 있다. 점심을 대접받는 입장이어서 소심하게 사진을 찍어도 될지 양해를 구하후 사진을 찍었다.

이미 세팅되어 있어 미쳐 사진 찍지 못한 부분이 있다. 청둥오리 전골은 오리주물럭의 모양으로 바닥에 깔고 야채와 양념 다진 양념을 얹어 나온 후 주전자에 담긴 뽀얀 육수를 부어주는데 오리살을 바르고 난 뼈로 끓인 육수라고 한다. 전골이 끓기 시작하면 소쿠리에 담겨 나온 야채를 먼저 샤부샤부처럼 끓는 국물에 살짝 데쳐서 먹는 거다.

미나리와 부추

식탁에 들깨가루와 초장이 나오는 데 작은 그릇에 초장을 먼저 따른 후 들깨가루를 한 스푼 넣어 섞어 주면 소스가 완성이 된다. 데친 야채를 이 소스에 찍어서 먹으면 된다.

전골이 끓기 시작하면 미나리를 넣는다. 이때 주의 점은 절대로 중간에 불을 줄이면 안 되고 센 불을 유지해야 한다. 야채는 한꺼번에 넣지 않고 한 번에 먹을 양만 넣어서 바로 건져줘야 아삭한 식감과 미나리의 향을 즐길 수 있다.

봄이어서 인지 미나리의 향이 진하면서도 달짝지근하고 청둥오리 전골에 국물 맛까지 어우러져 정말 맛이 기가 막히다. "그래 이맛이었지~ 너 정말 먹고 싶었는 에 오랜만이다." 나는 너무 맛있어 잠시 이성을 잃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도 잊고 정신없이 먹었다.

야채는 무한리필인데 야채가 떨어질 때면 어느새 일하시는 분들이 야채 소쿠리를 교체해준다. 우리는 미나리 맛에 취해 세 소쿠리나 먹었다. 이제 청둥오리 고기의 맛을 즐길 차례다. 오리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고 연하고 부드러운 맛이 입안에서 녹는 듯하다. 

이때쯤 되니 솥을 갖고 와 밥을 한 공기씩 퍼서 주고 누룽지까지 주었다.

밥을 주고 난 후 직원분은 쑥이든 소쿠리에서 쑥을 퍼서 전골에 넣는다. 이제부터는 쑥향이 가득한 청둥오리 전골을 먹을 차례다.

쑥이 들어간 청둥로리전골 국물맛은 쑥의 향과 진한 국물맛이 너무 좋다. 국물색은 붉어도 전혀 맵지않다.

마치 입안에 봄을 가득 담은 듯 쑥의 향과 미나리의 향이 진하게 퍼지고, 청둥오리와 들깨가루를 넣은 초장 소스와 만나니 환상의 맛이다. 

쑥과 청둥오리만을 먹으니 이맛도 일품이다.

밥을 볶아달라고 하니 볶는 것보다 밥에 부어서 먹는 것이 더 맛있다고 하며 밥은 알아서 볶아 먹으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밥을 볶아주는 집은 다른 집이었다. 

위치상 내 자리가 밥을 볶기에 편한 자리였다. 그래 한번 해보는 거지 ㅎㅎㅎ

열심히 볶은 후 볶음밥이 누를라고 바닥에 쫘악 펴놓았다.

잘 볶아진 것 같죠?

볶음밥 맛도 기가 막히게 맛있었습니다. 청둥오리는 일반오리보다 사이즈가 작기는 하지만 청둥오리 한 마리를 시켜서 세명이 남김없이 비웠다. 오리가 몸에 좋다는 것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이 된다. 몸에 좋고 맛있는 오리전골 덕분에 오랜만에 배부르게 밥을 먹은 것 같다.

정신없이 먹느냐고 메뉴판을 찍어오지 못해 유진정 홈페이지에서 메뉴판을 가져왔다. 우리가 먹은 한 마리 가격은 5만 원이었다. 오늘 청둥오리 전골을 사주신 분은 내가 너무 맛있게 먹자 이 집으로 오길 잘했다며 기분 좋다고 했다.

음식점을 나오면서 보니 그 많던 차들이 거의 빠지고 없다. 음식점 옆에 딸기를 파는 분들이 있다.

이길로 가면 담양에 유명한 관방제림과 메타스퀘어 길이 나온다.

추월산 용마루 둘레길 입구

점심을 맛있게 먹은 우리 일행은 추월산 용마루 둘레길을 걷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담양에 가게 된다면 이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청둥오리 전골을 먹어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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