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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나주 전통시장 영산포 풍물시장에서 맛있게 먹었던 팥 칼국수

by 토끼랑께 2021. 11. 23.

몇 년 전 담양에서 몇 개월 요양을 하면서 지냈었다. 덕분에 음식 맛이 좋은 전라도 음식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전라도에 여행을 다닌 적도 별로 없었고, 연고가 없다 보니 전라도 음식을 자주 접할 기회가 없었다.
담양에 있는 암 요양병원에서 처음 동지팥죽을 먹게 되었는데 동지팥죽은 팥물에 새알만을 넣고 끓인 거였고, 팥물에 칼국수를 넣고 끓인 것은 팥칼국수라고 했다.
평택에서 어려서부터 먹었던 동지팥죽은 쌀을 넣고 끓이다가 새알을 함께 넣고 끓였는데, 이곳에서는 쌀은 넣지 않았고 새알 만 넣거나 칼국수만 넣거나 두 가지로 했고 새알만 넣은 것을 동지팥죽이라고 했다.
내 입맛에는 집에서 먹던 동지팥죽이나 전라도 동지팥죽보다 팥칼국수가 가장 맛이 있었다.

영산포 풍물시장 장날만 영업하는 팥칼국수 맛집

나주 영산포 풍물시장

영암에 머물며 알게 된 동생들과 나주에 있는 카페 마중에 다녀오며 영산포 풍물시장에 들렀다. 목포에 사는 동생이 영산포 풍물시장 내에 팥칼국수를 잘하는 집이 있다며 묵은지 맛도 너무 좋은 집이라고 했다.
세 명이서 영산포 시장 생선전을 지나서 도착한 곳은 식당 이름도 없이 육개장 수제비라는 현수막만 걸려 있는 허름한 집이었다.

영산포 풍물시장 팥칼국수

영산포 풍물시장 식당
영산포 풍물시장내 식당 메뉴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테이블이 몇 개 되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 팥칼국수와 팥 동지죽을 시켰더니 팥 동지 죽은 떨어졌다며 팥칼국수만 가능하다고 했다. 두 가지 시켜 서로 나누어 먹으려고 했다가 어쩔 수 없이 팥칼국수만 시켰다.

기본 반찬

콩나물과 묵은지가 먼저 나왔고 팥칼국수 세 그릇도 나왔다.
이 식당은 평상시에는 장사를 하지 않고 장날(5,10일)에만 문을 연다고 한다.

팥칼국수

팥 칼국수 색이 진해 보였다.

팥 칼국수

맞은편에 앉은 동생들은 팥칼국수가 나오자 설탕을 듬뿍 넣었다.
그러고 보니 전라도에서는 팥칼국수에 설탕을 넣어서 먹는다. 그뿐 아니라 일반 국수를 삶아 생수에 설탕을 달달하게 풀은 후 국수를 말아먹기도 한다.
팥죽에 더러 설탕을 타서 먹는 경우는 보았지만 일반 국수를 삶아 설탕물에 말아먹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어서 처음에 많이 놀랬었다.

그 맛을 느껴보기 위해 팔 접시에 조금 덜어서 설탕을 넣어 먹어보았는데 내 입맛에는 설탕을 넣지 않은 것이 더 좋았다.

목포 동생은 이곳에 여러 번 와보았다고 한다. 지난번에 왔을 때 먹은 깻잎이 너무 맛있었다고 하니 사장님이 깻잎이 뭐가 맛있냐면서 접시에 담아내 준다.
나주에 사는 동생은 "깻잎을 주려면 찬밥도 주셔야죠?" 하고 이야기하니 누룽지가 섞인 찬밥을 내어 주었다.
깻잎을 된장에 넣어 삭힌 것을 들기름을 넣고 찐 것이라고 했다.

찬밥과 깻잎장아찌

나주에 사는 동생은 찬밥 한술 위에 깻잎 한 장을 얹고 그위에 묵은지 한 조각을 올려서 먹으며 너무 맛있다고 했다.
그 맛이 궁금해서 찬밥 한술 위에 깻잎과 묵은지를 얹어 먹어 보았는데 너무 조화가 잘 맞고 맛이 있다.
깻잎이 너무 짜지 않았고, 10월 중순을 넘겼는데도 묵은지가 너무 아삭하고 맛이 있었다.
세 사람 모두 내어준 음식을 남김없이 깨끗이 비웠다.

팥 칼국수

사장님은 팥칼국수와 묵은지가 너무 맛있다며 감탄을 하면서 먹는 내 모습을 보더니, 마음이 약해진다며 묵은지를 한쪽 담아주었다.

얻어온 묵은지를 숙소 냉장고에 고이 담아두고 5일 후 장날 남편과 시장 안에 있는 팥칼국수 집을 다시 찾아갔다.
남편은 수제비를 먹고 나는 팥칼국수를 먹기로 하고 갔는데 늦게 도착해서 다른 재료는 다 떨어졌다며 팥칼국수 2인분 할 것 밖에는 재료가 남지 않았다고 했다.
남편은 그날 처음으로 팥칼국수를 먹어 보았는데, 팥물이 구수하면서도 너무 시원하다며 먹을수록 속이 편하고 좋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 며칠 후 냉장고에 두 컵 정도 되는 팥을 발견하게 되었다.
문득 나주 영산포 풍물 재래시장에서 먹었던 팥칼국수가 생각이 나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친정엄마가 팥죽을 만들어줄 때 팥 삶던 방법을 떠올리며 만들어 보았다.

팥칼국수 만들기 도전하기

1. 팥 삶기

붉은팥 2컵(400ml)에 물을 부어 깨끗이 씻어주는데 뜨는 팥은 그대로 버리면 된다.
팥 2컵에 물을 붓고 끓여준다. 팥의 떫은맛을 없애주기 위해 애벌로 끓인 후 물을 버릴 거여서 물 양은 신경 쓸 필요가 없는데 4컵을 부어주었다. 물이 끓기 시작해서 5분간 센 불로 삶아준 후 팥 삶은 물을 버린다.

 

팥 애벌 삶기

그 후 다시 냄비에 팥을 담고 생수를 1.4L를 붓고 다시 팥을 삶아준다.

두번째 팥 삶기
팥 삶기

팥이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이고 1시간 20분을 예약해놓고 삶아준다.

팥을 수저로 떠서 눌러보아 잘 으깨지면 잘 삶아진 거다.

 

2. 팥 앙금 물 만들기

팥 삶은 물이 식으면 위생장갑을 끼고 손으로 으깨주어도 되는데 체에 바쳐서 주걱으로 으깨면 더 편하다.

팥을 한 번만 거르면 팥 껍질 안에 앙금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팥에 생수를 추가로 600ml를 붓고 다시 주물러 준후 다시 걸러주었다.

팥물

팥앙금 물을 그릇에 담아놓으면 위에 물은 맑아지고 앙금은 밑으로 가라앉는다.

3. 팥 칼국수 만들기

팥칼국수를 만들기 위에 팥물을 냄비에 부어주는데, 맑은 윗부분 팥물만 먼저 800ml를 냄비에 넣고 끓여준다. 팥앙금까지 처음부터 끓이면 바닥에 누를 수 있으니 팥앙금은 나중에 섞어 주는 것이 좋다.(친정엄마가 하셨던 기억이 난다.)
팥이 끓기 시작하면서 준비한 칼국수 2인분을 넣어준다.

팥물이 끓기 시작하면 칼국수를 넣어 10분간 더 끓여주고 꽃소금 1작은술을 넣어 간을 했다. 뜨거울 때는 짠맛을 잘 느끼지 못하니 소금 간을 조금만 하고 먹을 때 추가로 넣어주면 좋다.

칼국수를 넣은 지 7분 정도 지나면 남은 팥앙금 물을 400ml 부어 주고 바닥에 눌지 않게 저으면서 끓여준다. 팥앙금 물이 400ml 정도 남았는데 마저 다 넣기에는 많아 냉장고에 넣었다. 칼국수를 3인분을 끓였으면 팥물을 다 사용했을 듯하다.

칼국수 면이 익으면 완성된 것이다.
팥칼국수를 그릇에 담고 함께 먹을 묵은지를 꺼내었다.

영산포 재래시장 묵은지

영산포 풍물시장에 있는 팥칼국수 집에서 얻어온 묵은지를 꺼내어 썰어서 팥칼국수와 함께 내어 놓았다.

팥칼국수

팥칼국수가 영산포 풍물시장에서 사 먹었을 때보다 맛이 조금 부족한 듯했지만, 얻어온 묵은지와 함께 먹으니 너무 맛이 있다.
이번 동짓날에는 새알도 만들어 동지팥죽과 팥칼국수를 다시 만들어야겠다. 그때에는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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