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여름날, 세 식구가 오랜만에 6촌 형님댁 가족을 만나볼 겸 철원으로 2박 3일 여행을 떠났습니다.
2일 차에는 숙소인 복주산자연휴양림에서 아침 일찍 나와 삼부연폭포를 둘러본 뒤,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걸었습니다.


평일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사람도 많지 않아 주변 풍경을 여유롭게 바라보며 걸을 수 있었습니다.
잔도길 옆 바위틈에 피어난 작은 꽃부터 수평과 수직으로 이어지는 주상절리, 그 사이를 굽이쳐 흐르는 한탄강 물줄기까지 한데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추억을 따라 다시 찾은 철원막국수
경치를 충분히 즐긴 뒤 점심을 먹기 위해 6촌 형님 가족들과 약속한 철원막국수로 향했습니다.
철원에 올 때면 저희 가족이 꼭 들르는 곳인데, 이곳에는 음식 맛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특별한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돌아가신 시부모님 두 분 모두 이북이 고향이셨고, 시아버님의 유일한 혈육이셨던 4촌 형님이 철원에 살고 계셨습니다.
30여 년 전, 시부모님께서는 노후에 형님댁 가까이에서 지내시며 5년 정도 철원에서 생활하셨습니다. 당시 아버님이 특히 좋아하셨던 음식이 바로 이곳의 막국수와 녹두빈대떡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철원에 오면 자연스럽게 이곳을 찾게 됩니다.


저희가 먼저 평일 오전 11시 30분쯤 도착해 6명 자리를 부탁드리니 테이블링으로 등록하라고 안내해 주었습니다.
등록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기 팀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보니, 조금만 늦었어도 한참을 기다릴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이어 형님 가족도 도착해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마침 저희 차례가 되어 함께 자리에 앉았습니다.
저희는 비빔막국수 3개, 물막국수 3개, 녹두전, 돼지고기 수육을 주문했습니다.
주문을 하고 나면 남편은 늘 그렇듯 컵에 따뜻한 면수를 담고 간장을 적당히 넣어 마십니다.
“너무 좋다.”
남편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면수를 마시는 모습을 보는데 문득 돌아가신 시아버님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사람의 입맛도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변하는 모양입니다.
처음 시아버님이 막국수를 먹으러 가자고 하셨을 때만 해도 뚝뚝 끊어지는 메밀면과 담백하고 덤덤한 맛이 제게는 꽤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몇 번 함께 먹다 보니 구수한 메밀면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어느새 저도 이곳의 막국수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예전보다 면발이 조금 쫄깃해진 느낌은 있지만, 육수 맛은 여전히 익숙했습니다.
주전자에 담겨 나오는 따뜻한 면수에 간장을 넣어 마시는 것도 이제는 이곳에 오면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식탁이 예전과 달리 방바닥에 앉아 먹던 좌식에서 입식을 바뀌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드디어 음식이 나오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함께 맛있게 식사를 했습니다.
돼지고기 수육은 비계가 적당히 섞여 있어 퍽퍽하지 않고 고소했습니다.
녹두전은 집에서 부쳐 먹는 녹두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친근한 맛이었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으며, 도톰해서 녹두의 고소한 맛이 잘 느껴졌습니다.


막국수는 비빔과 물막국수를 남편과 서로 나눠 먹었습니다. 오랜만에 형님 가족과 함께해서인지 음식도, 이야기도 더욱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아버님이 좋아하셨던 음식을 30여 년이 지난 지금 아들과 며느리가 다시 찾아와 먹고 있다는 것이 새삼 묘한 기분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때의 가족은 세월 속에 많이 달라졌지만, 음식 하나가 오래된 기억을 다시 불러내 주었습니다.
그래서 철원막국수는 저희에게 단순히 막국수를 먹으러 가는 식당이 아니라, 가족의 추억을 따라 다시 찾게 되는 곳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함께 보면 좋은 글 ☞ 5년 전 시아버님과의 추억을 담았던 철원막국수 방문기
철원막국수
- 전화번호: 033-455-2482
- 영업시간: 10:30 ~ 20:30 (라스트오더 20:00)
- 휴무 안내: 매주 화요일 정기휴무
- 참고사항: 테이블링 현장 대기 등록 가능 (주말/피크타임 대기 발생)
개성 있는 공간에서 편하게 나눈 이야기, 카페 인경
오랫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마친 뒤, 형님 내외분이 추천하신 카페 인경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보니 하얀 건물에 ‘인경 화이트하우스’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꽤 큰 카페였습니다.







건물 주변은 한눈에 탁 트인 넓은 정원이라기보다 공간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테이블과 꽃, 화초도 구역마다 달라서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실내에 들어서니 시원한 음료와 함께 다양한 빵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좌석 배치였습니다.


공간이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좌석 사이도 여유가 있어 옆 테이블의 대화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한쪽에는 말린 차와 액세서리, 소품, 핸드백 등을 판매하는 공간도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여섯 명이 식사 후 편안하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참 좋은 곳이었습니다.

이날은 음료 한 잔을 앞에 두고 한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한참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형님이 어느새 쟁반 가득 빵을 담아 오셨습니다. 배가 불러 지금은 못 먹겠다고 사양했더니, 숙소에 가져가 아침에 먹으라며 포장까지 해주셨습니다.
카페에서 나와 인사를 나누는데 형님께서 그냥 보내기 아쉬우셨는지 저녁을 사주시겠다고 하셔서, 잠시 숙소에서 쉬었다가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카페 인경 (인경 화이트하우스)
- 전화번호: 033-455-2577
- 영업시간: 10:00 ~ 21:00 (라스트오더 20:30)
- 휴무 안내: 연중무휴 (변동 시 사전 공지)
- 참고사항: 넓은 야외 정원, 주차 가능, 디저트/소품 판매
형님 가족과 함께한 저녁, ‘밥집’
저녁 식사를 하러 간 곳은 형님댁이 있는 철원 지경리의 ‘밥집’이라는 식당이었습니다.
동네 주민의 두 따님이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를 위해 차린 식당이라고 하는데요. 예약제로 운영되는 곳이라 형님께서 미리 예약을 해두셨습니다.
식당에 들어서니 밑반찬부터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습니다. 화려한 음식이라기보다 가족을 위해 차려낸 집밥처럼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준비한 느낌이었습니다.

생선구이 위에는 홍고추와 실파를 올려놓아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고, 음식 간도 짜지 않고 적당해서 좋았습니다.


밥은 철원 오대쌀로 갓 지은 돌솥밥이어서 구수하고 맛있었습니다.

조카가 별미라며 추가로 주문한 오징어볶음도 야채가 듬뿍 들어 있어 맛있었습니다. 밥반찬으로도 좋았지만 술안주로도 잘 어울렸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두 팀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저희 바로 다음 팀이 들어온 뒤 사장님께서 대문에 ‘재료가 소진되어 오늘 영업은 마감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이셨습니다.
밥집
- 전화예약: 033-455-0268
- 예약 가능 시간: 오전 9시 30분부터
- 예약제 운영
- 일요일 오전까지 영업
- 월요일 정기휴일
재료가 소진되면 일찍 영업을 마치는 곳인 듯했습니다.
정성껏 차려진 생선구이 정식과 구수한 돌솥밥, 정갈한 반찬을 나누며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술 한 잔도 기울였습니다.
이번 철원 여행에서는 그곳에 사시는 6촌 형님 덕분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뿐 아니라, 현지에서 사랑받는 식당까지 알게 되어 더욱 기억에 남는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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