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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강진 가볼만한 곳 ]영랑생가와 세계모란공원

by 토끼랑께 2021. 3. 10.

강진 병영의 설성 식당을 가서 이른 점심을 먹은 후 하멜기념관과 전남 병영을 구경하려고 했더니 두 곳이 다 공사 중이었다. 우리는 예정보다 빨리 동백림을 보러 장흥 천관산 동백 생태숲으로 출발을 했다. 천관산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에 강진을 거쳐서 가게 되었는데 2년 전 이곳을 남편하고 딸이랑 왔을 때 점심만 먹고 바로 가우도로 넘어갔었기에 남편을 위해 영랑생가를 들려보기로 했다. 

예전에는 이곳 버스전용 주차장에 모르고 승용차를 세웠다가 봉사 활동하시는 노인분들한테 혼줄이 나서 위쪽 주차장으로 옮겨 세운 적이 있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관광버스는 한 대도 없고 그 자리를 승용차가 채우고 있다.

영랑생가앞 카페 파스쿠찌에서 주차장이 보인다

주차장 바로 옆에 카페 파스쿠찌가 있어 음료를 테이크 아웃해서 들고 걸었다.

영랑생가로 들어가는 입구다. 펜을 세워 감성 강진의 하룻길이라 쓴 글이 눈에 익숙하다. 각기 다른 친구들과 와서 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는 했었다.

시의 소재가 되었던 샘
영랑생가

우리나라의 대표 서정시인이자 항일 민족 지사였던 영랑 김윤식 선생(1903~1950)의 생가이다. 문에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큰 은행나무가 있는데 가을에 오면 노란 은행나무잎의 아름다움도 볼 수 있다.

선생은 이곳에서 1903년 1월 16일 부친 김종호와 모치 김경우 사이에 2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중략) 휘문의숙 재학 시절이던 1919년 3월 1일 기미 돌립 운동이 일어나자 선생은 자신의 구두 안창에 독립선언문을 숨겨 넣고 강진에 내려와 강진 4.4 운동을 주도하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대구형무소 등에서 6개월간의 옥고를 치렀다.(중략) 

"내 마음 고요히 고흔 봄길우에"시비

1930년 [시문학] 제2호에 <내 마음 고요히 고흔 봄길 우에>로 발표되었다가 이후에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로 제목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전문

1934년 4월 <문학지> 제3호에 불후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발표하였으며 1935년 <영랑시집>을, 1949년에는 <영랑 시선>을 출간했다고 한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학교에 다닐 때 국어 교과서에 실린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한 번쯤은 암송하여 보았을 것이다. 시비에는 옛글 그대로 적혀 있어 오히려 더 정감이 있다.

 

영랑선생은 조국 해방이 이루어질 때까지 창씨개명과 신사 참배 및 삭발령을 거부한 채 살다 47세를 일기로 타계하셨다고 한다.

영랑생가 뒷뜰 동백꽃
영랑생가 동백꽃

영랑생가에 모란은 피어있지 않았지만 동백꽃이 화려하게 피어있었고 떨어진 동백꽃잎이 영랑생가 뒤뜰을 빨갛게 수놓고 있었다.

생가 뜰에서 대나무길 사이로 난 계단을 오르니 세계 모란공원이 펼쳐진다.

모란이 피는 계절은 아니지만 모란공원 온실 인 '사계절 모란원'안에 목련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마치 민화에서 보았던 그림과 모란꽃의 모습이 비슷하다.

'사계절 모란원'에서 모란꽃을 구경하고 모란공원으로 나가니 모란꽃은 때가 아니여 없고 모란 조형물만이 보인다.

2년 전에는 "모란꽃 피는 5월이 오면~~"으로 시작하는 '또 한송이의 모란'이라는 가곡을 생각하고 5월 중순에 찾았었다. 그런데 영랑생가의 모란꽃은 거의 지고 다행히 영랑생가 담장 아래와 이곳 모란공원에 핀 꽃을 보고 갔었다. 영랑생가의 모란꽃을 보려면 5월 초에 오는 것이 좋을 듯 싶다.

2년전 보았던 작약
2년전 보았던 작약

모란꽃(목단)과 작약(함박꽃)의 차이

모란꽃과 작약은 꽃송이만을 봐서는 구분이 어렵다. 구분하는 방법은 나무에서 피는지 아니면 풀에서 피는지의 차이다.

모란은 나뭇가지에 새순이 나서 꽃을 피우며 최대 2m까지 자라고 작약은 나무가 아닌 풀로서 봄에 땅속에서 새순이 올라오는데 땅에서 70cm가량 자란다. 모란보다는 작약이 약간 늦게 핀다.

모란공원 전망대

모란공원에서 내려다보는 강진 시내 멀리 강진만이 보인다.

모란이 피기까지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시의 소재가 되었던 장독대

영랑생가 뒷담으로 통하는 세계 모란 공원을 돌아보고 내려오며 나도 모르게 "모란이 피기까지는..."라고 읊조리고 있다. 올해는 영랑생가에 가득 피어난 모란을 보러 다시 와야겠다. '또 한송이의 모란'을 부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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