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기]13.암수술을 3번 한 후 하고 싶었던 일들

폐 전이로 3번째 수술까지 하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암 진단부터 2년 반을 정신없이 수술과 항암치료를 반복하다 보니 체력은 바닥이 났다. 이러다가 영 회복이 안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가족과 나에게 최선의 일일까 하는 고민도 하게 되었다.

다행히 한방병원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기력을 찾아가기 시작했는데 혹시라도 다시 몸이 나빠지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트랑 해변

1. 가입한 보험의 사망 시 수익자 지정하기

나는 종신보험을 비롯해 암보험, 건강보험 , 재해보험, 실비보험, 연금보험 등 기본적인 것을 가입해 놓고 있었다. 본 병원에서 암수술과 항암치료에 드는 병원비는 물론 암 전문 요양병원의 치료비도 가입한 보험으로 해결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망 시 수익자를 지정 안 해 놓았던 것이 생각이나 만약의 경우 가족들이 보험금 수령할 때 불편하지 않게 보험별 수익자를 지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족들이 왜 그런 생각까지 하냐고 화를 내기는 했지만 나는 하루 날을 정해 보험사를 방문해서 정리를 했다.

2. 가족사진 찍기

10년 전에 찍은 가족사진이 있기는 하지만 가족사진을 새로 예쁘게 찍고 싶었다. 나와 딸은 미용실에서 메이크업까지 하고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찍는 동안 사진기사의 주문대로 여러 포즈를 취하며 많이 웃었다. 사진 촬영하는 그 순간이 즐거웠다.

 

퓨전 리조트

3. 가족 해외여행 가기

우리는 그때까지 가족이 다 함께 해외여행을 간 적이 한번도 없었다. 나는 해외로 가족여행을 가고 싶다는 제안을 하게 되었고 가족들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나의 컨디션을 고려해서 너무 길지 않은 시간으로 그리고 일정은 여유롭게 계획을 하게 되었고 베트남의 나트랑으로 가게 되었다.

딸이 계획을 세우고 비행기 호텔 리조트 등 모든 예약을 했다. 내가 식이요법을 하는 중이었기에 음식을 고려해 해산물이 풍부하고 쌀을 주식으로 먹는 베트남을 선정하게 되었다. 본 병원에 담당 의사 선생님과 한방병원 선생님에게 여행을 가도 되는지 허락을 받았고 비상약도 꼼꼼히 준비했다.

베트남에 도착하던 날 나트랑시내 해변가 호텔에서 자고 다음날부터 돌아올 때까지는 퓨전 리조트에서 보냈다. 관광은 하루에 한 곳만 다니고 일찍 들어와서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호텔에서 보이는 나트랑 해변

포 나가르 참 사원

퓨전 리조트 풀빌라

퓨전 리조트 정문

리조트에서는 하루 두 번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고 스파도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었다. 바다가 너무도 예뻤고 머무는 동안 날씨도 너무 좋았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렇게 멋진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휴식을 취하려니 꿈만 같았다. 가족들의 배려로 나는 힘든 것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여행에서 돌아오니 마음이 편안했고 가족들과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서 좋았다.

암이라는 질병은 마지막 순간을 준비할 수 시간이 있어 너무도 감사한 질병인 것 같다. 암환우들 중 암을 너무 늦게 발견했거나 항암치료를 기약 없이 계속하느냐 여행 한번 가보지 못하고 병원 생활만을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있지 않은가

그날 이후로 4년이 지났고 나는 지금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이 또한 너무 감사하다.

 

그 이후로 시간만 나면 여행을 다닌다. 여행을 다녀온 사진은 포토북을 만들어 보관하며 한 번씩 펼쳐보면 그 순간의 기억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