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나니, 이제는 시어머님이
시어머님은 우리 집에서 20분 거리에서 혼자 살고 계시다.
남편은 거의 매일 한 번씩 어머님 댁에 다녀온다.
며칠 전 남편이 어머님 댁에 다녀오면서 "내가 오늘 엄마한테 효도를 하고 왔지~"하며 싱글벙글 웃는다.
"어떤 효도를 하고 오셨는데요?"
"화장실 전등이 깜빡거리는 것을 내가 고쳐드리고 왔지. ㅎㅎㅎ"
"오늘은 야단 안 맞았겠네요?"
" 처음에 갔을 때는 점심 드시려고 하시다가 내가 들어가니 인상을 쓰시더니 전등 고쳐 드렸더니 기분 좋아지셨어."
" 어머님이 기분이 좋아지셨다니 효도하고 온 거 맞네요."하고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다.
나이가 60대 중반이 되어가는 남편은 시어머님한테 야단맞을 때가 많다. 시어머님 기분에 따라 조금이라도 불편한 일이 있으면 큰아들한테 유독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짜증을 내고 화를 내신다.
아들이 원한다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주실 것 같았던 시어머님
내가 처음 결혼을 했을 때의 시어머님은 아들 3형제에게 집착이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사랑이 심했었다.
시부모님과 결혼 안 한 시동생 두 명과 함께 살았는데, 새벽밥을 먹고 서울로 출근하는 둘째 아들이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셔서 둘째 아들이 출근하고 나면 다시 주무신다. 시아버님이 아침식사를 하셔도 안 일어나시고 주무시다가 큰 아들이 일찍 현장일을 돌아보고 아침을 먹으러 들어와서 " 엄마 아침 같이 드셔요."라고 깨워야만 일어나신다. 어머님은 아들들이 밥을 먹을 때면 옆에 앉아 생선 가시를 발라주고 목마르다고 말하기 전에 물을 떠서 주고 하시며 시중을 드시는 분이셨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큰아들이 들어올 때까지 거실에서 누워계시거나 안방 방문을 열어놓고 주무시다가 큰아들이 들어오면 얼른 일어나 맞이 했고 술이라도 마시고 들어오면은 꿀물까지 손수 타다가 주셨다. 심지어 결혼한 아들 속옷까지 당신이 직접 챙기는 분이었는데 다행히 첫 손녀딸을 태어나면서 그 대상이 손녀딸에게로 고스란히 옮겨갔다.
아들들에게 신경 쓰는 것에 비해 아버님에게는 너무 무심하셨는데 아버님도 그런 어머님에게 불만을 표시하거나 하시지는 않았다.
큰 아들을 대하시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신 시어머님
세월이 흘러 이제 아버님은 돌아가셨고 어머님 혼자 사시는데, 그렇게 끔찍이 좋아했던 큰아들과 사이가 많이 나빠지셨다. 큰아들이 퇴근 후 식사를 하셨냐고 안부전화를 하면 "그럼 먹었지 지금이 몇 신데 안 먹었을까 봐?" 하시는 말씀이 전화기 너머로 들린다. 아들 3형제를 키우셔서 그런지 전에도 말씀을 하실 때 내던지는 말씀을 잘하셨는데 그 대상이 큰아들이 되어버린 거였다.
시어머님은 무척 깔끔하고 부지런하신 분이다. 결혼을 하고 그 시어머님의 방식을 따라 시집살이를 10년을 했는데 집안에 티끌 하나 없이 해놓고 살았었다.
한 달에 한 번은 부엌 싱크대와 냉장고 식탁등을 다 들어내고 뒤편 바닥까지 다 닦아야 했고, 싱크대와 부엌 찬장에 있는 그릇을 다 꺼내서 다시 닦아 마른 행주질을 해서 넣어야 만했다. 한 달에 한번 냉장고 청소를 해야 하는데 냉장실 와 냉동실 음식을 다 꺼내놓고 선반을 꺼내 닦고 내부까지 깨끗이 청소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방과 거실에 있는 가구도 수시로 위치를 바꾸어 바닥의 먼지를 닦아 내야만 했다.
매일 청소할 때 바닥 청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액자와 거울에 먼지를 닦아야 했고, 그렇게 깨끗이 청소를 해놓아도 손에 테이프를 감아 거실 카펫에 먼지를 수시로 떼어 내는 분이셨다.
집안에 걸레와 행주를 늘 하얗게 삶아서 바싹 말린 뒤 걸레함에 접어 넣어두고 사용해야만 했다. 덕분에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저녁까지 자리에 편하게 앉을 새가 없이 살았다.
시부모님과의 분가
결혼하고 10년이 되던 해에 시부모님은 큰 아버님이 사시는 강원도 철원으로 이사 가셔서 사셨는데, 그 동네에서도 시어머님의 쓸고 닦는 습관은 변하지 않으셨다.
세월이 흘러 아버님이 돌아가셨고 혼자 남으신 시어머님을 우리 집 가까운 곳으로 모셔왔다.
시어머님이 사시는 곳은 시내에서 차로 10분 정도 들어가는 시골이라고 하기는 애매한 시골 동네에 살고 계시다. 이제 연세가 드셨으니 경로당에 마실에 취미를 붙이고 다니시면서 동네 어르신들과 친하게 지내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사하시는 날 동네 경로당에 떡, 치킨, 과일, 음료수를 사 갖고 가서 인사까지 드렸다. 그런데 경로당은 단 한번 다녀오신 후 가지 않으시고 누가 집에 방문하는 것도 싫어하신다.
이유는 시골사람들이 발도 제대로 안 털고 먼지 발로 들어오는 것도 싫고, 와서 바로 가지 않는 것도 싫으시단다. 경로당은 쓸데없이 모여서 화투나 치면서 남의 집 흉이나 보는 게 싫어서 가기 싫다고 하신다. 그리고 당신은 집안일만 해도 바빠서 마실 갈 시간도 없다고 하신다.
대청소로 자주 뼈에 금이 가는 시어머님
남편과 시어머님이 사이가 나빠진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어머님에게 남편이 대청소를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사시는 거야 좋은 일이지만, 이제 연세가 드셔서 뼈가 약해 무거운 것을 들거나 옮길 때 뼈에 금이 가는 일이 자주 생긴다. 갈비뼈에 금이 가는 일이 생기면서 남편은 혼자 하지 마시고 같이 하거나 대충 사시라고 하는데 시어머님은 들은 척도 안 하시고 젊어서 하던 습관대로 일을 하시고는 한다. 그러다 보니 대청소를 하고 나서 갈비뼈에 금이 가는 일이 생기고 심지어는 척추뼈가 부러져서 수술을 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어머님 댁을 우리가 가서 대신 청소를 하면 될 것 같지만 어머님은 그것도 싫어하신다. 심지어 며느리들이 설거지를 해놓고 가면 며느리들이 가고 난 후에 다시 그릇을 다 꺼내서 새로 닦으신다. 우리한테 대놓고 너희들이 하고 가면 어차피 내가 다시 해야 하니 두고 가라고 하신다.
시어머님의 불규칙적인 식습관
어머님은 젊으셨을 때부터 군것질을 좋아하시고 식사를 불규칙적으로 드셨는데 연세가 드시니 더 심해지셨다. 그리고 입맛이 없다고 안 드시다가 입에 맞는 음식이 있으면 급하게 드셔서 소화불량을 호소할 때가 많다. 어머님은 젊으셨을 때부터 콜라를 박스로 사놓고 드셨었다. 어느 날 콜라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이다로 바꾼 후 지금껏 음식을 드시고는 수시로 사이다를 드신다.
어머님이 자주 체하시자 남편이 어머님이 음식을 급하게 드시면 옆에서 보고 천천히 꼭꼭 씹어 드시라고 한다.
아들의 잔소리가 듣기 싫으신 어머님은 아들 앞에서는 식사를 안 하시려고 하고 식사하실 때 찾아가면 밥을 안 드시고 왜 왔냐고 화를 내신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나도 친정엄마한테 잘못했던 부분인데, 어머님이 걱정이 되면 그냥 걱정된다는 말을 하고 어머님 행동에 대한 지적을 하지 말라고 했다. 잔소리하면 싫어하시니 아무 말하지 말고 원하시는 것만 해 드리라고 당부를 했다. 지금 남편은 나름 엄청 노력을 하는 중이다.
방문요양보호사를 3번이나 쫓아내신 시어머님
어머님이 척추가 골절되어 수술하신 후 회복이 느려서 한동안 거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셨다. 수술 후 집으로 바로 퇴원하면 혼자 지내셔야 하기에 우리 집으로 오시자고 해도 싫다고 하셔서 친정엄마가 신장투석을 다니시는 노인전문병원에서 20일 정도 입원을 하시게 했다. 처음에 입원하실 때 상황 설명해드리고 동의해서 입원하신 건데 코로나19로 대면 면회가 안되니 우리가 어머님을 노인병원에 버렸다고 생각하셔서 시어머니가 당장 퇴원한다고 한바탕 난리가 나기도 했었다.
할 수 없이 집으로 모신 후 노인 장기요양보험대상자 신청을 했는데 다행히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게 되었다.
시어머님의 안전을 위해 노인 복지용구 구입처에 가서 화장실 변기에 설치할 노인 복지용구 안전 손잡이, 일어나실 때 잡고 일어날 천장형 안전바, 그리고 이동시 붙잡을 수 있게 안전손잡이 그리고 성인용 보행기까지 구입을 해서 설치해드렸다.
그리고 시어머님은 하루 3시간씩 재가 방문서비스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1주일도 못되어 시어머님은 요양보호사가 일하는 것이 맘에 안 들고, 밥 먹기 싫은데 자꾸 시간밥 먹으라고 하는 것도 싫고, 자고 싶은데 말 걸어 귀찮다는 이유로 요양보호사분을 못 오게 했다. 그래서 남편이 어머님 댁을 매일 가야 하고 자고 올 때도 많았다. 아들 3형제가 다시 설득을 해서 요양보호사 방문서비스를 다시 받았는데 몸이 좀 나아지는 듯하시니 다시 오지 말라고 하셔서 지금은 혼자 계시고 남편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어머님은 당신 혼자 지내며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하신다.
치매가 의심되는 시어머님
그동안은 건강검진을 받아도 뼈가 약해져서 쉽게 골절이 되는 것 말고는 노인성 질환을 특별히 앓고 계시는 것은 없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런데 요즘에 귀가 잘 안 들리시는지 말을 못 알아듣으시고 큰소리로 되물으신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치매 증상까지 있는 듯하다.
하루는 집에 도깨비가 나온다고 하셔서 남편이 가서 잤는데 시어머님이 "네가 오니 도망갔나 보다." 하셨다고 한다.
어제는 당장 이사를 해야겠다며 집주인 딸이 시어머님이 주무시는데 문을 열고 들어와 자고 갔다며 기분 나빠서 이사를 가야겠다고 하신다. 집주인 아주머니와 통화를 했더니 시집간 딸이 오면 집에서 자지 왜 비밀번호도 모르는 할머니 집을 말도 없이 들어가서 자겠냐고 한다. 아무래도 시어머님을 모시고 가서 치매검사를 받아봐야 할 듯하다.
우선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치매센터에 전화를 해서 안내를 받았다. 내일 방문을 해서 치매검사를 받기로 했다. 그리고 이비인후과에 청력검사 예약도 했다.
그동안 건강을 핑계로 모든 걸 남편에게 맡겼었는데 이제는 내가 나서서 시어머님을 챙겨야 할 듯하다.
노인장기요양등급 신청하는 방법과 노인복지용구 구입 관련 자세한 내용은 이전에 친정엄마 노인장기요양등급 신청 관련 글로 대체한다.
노인복지용구 구입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으로 저렴하게 구입